2020년 1월 20일(8일째)-나이아가라 폭포
아침 7시 알람이 울리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벌떡벌떡 일어났다. 짐을 싸고 토론토의 추위에 맞춰 옷을 겹겹이 입고 영 던다스 스퀘어로 향했다. 오늘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날씨라서 아내는 윗옷을 5겹이나 입었다. 어제 추위에 벌써 적응했는지 생각보다 날이 춥지는 않았다. 밖은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토론토 사람들이 저마다의 일터를 향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리도 호텔에서 가까운 버스터미널까지 부지런히 발을 놀려 한 손에는 캐리어, 한 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열심히 걸었다.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긴장하면서 걷다 보니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터미널 안에는 죄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는 버스에 설레는 마음으로 올랐다. 미리 예약을 해서 타는 버스인데 일찍 예약할수록 가격이 저렴해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예매를 한 버스였다. 하루밖에 안 있었지만 눈에 익었던 토론토 시내를 지나서 두 시간을 달려가는 도중 바다처럼 넓은 온타리오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온타리오 호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기도 한데 북미의 거대한 호수인 5대호 중의 하나여서 정말 처음 봤을 때에는 바다인 줄 알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캐나다의 마을과 집들이 한적하고 한가롭게 느껴져서 겨울 왕국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어느새 나이아가라 폭포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 탄 사람들은 신속하게 내려 저마다의 교통편으로 폭포를 향해 갔다. 우리는 터미널에서 우버택시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갔다. 택시 기사님이 말씀하시길 며칠 전에 폭설이 내려서 이곳도 엄청난 눈이 내리고 통행이 어려웠는데 다행히 오늘은 화창하고 눈도 안 내려서 보기에 아주 좋다고 하셨다. 우리가 어제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눈 덮인 것이 그 폭설이 아닌가 싶었다. 택시에서 내리니 눈앞에는 거대한 강물이 몰려와서 세차게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가 펼쳐져 있었다. 아프리카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 남미에 있는 이과수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름 때문인지 어머니가 꼭 와보고 싶으셨다. 이 폭포를 보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넘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폭포는 미국 영토에 속해있다. 하지만 모습은 미국 쪽보다 캐다나 쪽에서 봐야 한다고 해서 왔는데 실제로 보니 그 속도와 힘이 엄청났다. 신기하게 이 폭포는 뒤로 1년에 1m씩 이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력발전을 활용해 수량을 조절해 폭포의 후퇴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한다. 장엄한 폭포 소리와 물안개가 멋있었지만 바깥 날씨가 춥고 우리는 아침을 못 먹은 상태였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나이아가라 폭포 인포메이션 센터의 2층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곳은 고급 레스토랑이면서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가 한눈에 내려가 보이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처음에는 메뉴 가격을 보고 조금 망설였지만 미국에서 계속 햄버거 위주로만 먹어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바깥의 추위를 피해 폭포를 감상할 수 있어서 조금 망설인 끝에 들어갔다. 점심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가 창가 쪽에도 자리가 많아서 우리는 정말 좋은 뷰가 보이는 곳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소고기 스테이크, 버거, 치킨 수프, 샐러드, 파스타와 칵테일, 모히토까지 주문해서 분위기를 냈다. 나는 007을 따라 한다고 마티니를 주문해서 마셨다. 다들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커피, 주스까지 주문해서 마시면서 여유롭게 쏟아지는 폭포를 감상했다. 그러다가 무지개가 떴길래 마침 오후 2시 정도여서 나가서 사진 찍고 폭포를 감상했다. 어머니는 정말 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유심히 보셨다. 굉장한 울림을 주는 폭포를 바라보자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돼가자 서둘러 미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레인보우 브리지를 건넜다. 센트로 넣어 단지 1달러만으로 지하철 개찰구 지나듯이 넘어가는 게 신기하고 신선했다. 그렇게 국경을 넘고 다시 미국에 도착했다.
우리를 워싱턴으로 안내해 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버펄로 공항까지는 우버택시를 타고 갔는데 도착하고 수속을 마친 다음에 시간을 보니 이륙 시간까지 많이 남지 않아서 아내가 기대했던 버펄로 윙을 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내가 화장실을 가서 큰일을 보는 바람에 식사는 꿈도 못 꾸게 되었다. 비행기는 제주도 가는 비행기보다 훨씬 작아 보여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제외하고는 여태까지 봤던 비행기 중에서 내부가 정말 좁아서 버스인 줄 알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아메리카항공의 작은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넘어갔다. 승무원이 음료를 나눠줄 때 아이가 "I want an orange juice."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그런데 승무원이 비행기 내부 소음으로 시끄러워서 못 알아듣고 다시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순간 얼어서 다급하게 아내를 바라봤다. 그 당황한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아내가 다시 말해드리라고 하자 다시 크게 말하고 주스를 받았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런 순간에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배우니 나름 도움이 되었다.
30분이나 빨리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립 공항에 도착해서 다들 비행기 시간에 의아해했다. 비행기 시간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입국장에서 나왔는데 짐 찾는 곳에서 우리 짐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다가 아내가 찾아냈다. 이미 우리 짐은 나와서 누가 세워놓았다. 워낙 많은 비행기가 오가는 곳이라 그런지 후다닥 넘어가는 듯했다. 우리 호텔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 카드는 1회용으로 샀는데 티켓이 아닌 카드로 되어 카드값을 내야 했다. 카드값 2달러가 환불 안돼서 아쉽지만 기념으로 삼기로 했다. 역에서 내려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연방 정부 청사들이 많은 곳이라 다들 퇴근해서 그런지 거리가 깜깜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가로등도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 않아서 약간 어두컴컴한 분위기까지 띄었다.
무사히 도착해서 호텔에 체크인하고 시간이 다소 늦어 바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1층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전형적인 미국 요리를 파는데 아까 못 먹은 버펄로 윙을 비롯한 볼케이노 샐러드, 치즈 감자, 바질 페스토 파스타,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등을 주문했다. 여기가 미국인데 깜빡 잊고는 점심에 먹었던 레스토랑의 소량의 요리를 생각하고 주문을 무심코 많이 해버렸다. 양이 상당히 많았지만 다들 배고픈 상태여서 맛있게 허겁지겁 비웠다. 3일 동안 계속 이동만 해서 다들 약간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워싱턴에서 머무는 3일이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