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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1. 2021

장강(长江)의 인파 속으로

만 3살 아이와 중국화둥 지방준비

모처럼의 연휴가 찾아왔다. 겨울에 아내의 해외 연수로 인해 여행을 전혀 가지 못하고 여름도 어떤 이유였는지 그냥 지나가버려서 여행을 떠난 지 오래되었을 때 연휴가 찾아왔다.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기도 해서 뭔가 이벤트가 없을까 생각했는데 해외여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에 어디를 갈까 급하게 찾아봤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야 했는데 일본은 제외하고 동남아시아는 너무 더워서 제외하니 결국 중국을 가자는 결론이 나왔다. 중국 본토는 예전 대학 다니던 시절에 어머니와 함께 베이징을 갔다 온 것이 전부여서 가본 지 여행 시점으로 거진 10년은 되었다. 그때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전이었고 중국이 한창 경제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을 때라서 당시 중국의 이미지는 공산화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국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제 국가 정도였지 지금처럼 미국에 맞서는 경제 대국, 세계 G2의 국가로는 생각이 안되었다. 물론 이렇게 되리라 짐작은 했지만 말이다. 천지개벽에 어울리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었다. 베이징을 갔을 때 기억은 자금성, 이화원, 원명원, 만리장성, 천단 등 명, 청나라 시대의 유적을 둘러봤던 기억이 가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고 가보고도 싶었지만, 그러한 유적지가 많은 곳은 아이가 조금 더 큰 후에 가보기로 하고 이번 여행은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기로 했다. 


어머니와 모처럼 휴가를 얻은 남동생까지 해서 5명이 가기로 한 여행은 중국 화둥(华东) 지방으로 정해졌다. 중국은 지역적으로 크게 6개 행정구역, 중국지리대구(中國地理大區)로 나눌 수가 있는데 화베이(华北) 지방은 황하 문명의 중심이자 현재 중국 정치권력의 중심으로 베이징이 대표 도시이다. 둥베이(东北) 지방은 중국의 동북지역으로 흔히 만주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선양, 하얼빈, 창춘, 다롄 등의 도시가 있다. 중난(中南) 지방은 광둥성, 후베이성, 후난성 등과 홍콩, 마카오가 속해있다. 시난(西南) 지방은 티베트 자치구와 우리에게 요리로 유명한 쓰촨성, 충칭시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시베이(西北) 지방은 우리나라와 가장 먼 지역이지만 중국 고대 문명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곳으로 산시성의 시안이 있는 곳이다. 화둥 지방은 중국의 동부 지방으로 행정구역으로 보면 상하이, 안후이성, 장쑤성, 장시성, 저장성, 푸젠성이 위치해있다. 이 중에서 상하이와 장쑤성의 난징, 저장성의 항저우를 방문하기로 계획했다. 화둥 지방이라고 해서 중국의 일개 지방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륙의 규모답게 인구와 영토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인구는 4억 명에 육박하고 영토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었다. 


상하이(上海)는 역사를 조금 배웠던 사람에게 상해 임시정부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리고 경제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 최대 증권 거래소인 상하이 증권 거래소가 있는 곳이라 생각할 것이다. 상하이는 베이징보다 번화한 중국 최대의 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가 생기고 도시의 스카이 라인이 바뀌는 곳이다. 거대한 중국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도시 4개가 있는데 직할시로 관리되고 있다. 그 직할시가 베이징, 상하이, 충칭, 톈진인데 상하이는 그중에서도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상하이는 청나라와 영국 사이에 벌어진 아편전쟁 이후 1842년에 체결된 난징조약으로 다음 해 개항하게 된다. 그로 인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양 국가들은 상하이에 조계지를 형성하게 되고 상하이만의 독특한 번영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국, 영국 등은 조계지를 포기하기하게 되는데 공산 정권이 수립된 이후에는 그러한 번영이 쇠퇴되었지만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에는 다시금 번영의 길에 들어서게 되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의 시샘도 많아 상하이 사람들은 건방지고 잘난 체하면서 돈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시선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지만 가장 심한 양극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최초로 자리 잡은 곳으로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한국인이라면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꼭 들리게 되는 상해 임시정부 건물은 비록 크지 않지만 바위처럼 단단한 의지를 가지고 독립을 위해 싸우고 희생했던 숭고한 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번째로 방문할 예정인 난징(南京)은 말 그대로 남쪽의 수도라는 뜻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역사 도시이다. 난징이라고 하니 남쪽의 수도인데 그럼 수도는 어디인지 궁금증이 이는데 이는 뤄양을 일컫는다. 뤄양을 중심으로 북쪽에 위치한 도시는 베이징(北京)이 되는 것이고 서쪽에 있는 도시는 시안(西安)이 되는 것이다. 시안은 중국 역대 왕조에서 가장 많이 수도로 정한 곳으로 시안과 뤄양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고대사의 핵심 도시들이다. 난징의 옛 이름은 건업으로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바로 떠올릴 도시이기도 하다. 난징이 위치한 강남 지방은 북방 유목민족이 대륙을 공격해오면 한족들이 가장 많이 피신한 지역이고 위진남북조 시대에는 남조가 위치한 지역이면서 송나라 때는 남송이 위치한 지역이기 때문에 유목민족, 특히 몽골족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 명나라가 건국된 이후 홍무제 주원장은 이곳을 수도로 삼아서 중국 대륙 전체를 통일한 국가로는 처음으로 수도가 된다. 하지만 그 후 영락제가 다시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 지위는 넘겨주게 되었다. 그러다가 1911년 신해혁명 이후 중화민국을 세운 쑨원은 난징을 새로 수도로 정하게 되어서 번영을 이루나 싶었지만 잔혹한 비극인 난징 대학살이 1937년 일본군에 의해서 일어나 30만 명 이상이 학살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는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고 난 후 예전의 영광은 없지만 무엇보다 역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높은 도시이고 중국 및 대만(중화민국)에서 모두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의 묘, 중산릉이 있는 곳으로 방문해야 하는 도시였다.


항저우(杭州)는 상하이와 난징에 비해서 우리에게 덜 알려졌지만 중국 안에서는 그 어느 도시 못지않게 역사가 오래된 도시이고 중국 문명에서 벼농사가 최초로 시작된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수나라 때 건설된 대운하가 연결된 지역이어서 강남 개발과 더불어 화북지방과 물자 교류가 많았고 상업, 농업 모두 발전해갔다. 항저우가 중국 역사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남송 시대였다. 송나라의 수도였던 개봉이 북방 유목민족이었던 금나라에게 정복당하자 송나라 조정은 남쪽으로 피신을 하게 되고 임안(臨安)에 새로운 수도를 만들게 되는데 그 임안이 지금의 항저우이다. 항저우의 중심은 서호(西湖)라는 거대한 호수인데 이를 중심으로 많은 문화 유적이 즐비해있다. 풍류가 발달한 도시라 많은 문인들이 있었고 그중에 유명한 소동파도 있다. 소동파 하면 떠오르는 동파육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아침 식사마다 먹는다는 유탸오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도시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중국 속담에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上有天堂,下有蘇杭)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가 가려던 기간이 중국도 마침 연휴 기간이어서 걱정이 되긴 했다. 인구가 많은 중국은 인해전술이라는 전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마어마한 숫자를 자랑하는데 이때 중국은 국경절로 춘절과 함께 양대 명절이라 과연 어떨지 기대 반 우려반이었고 실제로 만난 중국 현장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었다. 국경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기념일로 마오쩌둥이 정부 수립을 선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때부터 일주일 연휴인데 그에 맞춰 우리도 중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자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가늠이 안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엄청난 인파가 몰려다닌다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에 우리는 그 현장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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