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빛 Jul 28. 2024

수능 감독 하기 정말 싫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인 수능 감독 안 하고 싶습니다.

몇 주 전부터 아이들과 수능 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대청소를 했다.

일 년 중에서 가장 열심히 청소하는 날이다. 몇 주 째 청소상태를 검사받고, 수능 방송을 점검하러 돌아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수업이 중간중간 끊겼다.

모두가 긴장상태다.



"선생님들께서 힘드신 것 충분히 압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자녀들이 시험 본다고 생각해 주시고 의자가 흔들리는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청소 상태도 좀 더 꼼꼼히 살펴 주시고요. 반에서 아이들 몇 명씩 남겨서 마지막 청소상태 같이 확인해 주시고요. 특히 사물함 절대 열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이쯤은 할 수 있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과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내가 이쯤은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강산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심하면 심해졌지 전혀 나아질 기미는 없었다.

수능 전날 감독 연수를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작년에 어느 선생님께서 이런 행동을 하셔서 민원이 발생되었습니다. 선생님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선생님들 절대 이러시면 안 됩니다.", " 어떤 학교에서는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 "선생님들 당부드립니다. 선생님들을 지켜드리려고 당부하는 말입니다. 선생님들 이런 것은 주의해 주세요."




그러니까 수능 감독 안 한다고요. 대학에서 아이들 뽑는데 왜 우리 선생님들이 총동원돼서 몇 날며칠을 아이들과 쓸고 닦고 청소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수 내용이란 게 고작 이거 하면 민원 들어오고요. 저거 하면 민원 들어오고요. 왜 지금까지 고생하신 고 3 담임 선생님까지 다 동원돼서 수능 감독이 모자란다고 시키시는데요?

대학 교수님들에게 부탁드려 보세요!
우리 아이들 논술 볼 때 감독하시지 않습니까? 면접도 보시잖아요?
왜 그분들께는 하라고 못하시고 왜 저희 선생님들에게만 이러십니까?
대학 논술 볼 때 발 디딜 틈도 없이 논술 보는 학생들로 대학캠퍼스 가득 찰 때도
감독 잘하시면서 왜 수능감독은 우리 선생님들만 시키십니까?



수능 원서 접수를 할 때, 선택과목을 변경하는 친구가 있으면 수능 원서를 몇 번이나 찢고 재작성해야 했다. 사진을 붙였다 뗐다 하다가 사진이 부족해질 때도 있었다. 그러면 다급하게 사진관에 요청해서 부랴부랴 원서 마감일까지 재작성해야 했다. 그것도 우리 선생님들의 몫이다. 일반 원서접수는 다 대입사이트를 이용해 학생이 직접 작성하면서 수능 원서는 왜 선생님들이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지 강산이 몇 번이 변해도 똑같은 이 상황을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다 선택 과목에 대한 학생의 잦은 변경으로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왜 이런 중요한 일을 학교 선생님에게 당당히 맡기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민원이 두려운 사람들이 말이다. 요즘 세상에 사진을 오려 붙이고 직인을 찍고 그러다 선택 과목이 바뀌면 다시 원서를 폐기하고 수기로 작성하고..




수능 감독 대학에서 하시죠. 아이들 수업하고 진로 상담하고 생기부까지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열심히 쓰셨는데.. 수능 시험장까지 만드느라 며칠이나 아이들과 청소도 했는데.. 수능 감독은 하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저는 수능 감독  안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능 원서 본인이 직접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정확히 선택과목을 확인하고 접수해야죠. 수시 원서는 다 직접 쓰잖아요. 수능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학생들의 권리와 자율성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 03화 스승의 날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