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모두 생기부의 노예가 된 것 같아요.
"선생님, 저는 반장은 부담스럽고 부반장만 나가도 되죠?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이 필요하기는 한데, 내신도 좀 챙겨야 해서요!"
"선생님, 반장 나갔던 아이가 떨어지면 부반장에 또 나갈 수 있어요?"
"선생님 학급 임원하면 내신 잘 받는 것보다 대학 가는데 좀 유리한가요? 아니면 반장 안 하고 내신을 좀 더 올리는 게 나아요?"
"선생님, 당연히 대학 가기 위해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 만약에 필요 없으면 굳이 안 하죠. 시간 뺏기고 힘든데 왜 해요. 생기부에 리더십이 필요하니까 하는 거죠."
"다짐이나 공약은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은데요. 내신 올려야 하는 친구들은 어차피 임원 안 나올 거니까요. 수시에 리더십 필요한 애들이야 나오겠지만요. 저처럼 내신 좀 포기하더라도 학종 필요한 애들은 나오는 거고요. 애들도 다 알아요. 저희들은 생기부의 노예잖아요."
"선생님, 저희 아이가 소극적인 것처럼 보여요. 이 문장 때문에 대학에서 저희 아이를 뭔가 부족한 아이로 생각하면 선생님께서 책임질 수 있어요?"
나는 책임질 게 너무 많은 대한민국 교사다.
부모도 할 수 없는 일을 다해내라는 책임 많은 교사.
아이가 다쳐도, 아이가 교우관계로 힘들어해도, 아이가 학업으로 힘들어해도, 아이가 체험학습을 가다 문제가 발생해도 다 선생님 탓이다.
아이가 친구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 '부모님 그동안 친구관계 안 챙기고 뭐 하셨어요? 아이한테 관심은 있으셨나요?'라고 묻는가? 아이가 학업으로 어려워할 때 '부모님, 아이가 이렇게 기초학력이 안 잡혀있는 동안 뭐 하셨어요?'라고 묻는가? 아이와 외출하다 천재지변을 겪게 되거나 안전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님, 그러니까 아이를 잘 살피셨어야죠. 뭐 하셨어요?'라고 묻는가? 그 모든 원인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부모에게 묻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