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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 Sep 24. 2024

훈련소 가는 길

논산 훈련소 입영 심사대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졌다.

아들의 별명은 날씨 요정이다.

늘 아들과 함께 어디를 가면 내리던 비도 개고 흐린 날씨도 맑아졌다.

그래서 우리는 아들을 날씨 요정이라 불렀다.


아들이 훈련소로 가는 날 이틀 전부터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거봐, 날씨 요정! 가을인데도 덥다 덥다 했는데 역시나 우리 아들 군대 가는 날은 선선해진다."



논산 훈련소 입영 심사대는 2시까지 가야 한다.

아침 7시부터 남편은 아들의 밥을 해주려고 쌀을 씻고 나는 어제 끓여둔 국을 데웠다.

집밥을 먹여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 조용히 가스불을 켰다.

어느새 아들도 일어났는지 나와서 식탁에 마주 앉았다.

우리 세 식구는 뜨거운 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소소한 아침식사를 했다.


나는 어제 자른 아들의 6미리 짧은 머리가 자꾸 눈에 들어와 눈물이 났다.

저렇게 짧은 머리를 한 적이 처음이라서 군대 가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한 달 전부터 아들과 난 군대에 가져갈 물품들을 군화모 카페에서 꼼꼼히 읽고 메모하면서 준비해 두었다.

가방에 가득 넣어서 더 담아주고 싶은 마음이 넘쳤지만 아들은 필요한 것 이외에는 다 빼놓고 파일에 필요한 서류와 물품만을 라벨링 해서 가방에 넣었다.


드디어 가는구나. 논산 훈련소
논산 맛집은 어디지? 우리 아들 최고로 맛있는 거 먹고 군대 가야지.

애써 슬퍼지는 마음을 억누르고자 이런저런 농담들을 던져보지만 아들이 마주해야 할 낯섦과 두려움을 내가 차마 가늠할 수는 없었다. 점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한 상 푸짐이 앞에 두었지만 우리 세 식구는 잘 먹지도 못하고 논산 훈련소로 갔다.


아들은 훈련소에 도착하자마자 파일에 넣어둔 입영통지서를 꺼내 보여주고는 서둘러 들어갔다.


아들 엄마랑 사진 찍자. 우리 가족사진 남겨야지. 아들 짧은 머리는 처음이니까 특별히 기념해야지.


훈련소에는 아들처럼 짧은 머리를 한 친구들이 많았다. 모두들 너무 앳돼 보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들. 마음이 찡했다.

어색하게 가족사진을 찍고 자리에 앉으니 1시 40분부터 훈련병들 모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아들을 번갈아 한 번씩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건강하라고 이야기한 뒤 우리는 아들과 인사를 했다. 아들이 크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손을 흔들어주며 내려갔다.


그리고는 처음 해보는 경례를 멋지게 하고는 여러 번 손을 흔들어 주고 하트를 만들어 주고는 환하게 웃으며 갔다.

부모님들이 빨리 떠나야 아들들이 더운 날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부모님들은 아들을 위해 모두 서둘러 나왔다.


남편과 나는 아들에게 미리 써둔 손 편지를 종교 행사관 앞 편지함에 넣고는 그제야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부터 내내 참았던 눈물이 마구 흘러 남편과 나는 오는 내내 훌쩍거렸다. 


그리고 지금 아들의 방에 앉아 아들의 책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우리 아들은,

엄마가 힘들까 봐 퇴근하고 오면 분리수거를 다해놓던 아들입니다.

언제나 잘 웃어서 어렸을 때부터 스마일이라고 불렸습니다.

주변 어른들께 인사도 잘하고 친구들도 잘 챙겨서  2학기에 반장이 되던 아이였습니다.

파워 J라 언제나 미리 계획하고 준비를 철저히 했던 아이입니다.

덜렁대는 엄마와 함께 여행 갈 때 옆에서 찬찬히 챙길 줄 아는 듬직한 아들이었습니다.

마트 가면 무거운 짐을 다 들어주던 스위트한 아들이었습니다.

맛없는 엄마밥도 맛있게 싹싹 먹어주고 먹던 그릇은 항상 다 개수대에 넣고 물을 틀어두던 아이입니다.

엄마가 피곤한 날은 설거지를 해주고 청소도 깔끔하게 해 주던 아이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용돈을 주시면 오히려 맛있는 거 사드시라고 괜찮다고 하던 아이입니다.

어버이날과 생일에 예쁜 케이크와 마카롱을 사 오던 아이입니다.

여행을 가면 꼭 맛있는 쿠키 선물을 사 오던 아이입니다.

엄마의 사진을 너무나 멋지게 잘 찍어주던 아들입니다.

엄마에게 괜찮다 말해주던 아들입니다. 

런 아들이 벌써부터 너무 그립습니다.  


아들이 건강하게 군생활 잘하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아들을 군대 보내셨던, 군대 보내신, 아들의 대를 앞두고 계신 모든 부모님과 제대하신 모든 분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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