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의 겨울이든 다를 건 없었다. 추위에 모든 사람들이 발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방인으로의 경계도 분명치 않은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외로움은 받아들이기가 수월해지는 듯했다.
그들의 표정엔 짙은 외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대부분이 여행자라서 그럴까?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아주 오랫동안 무언가를 찾아 방황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 것이다.
갑자기 나무가 되고 싶어 진다. 방황하는 저들과 함께 숲으로 들어가 한 그루의 나무로 심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되면 기쁨도 슬픔도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숲이 이루어지면 그들도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될 것이다.
햇빛이 머물고 바람이 지나가는 곳, 가끔 새들도 날아와 노래를 불러 줄 것이다. 봄이 오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몇 번의 계절을 보내면 꽃을 피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무슨 꽃을 피울까? 초록 잎이 나와 모양을 갖추면 알 게 될 것이다. 꽃을 피우는 나무, 열매를 맺는 나무, 잎이 꽃처럼 피는 나무, 나는 어떤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나무가 되기 전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꽃이 되어 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무가 되다니,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잠시일 뿐, 곧 어우러져 사람이었던 기억조차 사라지게 될 터이다.
몇 해가 지나면, 떨어진 잎들은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흙이 될 것이다. 나무는 더 이상 무언가를 찾아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의지와 상관없이 나무는 걸어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뿌리로 더 단단히 흙을 움켜잡아 거센 폭풍에도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 나무 아래로 누군가 찾아와 쉬어갈 날도 있을 것이다. 외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휘청거리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까닭이 없어도 좋다. 그가 나무 아래서 따스하고 편안한 한 낮을 갖게 될 수 있기 바란다. 그가 또 다른 나여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