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초아김경화
꽃 지고 낙엽 내리고
겨울 온다고
꽃 피었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랍니다
꽃 피었던 자리
기억해 주세요
시베리아보다 춥다는
혹한의 겨울 지나면
꽃자리에 또다시 꽃이 옵니다
그때만 기다리지 말고
지금 지고 없는 꽃도
기억해 주세요
매년 왔던 혹한과
호호 불며 함께 추위를 견딘
우리들 그때 추억도
가끔은 기억해 주세요
그 기억만으로
땅속 우주선
또 다른 소생을 피워내는 노고가
결코 후회스럽지 않도록
꽃자리
그 자리에 지워진
흔적의 그림자 헤치고
새순이 움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