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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지안 Sep 16. 2020

들어주고, 울어준 사람이 있나요?

5회차: 상담사가 먼저 보인 눈물

"이번 주는 저의 개인 사정으로 화상상담으로만 가능한데, 화상으로 상담을 하시겠어요? 아니면 다음 주로 연기할까요?"


상담사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오후 2시에 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미 네 번의 상담으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여있어서 그런지 온라인으로 진행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1시 50분. 상담사가 보내 준 줌(Zoom) 화상회의 링크를 클릭하여 처음으로 언택트 심리상담을 하게 되었다. 화면 너머로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상담사가 인사를 건넨다.


상담사: 안녕하세요! 잘 들어오셨네요. (웃음)

나: 네. 처음으로 제대로 얼굴을 뵙는 것 같네요. 하하.

상담사: 하하하. 그러니까요. 항상 마스크 쓰고 만나다가 오늘에서야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게 되네요.

나: 그러게요. 정말.


지난주 상담 때, 아버지에게 고통받은 기억을 떠올려보고 그 감정을 글로 적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사이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상담 때 내가 인간관계에서 화가 나는 상황이 어렸을 때 아버지라는 인물로부터 시작된 분노였다는 것을 제3자인 상담사를 통해 인정하는 순간 무언가 '탁'하고 놓아졌고, 이제 무엇을 놓아버려야 할지 알 것 같았다. 


더 많은 사례를 떠올려도 결국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린 시절 받은 고통 때문에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놓아버리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상담사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20년도 넘은 오래된 이야기 말고, 나를 괴롭히는 또 다른 것들에 대해서.


상담사: 사실은 제가 상담을 했던 내담자 중에 한 분이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저도 자가격리 대상자라고 하더라고요. 증상이 없어서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제가 검사를 받고 싶어서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았어요. 음성이어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해서 센터에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화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어요.

나: 아, 그랬군요. 놀라셨겠어요. 걱정되셨을 텐데 결과가 음성이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상담사: 네. 저도 좀 놀랐어요. 상담을 하면서 조심은 했지만 그런 걱정을 많이 하진 않고 일을 했었는데, 이번에 이런 일이 있었네요.

나: 네. 가까운 사람이 확진을 받으면 지금 이 코로나 상황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상담사: 네. 맞아요. 그렇죠. 그래도 마스크 없이 얼굴을 보고 얘기 나누는 건 좋네요. 오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세요?


나: 네. 지난번 상담 때도 잠깐 얘기했지만, 일을 하고 싶으면서도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일할 때 불안장애처럼 너무 불안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지금은 괜찮은데, 일을 시작하면 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릴까 봐요.

상담사: 그렇군요. 어떤 것이 가장 불안하셨어요?

나: 그냥 모든 게 다......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너무 불안했어요.

상담사: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나: 예를 들면, 저희 학원에 주방이 있었는데 조리사님이 다칠까 봐 불안했고요. 다치신 적이 있었거든요. 또 그럴까 봐 불안하고...... 그런 것들이요.

상담사: 아, 다친 적이 있으세요? 그랬군요. 그 외에 또 어떤 것 때문에 불안하셨을까요?

나: 음...... 셔틀버스에서 무슨 사고가 일어나진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어요.

상담사: 아, 셔틀버스요. 일하면서 사고가 많았나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 네..... 정말 말도 안 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일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원장님들을 보면 엄청난 일들도 겪으면서 사업을 한 분도 많은 것 같은데, 저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최근에 너무 큰일을, 저한테는 너무 큰일이 있었거든요.

상담사: 그래요. 그러면 그 셔틀버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오늘 자세히 얘기해봅시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무엇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나: 아이들이 등하원 하는 셔틀버스에는 안전도우미 선생님이 같이 타거든요. 승하차를 도와주고 안전관리를 하는. 저희 매뉴얼 상 안전 선생님은 아이가 차에서 내리면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를 해야 하거든요. 핸드 투 핸드(hand to hand)로요. 당연한 것이죠.

상담사: 그렇죠. 당연히.

나: 그런데 그 안전 선생님이 7살 여자 아이를 보호자에게 인계하지 않고 하차 장소에 내려놓고 그냥 간 거예요. 

상담사: 세상에나. 그랬군요.

나: (다시 울컥하며) 일단 그 차를 태운 것부터가 문제였어요. 총체적인 문제인데. 그 아이가 3시 30분에 그 차를 타야 하는데 2시 30분에 탄 거예요. 또 다른 선생님의 실수로요. 원래 타야 하는 시간보다 한 시간을 일찍 탔으니 당연히 하차 장소에 보호자(아이의 어머니)가 나와있지 않죠. 어머니가 나와있지 않으니 그 차량 도우미 선생님이 어머니한테 몇 번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전화를 안 받으셨다고. 당연하죠. 그 어머니는 일하시는 분인데 아이가 올 시간이 아니니 전화를 못 받을 수 있는 거니까요.

상담사: 어머나, 세상에. 그 어머니가 전화를 못 받으셨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나: 누구의 실수, 이런 것들을 다 떠나서요. 무조건 아이는 보호자에게 직접 인계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아이를 다시 차에 태우고 학원으로 돌아와야 하거든요. 그게 매뉴얼이고요. 그런데 그 도우미 선생님이 그냥 아이를 그 자리에 내려놓고 출발한 거죠.

상담사: 하아, 네......

나: 그 하차 장소에서 20-30초 정도 걸어가면 그 어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가 있는데, 아이는 혼자서 거기로 걸어갔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사: 아, 네. 그나마 천만다행이네요.

나: 그런데 그때 그 어머니가 가게 문을 잠그고 자리를 비우신 거예요. 다른 볼일을 보고 계셨던 거죠. 당연히 아이가 올 시간이 아니니까요.

상담사: 어머나...... 그랬군요. 그래서요?

나: 그 아이는 문이 잠겨있으니까, 엄마를 찾으면서 그 골목을 몇 분간 돌아다녔나 봐요. 그래도 엄마가 안 오니까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무서우니까 울기 시작했고 그걸 본 어떤 어른이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고 해요. 일곱 살이라서 다행히도 엄마의 휴대폰 번호를 외우고 있어서 그 어른의 휴대폰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고, 근처에 있던 어머니가 바로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사: 휴. 그랬군요. 천만다행이네요.

나: 네. 그러니까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울컥하던 감정이 더 올라와 눈물이 맺혔다. 최대한 마음을 진정한 채 말을 이어갔다.


나: 이건 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고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저는 학원에 있었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갑자기 그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서 제가 전화를 받았는데, 받자마자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을 막 하시는 거예요. 평소에 관계도 좋고, 좋은 분이었는데 '이거 무슨 심각한 일이 생겼구나.' 싶었죠.

상담사: 아, 욕을......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나: 일단 계속 듣고 있었어요.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하시라는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상황을 설명하진 않으시고 계속 욕을 하시는 걸 그냥 들었어요.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단어'로 조금씩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애를 그냥 놓고", "애 혼자서", "심장이 벌렁거려서"라는 말을 하시며 울먹이기도 하셨고요. 그때 셔틀버스에서 문제가 생긴 것을 알았어요.

상담사: 어머나, 세상에. 그랬군요. 

나: 통화 마지막쯤에는 그 어머니께서 조금은 진정이 되셨어요. 그때 제가 죽을죄를 지어서 차마 죄송하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는데 하나만 물어보게 해 달라고, 아이는 지금 괜찮은 건지만, 그것만 말해달라고 울먹였어요. 그랬더니 아이는 괜찮다고, 무슨 일은 없었던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찰나의 안도감이 곧 내가 누군가를, 어린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너무나도 공포스러웠어요.

상담사: 휴...... 정말 그랬겠네요.

나: 전화를 끊기 전에 제가 정말 면목이 없지만 직접 찾아가서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사죄를 할 기회를 한 번만 주실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봤는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즉시 그 셔틀버스 안전 선생님과 기사님을 해고했습니다. 둘 다 안전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고, 해고사유에 해당했으니까요. 그러자 그 기사님은 저에게 또 상욕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당장 내일부터 운행이 가능한 기사님과 안전 선생님을 수소문했어요. 내일부터 당장 일할, 반드시 매뉴얼을 따를 사람을 우여곡절 끝에 찾고 나니 그 어머니께서 다시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마지막에 한 말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오실 필요는 없는데 꼭 오시고 싶으면 와도 된다고요.

상담사: 어머나. 그랬군요. 그 욕을 가만히 다 들어주었으니 조금은 진정이 되셨겠죠. 그래서 찾아가신 거예요?

나: 네. 그 어머니를 찾아가서 무릎 꿇고 빌고 욕을 하시면 욕을 듣고 때리시면 맞을 각오까지 하고 찾아갔어요. 

상담사: 그때 어떤 마음이셨어요?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나: 하아......(또다시 울컥하며) 내가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공포감. 그 아이가 느꼈을 공포감. 혼자서 그 몇 분 동안 얼마나 무서웠을지...... 제 자신이 너무 쓰레기 같았어요.

상담사: 아이고, 세상에나.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 죄책감이요.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저만 쳐다보고 있는 직원 40명이 곧 직장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학원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 어머니는 많이 진정되신 상태였어요. 그리고 그 사이 아이와 얘기를 해봤는데, 아이가 우리 학원을 너무 좋아하고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다는 거예요. 어머니도 평소에 너무 만족하고 좋았는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하시면서요. 그리고 아버님과도 얘기했는데 이런 일까지 있었으니 우리 애한테 더 신경 써주고 잘해주지 않겠냐고 했다고요. 그리고 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안전도우미가 문제인 거고, 즉시 해고하고 다른 분을 구했으니 대처도 빨리 된 거 아니냐고. 결론적으로 계속 아이를 보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아까 전화로 본인이 눈이 뒤집혀서 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시며, 혹시 욕이나 그런 말을 했다면 죄송하다고 하더라고요.

상담사: 어머나, 세상에. 정말......

나: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내일부터 한 달간 제가 아이와 같이 셔틀버스를 타겠다고 약속했어요. 어머니는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다고, 그 마음은 잘 아니까 마음만 받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다음 날부터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 아이와 셔틀버스를 함께 탔어요. 그 아이가 내릴 때 저도 같이 내린 다음 셔틀버스는 출발시키고 나서 제가 그 아이 손을 잡고 어머니 가게까지 매일 데려다줬어요. 그리고 저는 택시를 타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고요.

상담사: 어머나, 그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주신 거네요. 놀랐을 아이가 다시 편안함을 느끼도록 한 달을 그렇게 하신 거잖아요.

나: 정말 다행히 그 아이가 무사히 졸업을 하고, 졸업한 이후에도 찾아온 적이 있어요. 저를 많이 좋아하고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가슴 졸였는데, 무사히 졸업한 것이 천만다행이죠.

상담사: 정말 감동이네요. 어떻게......  솔직히 누가 그렇게 하나요? '장'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죠. 정말 1% 세요. 대단하신 거예요.


화면 너머로 상담사의 눈물이 그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같이 눈물이 흘렀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남들은 관심도 없을, 듣고 싶지도 않을 내 이야기를 누군가 이렇게나 집중해서 들어주고 눈물을 흘려주는 경험은 4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 해본 것 같다.


나: 어머나, 선생님......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제가...... 정말 감사해요. 

상담사: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을 거예요. 그 어머니한테요. 평소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셨는지 알 거 같아요. 그 어머니도 그걸 아셨겠죠. 그리고 그 아이에게도 정말, 따뜻한 안정감과 보호받는 느낌을 주셨잖아요.

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는 저 자신이 너무 쓰레기 같고,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남에게 이렇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괴로웠거든요.

상담사: 아니요.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정말 대단하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상처를 받으면 남에게도 상처를 줘요. 어렸을 때 폭력을 당하면 남에게 폭력을 행사해요. 정말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요. 그런데, 선생님은 어렸을 때 힘든 경험을 하고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시잖아요. 이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진짜예요.


상담사의 말이 상담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상담료를 지불했고, 상담사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생애 처음 겪는 신비한 경험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조건 내편. 


'그래도 그건 네 잘못이 맞지.'

'네가 그 엄마라면 가만있겠냐?'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나는 이해가 안가네.'


이런 종류의 말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혹시 돈을 내고 받는 심리상담이 아니라 애정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관계에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조건적인 서로의 편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꿈속이나 소설 속이 아닌, 실제로 가능한지 궁금했다.


상담사: 제가 일기를 써보라고 말씀드렸었나요? 특히 심리상담 후에 우리가 나눈 내용을 글로 쓰면 좋아요. 

나: 네. 안 그래도 제가 상담을 받을 때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어요.

상담사: 네. 아주 잘하고 계시네요. 마무리하기 전에, 오늘의 상담을 한번 말로 정리해보실래요?

나: 음...... 지난번 상담 때는 어렸을 때 얘기만 했는데, 오늘은 가장 최근의 힘들었던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그 일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풀 스토리를 얘기해 본건 처음이거든요. 물론 그 일을 같이 겪은 직원들과는 얘기를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얘기해 본건 처음이에요. 털어놓고 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같이 울어주시고 공감해주시니까 너무 고마운 마음뿐이네요.

상담사: 네. 저야말로 오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아요. 정말 신기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부분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가해자로 살아요. 그런데 어떻게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고, 보호해주려고 하고, 도움을 주려고 할까요? 마치 아픔을 좋은 쪽으로 '승화' 한 사람처럼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에게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제가 감사해요.


다섯 번째 심리상담, 내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건 상담사가 먼저 보인 눈물 때문이었다. 온전히 내편이 되어서 내 이야기에 몰입하고 내가 느낀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도의 공감을 해주는 상담사를 만난 건 나에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첫 상담 때 큰 기대가 없었다. 심리상담의 후기를 찾아보니 마음을 치유받으러 갔다가 더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상담사가 별로이면, 다른 상담사를 찾아보겠다고 결심하고 찾아간 곳에서 만난 상담사로 인해 마음이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남은 상담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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