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인의 여름나기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끔 빈혈 증상이 나타났다.
빈혈 증상이 심하더라도 병원에 다녀오면 또 아무렇지 않았기에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빈혈이 여전히 있구나 자각한 것은 대학생이 되어 헌혈을 하러갔지만 빈혈 때문에 불가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이다.
물론 빈혈에 대해 알게된 후에도 철분제를 꾸준히 먹고 있으니 나름의 관리를 하고 있노라 생각하며 살던 중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왔었기 때문에 잠 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생활이 원인이 아닐까하여 다른 영양제들만 더 열심히 챙겨먹었다.
그러다 내 몸이 꽤 심각한 상태에 있구나 느낀 것은 작년 말 잠깐 집 앞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오던 그 짧은 외출 후 현관에서 정신을 잃고 나서였다.
통상의 빈혈 증상에 수반되는 어지럼증도 거의 없고 빈혈로 인한 두통도 없어서 그 원인이 빈혈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겪던 증상들은 엄청 심각한 빈혈일 때의 증상이였다.
열 걸음만 걸어도 다리가 땡기고 숨이 가빴다.
얼굴엔 핏기가 없어 유독 노래졌고 주변에선 간이 좋지 않은게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다.
조금만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면 눈 앞이 번쩍이고 이명이 들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지럼증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건강검진을 예약했었는데 결과는 심각한 빈혈이였다.
이렇게 모르고 살다가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들으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였구나 싶었다.
까불 수 있는 체력은 누구보다 좋다고 자신했던 과거는 이제 과에 남아버렸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내 증상은 무더워지는 날씨에도, 수면시간에도 영향을 받아서 정말 건강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다시 날 잘 보살피고 가꾸어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