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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11. 2020

삶이라는 계절과 전어구이

일상 속에 그리는 마음


정조시대에 각지에서 잡히는 생선의 종류와 특징을 기록한 난호어목지의 기록을 살펴보면 ‘전어’는 가시가 많지만 살이 부드러워 씹어 먹기가 좋고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지방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소금에 절여 파는데 신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므로 사람들이 가격을 따지지 않고 생선을 사는지라 ‘전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근처 보성 율포나 득량만 바닷가 회식당에서 친정 가족들과 함께 ‘전어구이’와 ‘전어회’ '전어 초무침'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잔 가시가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먹기보다 어른들만 평일 점심에 모여 식사를 하는데 올해도 그 시간을 통해 집 나간 며느리도 생선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는 특별한 가족 모임을 함께 했다. 참고로 나는 여기서는 며느리가 아니고 딸이지만 든든하게 가을 채비를 하는 날이다.

늘 덕분이다."이렇게 주문하면 가격이 얼마야?" 꼭,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뜨거운 마음이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지워주기 때문이다. 식사비를 미리 계산하지 않고 아이로 돌아가 은빛 전어를 고루 맛볼 수 있는 시간이며 또 새로운 계절이 한 사람의 마음을 소곤대는 것이고 또 한 번의 가족이 이 공간에 모였다는 증거이므로 그렇게 다시 네 번의 계절이 스치고 전어의 시절이 온다는 것은 마디의 인연을 사이에 두고 가슴 시린 하나의 손이 다른 한 사람의 마음에 닿는 날이니까

자신의 살과 뾰족한 가시로 남아 이 가을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은빛 전어가 돌아오는 날은 왔다가 사라지는 파도처럼 이름을 정하지 못한 아득한 그리움도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더불어 집 나간 그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하루는 빨간 블라우스가 아주 잘 어울리시는 선생님께서 내게 이런 질문을 주셨다.
''김 선생님, 작가님의 책 중에서 '너를 스친 바람도 글 이 된 다.'와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을 구매할까 하는데  김 선생님은 두 권 중에서 어떤 게 좋으셨어요?''
일상의 철학이 깊으신 분이고 내게는 감사의 기억을 남겨주신 여선생님의 질문을 듣고 나는 바로 이렇게 응수했다.

 "너를 스친 바람도 글 이 된 다. 이 책은 작가님의 책 중에서 세 번째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요. 지난해부터 지금도 여전히 아직까지 읽고 있는 책입니다. "
2000년부터 2015년 동안의 일기처럼 종원 작가님의 감성과 행복이 담긴 사랑  에세이집을 사실 그때부터 여전히 읽고 있는 책이라서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했다.
"그저 천천히 조금씩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냥 읽어 보라는 말씀이네요. 그 뜻 새기겠습니다.''

말 한마디 질문 하나에도 노크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다가가기, 서로 나누는 일상의 철학이 강하게 느껴지며 책으로 나누는 신선한 자극을 함께한다. 이렇게 계절을 다시 느낄 때면 너를 스친 바람도 글 이 된 다. 를 꺼내어 그리운 마음을 만나러 가는 당신만의 특별한 열차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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