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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15. 2020

일상의 나비는 자신의 고독이 그리운 거다.

마흔을 다 쓰지 못한 신사임당

(신사임당의 수박 그림과 글)

''책을 읽을 때에는 단정히 앉아 마음을 먼저 모으고 한 자 한 자 골똘히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만일 입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본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책 읽는 보람이 무엇이겠느냐. 성현의 말씀에서 배운 바를 행동으로 옮겨 실행하지 않으면 책은 책대로 나는 다대로 되고 말 것이니 그렇게 되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소용이 없다.''
 
사임당은 열한 명을 책임지는 집안의 가장이 되었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입히고 먹일 일이 걱정이었고 가장 먼저 ‘절약’에 신경을 썼다. 세 아들 서당에 보내는 것도 그만두고 집에서 가르치며 옷은 늘 기워 입혔으나 ‘도’를 가르쳤다. 마당이 비 좁았지만 구석구석 채소를 심었고 씨앗은 늘 희망을 주었으며 채소가 싱그럽게 자랄 때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를 새기며 정성을 쏟았다. 등잔에 기름을 아끼기 위해 해드는 시간을 따라 시간대별 맞춤 학습을 시켰고 공부한 뒤에는 맘껏 편히 쉬게 했다.
 
그렇게 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스스로 스승이 되었다. 처음부터 다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동하는 실천에 따라 내 인품을 훌륭하게 다듬으며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사임당은 그야말로 지혜로운 여성이지만 삶에 힘겨웠다. 중년이 되며 '나비' 그림을 그렸고 늘 집 주변에 보이는 화초들을 그리며 자기 안에 우울과 거대한 자유를 원했을 거다. 자신을 희생하며 늦은 나이에 남편이 벼슬길에 올랐지만 그녀는 ‘47세’ 이른 나이에 시름시름 앓다가 쓸쓸한 삶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마흔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와 사임당의 생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분의 뜻은 오래도록 빛나지만 그녀가 보냈던 시간들도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 그러나 그녀의 굳은 심지와 희생과 사랑의 정신은 본받으며 현대를 사는 여성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자신을 설계하는 아름다운 삶의 기회를 가꾸어 가야 한다. 아주 조금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집안에서의 풍경이 낯설지 않으며 그때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여자, 엄마, 아내 그리고 자식이라는 동질감 이리라.
 
''가두고 쌓아놓으면 건강에 해롭다. 스스로 해소하고 치유하는 공간을 반드시 확보하라.''


그녀는 당시 ''선비들은 왜 먹과 상상만으로 그림을 흉내 내며 간결하게만 똑같이 그리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신사임당은, 중국의 그림본을 그대로 따라 그리기보다는 우리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그렸다. 기존의 검은색 만으로 그리던'수묵화' 대신에 꼼꼼하고 화려하게 색깔을 넣어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 모두가 무심히 지나치는 주변의 것을 앞뜰과 뒷동산 신사임당의 눈에 비친 풀과 벌레 그리고 마당가의 꽃과 나비들을 그리며 수묵화의 기본 틀을 깨고 채색화의 예술을 시도했다. 조선을 사는 평범한 여인이 파격적인 ‘독립예술’을 한 것이다.
 
세상은 변하여 '현모양처'의 조건과 시각이 바뀌어가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신사임당의 인생을 질문을 멈출수 없었다. 영감과 소재는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서 찾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내 공간, 내 좁은  방, 내가 머무는  이 작은 동네가 바로 온통 '글'이며 '그림'이며 ‘예술의 줄거리'가 될 수 있다. 지금, 내가 머무는 공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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