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의 평온한 교감이 성장을 부른다
휴일 나른한 오후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화려한 음식이 아니지만 도란도란 나누는 말이 되지 않는 생뚱 유머 릴레이로 어이없게 순수함 자체로 마구 웃기, 복권에 당첨이라도 되듯 누군가 감사의 마음으로 보내주신 '쿠폰'으로 커피숍에서 빙수 한 사발 시켜놓고 빙산을 무너뜨리듯 한수저씩 번갈아 삽질하며 시원한 냉기를 나누기, 그리고 엄마가 읽는 책을 아이와 함께 보며 필사하기.
초등 6학년 둘째 아이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각자 필사하는 즐거움이 더위를 날리듯 시원한 바람처럼 우리의 공간에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성장기를 거치며 토요 축구부 수업에 참여하고 축구사랑에 빠졌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일상도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매번 필사의 주제는 축구에 관한 생각이었고 '생각 공부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 써놓은 필사 글을 보니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이유가 자신을 키워 나가는데 필요한 감정조절이나 사교성, 전략, 이해심 등이 깊숙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한 줄 정리한 문장은 바로 이거다. "겉은 몰라도 모든 것의 속은 아름답다."
이 글을 읽고 아이의 마음에 온기가 가득 담긴 소중한 글이라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이 함께 싱그러웠다. 내일의 ‘태양’ 앞에 아이가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유형의 가치로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소중한 일이다. 내일의 ‘ 바람’ 앞에 아이가 스스로 생각의 중심을 맞이한다는 실천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학습과는 전혀 다른 사색하는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보이기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닌 실천하는 시간들을 내가 만들어 가는 일, '인문학이란'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 모두 담겨있다. 자신의 삶 앞에 당당하게 내 인생을 살아가는 일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일이다. 다양한 스펙도 내세울 만한 잘난 재능도 유창한 언어와 단어를 구사하지 않는 삶이라서 선택할 수 있는 자기 삶의 중심에서 나만의 길을 걸으며 스스로의 고독한 시간을 살아가는 거다.
아이에게 행복과 부정의 조건을 따지며 미리 겁내거나 아파하지 말고 일상을 충실히 살아가는 변함없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 또한 그 힘이 주체가 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말이란, 연습과 생각 없이 시도하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마음과 사랑이 없으면 결코 쉽지 않은 게 '말'과 ‘표현’이다.
"엄마, 오늘 수학 시험에서 백점 맞았어요"
"그래, 잘했네. 지금 백점이라고 계속 백점은 아니니까 긴장 놓지 말고 지금처럼 계속 열심히 해야 해 알겠지!"
부모가 아이의 결과에 느슨한 마음을 가질까 봐 상기시키려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하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이 듣고 싶을까 생각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 줄 때도 마찬가지다.
"너 공부하는데 필요해서 컴퓨터 사줬으니까, 앞으로 너는 뭐를 잘해야겠어. 공부만 열심히 해야 해 " 게임에 관심을 둘까 봐 향하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아이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지 못하게 하는 지성의 언어가 아닌 매우 초라하고 아픈 언어의 습관과 사고방식을 전하고 있지는 않는가,
언제나 아이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주입식 세뇌교육은 아이 스스로 하게 하는 행동과 동기를 줄 수 없는 고리타분한 발전성 없는 언어의 습관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말을 전하는 사람은 그 말이 고쳐야 할 언어의 습관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대상을 바꾸어 사회생활, 가족, 친지, 지인, 친구 간에도 대화의 방식을 다르게 긍정과 희망을 전달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인가? 일상생활에서도 그 사람이 전하는 답답한 말과 생각 그만의 태도를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유형의 언어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펼쳐가는 스스로의 질문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말이 아닌 차분한 언어, 들으면 기쁨을 주는 말,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의미를 부여하는 단어를 골라서 쓰는 사람이 되고자 가장 필요한 말을 꺼내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며 삶을 배우고 체험하며 행동과 말 그리고 태도를 습득해 가는 중이다.
자신의 부족한 것들이 아이에게 대물림된다라는 말을 들으면 아찔한 순간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 자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계기와 의지, 배우려는 사색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설명하고 타일러도 자신이 깨우치려는 사람은 할 수 있고, 백번을 가르쳐 주어도 시도하지 않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질문의 방향성을 알고 언어와 단어를 표현하며 중심에 깊은 생각의 뿌리를 두고 가는 사람은 찾을 수 있고 내면이 스스로의 통로를 꽉 막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는 것, 바로 '사색'이 함께하는 일상의 힘이며 향하는 세상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할수록 좋아지는 관계의 힘이 바로 사색의 힘이며 보고 읽고 생각하고 질문하며 우리의 소통이 가능해지는 자본임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