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내게 브런치 작가가 되는 일이 조금은 어려운 과정이었다. 생소한 매뉴얼을 혼자서 풀어야 하는 자물쇠처럼 작가 신청서를 작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신청서를 작성할 때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7전 8기’의 용기로 신청서를 작성하며 아이와 어른이 바뀐 것처럼 내가 딸아이의 작은 꼬마가 되는 깜깜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나의 중요한 순간을 고민하고 싶지 않아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고자 컴퓨터 학원 등록을 하고 아르바이트와 살림을 하며 소중한 시간을 준비한다.
언급한 바 있지만 나에게 기계는 늘 생소했고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언덕이다. ‘5번째’ 아쉬운 통보를 듣던 날 딸아이가 심각하게 물었다.” 엄마, 도대체 글을 어떻게 쓰시길래, 제가 한번 읽어봐도 될까요?” 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했지만 늘 쓰고 시도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얼마 전 양력 생일이 지날 때쯤 딸아이는 내게 또 이렇게 응수했다.”엄마, 그 날 쓴 글 좀 제 카톡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내 글이 궁금하나 싶은 마음에 흔쾌히 보내 주었고 며칠이 흐른 후 아이가 설레는 목소리로 내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날 쓴 글과 함께 여행에서 찍어 둔 내 사진을 편집해서 ‘20’ 페이지 분량의 미니 북을 만들기 위한 아이의 눈물 나도록 고마운 마음을 받으며 우리는 다시 한번 울컥이는 감정을 주고받았다.
“이쯤에서 포기를 할까”
“나의 부족함을 또 느껴야 하는 건가”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작가기 된다고 말이야”라고 포기할 수 있겠지만 다시 사는 중년을 보내며 부정보다는 일상이 글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그저 오늘에 충실하는 시간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슬픔과 아픔의 벼랑 끝에서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와 주기를 기도했고, 밝은 빛 한 줄기만 만날 수 있다면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 알지 못하고 풀지 못해 지나친 고통의 시간 속에 내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희망을 찾으며 내 인생을 돌아보았다.
절망과 아픔 속에서 언제나 좋은 말, 위로가 되는 말, 긍정의 언어가 필요했고 절실했지만 가까운 가족에게도 모두 털어놓을 수 없었고 늘 사람과 함께 했지만 마음은 다시 우울했으며 가슴이 먹먹한 슬픈 시간을 보낼 때 김종원 작가님의 온라인 공간과 ‘말의 서랍’ 책 한 권을 들고 내 인생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 그래내가 원하고 갈구하던 결핍들이 그 안에서 대답해 주고 있었고 가까이서 듣지 못하는 일상의 마음가짐과 글들을 그곳에서 읽고 물으며 나는 그렇게 책과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는 나의 일상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되는 사색을 하며 내가 모르고 방황하던 시간들을 반성하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쉽지만 어렵게 매일 고독한 길을 걷게 되는 이유가 된다.
“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도 내가 원해서다.”
괴테가 전해주는 희망의 언어와 마음을 전해 들으며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의 속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새벽 4시부터 5시 사이에 일어나 글을 쓰고 필사를 하며 김 종원 작가님의 일상을 배우고 따르며 사색하는 브런치카페 작가로 탄생했다. 그간 작가님께 본것을 실천하고 배우며 사랑한 시간들 속에서 희망과 좋은 것만을 담아 지금 울고 있는 한 사람의 글이 되고 지금 슬픈 한 사람의 위로와 소망이 되는 마음을 쓰겠다는 분명한 나의 확신과 신념이 보다 넓은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살게 하는 밝은 빛이 되었음을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에 다시 고개 숙이는 중년을 새롭게 마주한다.
계절을 넘기는 책장 앞에서 지나간 자신의 인생을 뒤 돌아볼 때 삶의 기억 속에서 무릎을 꿇게 되듯이 괴테가 죽기 전까지 ‘60여 년’의 시간 동안 집필한 ‘파우스트’를 읽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으나 실제로 다 읽은 사람이 없는 것은 평생을 살아갈 한 사람과 인생의 의미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리라.
지성으로 배운 인문과 사색이란, 결국 세상과 사람이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라면 내가 배운 사랑과 마음을 그대로 전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사랑하며 살아야 할 아름다운 권리가 있으므로, 세상이 보다 향기로워지는 삶의 근원이 될 수 있도록 이 작은 소망을 크게 불태워 글 하나에 영혼과 글 하나에 마음과 글 하나에 진실한 사랑을 담아야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자신을 덮쳐도 삶을 결정하는 힘은 바로 우리의 생각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시대가 변하여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뚜렷한 진리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그대만의 시간을 준비하라. 아픈 만큼 고독한 만큼 당신이 흘린 눈물의 씨앗만큼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증거이니까,
당신의 하루에 한 알의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오늘을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어여쁜 꽃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