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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Oct 07. 2020

당신의 과거를 스치며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

그럼에도 행복한 추억

라일락의 꽃말은 젊은 날의 추억이다. 나른하게 싱그러운 계절 4, 5월의 봄이 세상에 인사할 때쯤 활짝 피어나는 라일락 꽃의 향기는' 내 가슴속에 저장된 영원의 달콤함'이며 초록잎과 조화를 이루는 라일락 꽃이 되어 하나의 연상이 떠오른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맡기던 그해, 아이를 차량에 실어 등원시킨 후 나는 딸아이를 태우려고 구입했던 중고나라 주니어용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큰 애가 10살, 둘째가 5살, 몇십 년 만에 맞는 상쾌한 시간인지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의 시간을 만날 수 있었고 제법 따스한 기온과 맑은 공기, 시원한 햇살은 나를 반기는 나비가 되어 그 시간을 함께 공존했다.

삼십 분 정도를 열심히 달려서 혼자만의 고요를 맞을 때면, 아침 안개 따라 피어나는 자연의 향기가 숨 쉬고 있는 장소, 바로 '하얀 라일락 꽃'이 피는 나무의 집과 동산이었다. 나는 그 향기에 빨려 들어가 자전거 앞 바구니에 라일락 꽃가지를 담을 수 있을 만큼 끊어 담았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카시아 꿀이 그려졌고 집에 돌아와서 는 그 꽃을 따서 물에 씻어 유리병에 담아 설탕과 함께 재우곤 했다. 그 예쁜 꽃과 가지 속에는 개미도 있고 각종 벌레들이 그대로 머물고 있어서 집안에 곤충들을 옮기게 될까 당황하기도 했다. 그들도 세상의 이치를 아는지 예쁜 곳에는 다양한 벌레들이 함께 머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제나 들어도 멍울이 담긴 노래 '라일락이 질 때'를 흥얼거리며 화려하게 달리던 나만의 라이딩이 계속되었으면 좋으련만, 하루는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바퀴에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오래돼서 낡은 자전거 바퀴의 타이어와 휠이 제 노릇을 하지 못할 모양이었다.

한 시간 반 아니 그 시간 즈음을 지나며 허물어지고 바람 빠진 힘없는 자전거를 이끌고 오랜 시간을 걸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초라하게도 허름하게 고장 난 자전거를 버리지 못하고 걸으면서 끌고 온 중고 자전거와 봄날 라일락의 추억이 지금은 '라일락 꽃말'처럼 나의 언저리에 앉아 머물고 코끝 찡한 추억이 되어 눈을 감아도 가슴 시리지만 따스하게 스며드는 잊지 못할 그날이다.

인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결혼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 나하나가 아닌 내 몸을 빌어 어렵게 가진 아이들과 아내의 자리 그리고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나이 마흔이 그렇게 돌아왔고 이제 잠시 한적한 숨을 쉬고 싶을 때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암’ 진단을 받았다. 서른부터 마흔이 되기까지 그전의 내 인생과는 전반 달랐으며 내 몸을 빌어 내가 없는 타인의 인생이 나를 지배했다. 물론 그 날들의 아름다운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지만 그 후로 마흔을 넘기며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죽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건강과 살림 육아 내 뜻대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타인이 나를 지배하는 삶은 창살 없는 감옥이었으며 영혼의 목마른 시간이었다. 남들이 버릴만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나는 자유를 노래했고, 혼자만의 별 볼 일 없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는 나에게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청춘의 날은 사라지고 있었고 다가 올 나의 미래가 보이질 않아 매일을 울며 처절하게 아파하고 또 슬퍼했다. 마음과 인생에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삶은 타인의 노예로 살게 된다. 우리가 다가 올 날들을 미리 아파하고 잘 보낼 수 있도록 더 일찍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오늘을 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결코 아파하지도 흔들리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다. 생각만 해도 근사한 자신의 미래를 찾고 싶다면 지금 그대 곁에 머무르는 사람의 겉모습보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변함없는 가치와 습관을 보며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야 한다. 주변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들은 각각이며 결코 당신이 되어줄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더 아파하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실천해야 할 세 가지를 소개한다.


중년을 외롭지 않게 살고 싶다면 시작해야 할 3가지

1. 집안에서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확보하라.
꽃을 기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햇빛을 흡수하는 작은 베란다 한쪽이 내게는 ‘비밀의 정원’이며 꿈동산인적이 있었다. 꽃과 식물들의 투덜대지 않는 고요한 성장을 보며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고 일상의 하루에 얼마든지 감사의 마음을 찾을 수 있다. 그 외에 텃밭 가꾸기나 공원을 산책하며 자연이 주는 위대함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인문학 산책이 가능해졌다.

2.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을 읽고 머리를 무겁게 채우는 지식보다는 자신을 알아가는 일상 속 지혜를 공부하라. 나는 매일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며 인문학 카페 공간을 애용했다.잠시 앉아 연필로 써 내려가며 속삭이는 고요한 적막과 자신만의 귀한 시간을 만나며 자신의 영혼에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3. 글을 쓰는 삶, 주변에 시인의 마음을 두어라. 일상이 시처럼 고운 마음으로 좋은 글을 읽고 쓰고  '낭송'을 하며 입으로 말할 수 있다면 누구나 시인이 되는 삶을 살게 되고 일상에서 가져야 할 힘을 발견하며 사색에 가까운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을 혼자서도 충분히 즐기는 중년은 행복한 마음의 중심을 알며 헛되이 외롭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도 대중 속에서 헤매게 되는 외로움보다는 차라리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그 빛을 찾으라. 행복하게 중년을 살고 싶다면 자기의 공간에서 철저하게 혼자가 되는 법부터 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외로움의 조각을 떨쳐내는 일상의 치유하는 삶을 살게 되는 발걸음이다. 단 시도해야 하며 시작도 끝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

자기 삶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거대한 하나가 아닌 일상, 주변에서 시작하는 작은 하나부터 실천하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변함없이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꾸준한 약속과 같다. 외로움이 싫다면 그 외로움을 바라보는 본질과 마주하며 일상 속에서 극복할 수 있는 스스로의 이유를 설명하는 시간을 마주해야 한다. 지금 당신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미래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시작하면 되는 가장 빠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구분하고 내가 중심이 되는 일상을 설계하며 자신만의 확실한 원칙을 정한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비로소 당신과 주변을 사랑으로 안을 수 있다.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이유는 오늘의 행복을 내버려 두고, 내일의 성취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 오늘을 대하는 사소함을 반드시 아끼지 말라. 이것은 자신의 내일을 기획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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