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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ade Not Born 08화

용장(勇壯) 밑에 약졸(弱卒) 없다.

강한 군대를 만드는 군 리더와 리더십

by CalmBeforeStorm
“용장(勇壯) 밑에 약졸(弱卒) 없다.”
“사자 한 마리가 이끄는 양 떼가, 양 한 마리가
이끄는 사자 떼를 이긴다.” - 아랍 속담


리더십의 중요성과 의의

우리가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하는 인용문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리더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결정 좌우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칭기즈칸, 나폴레옹 같은 리더가 있을 때 그 국가는 번성하였다. 우리는 어떤 국가와 기업을 생각할 때 그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주목한다. 조직에 리더가 차지하는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 속 카리스마를 내뿜던 강력한 리더들이 활동하였던 시절에 리더십과 오늘날의 그것은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닌다.


과거에는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 주로 리더(지휘관)의 술(art)적인 감각에 의존하였다. 팔로워들은 많은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권위 있는 리더가 내리는 판단을 믿고 따랐다. 4차 산업형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조직은 거대화해졌고, 신속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을 위해서 수직적이었던 조직들이 수평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조직에서 권력의 원천이 직위(계급)에서 전문성(지식)으로 이동하면서 조직 내부의 경직된 상명하복의 관계에 변화가 찾아왔다.


어떤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 여부를 결정할 때 회장(리더)의 의견에 추가적으로 각종 통계와 시장조사를 통한 데이터가 근거로 제시되어야 착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리더의 술적인 요소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의사결정 과정에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러면 더 이상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이런 의문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요소였다.
사회가 변했고 의사결정 과정에 리더십 외 다른 요소가 등장했다.
따라서 리더십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결론 A)


하지만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리더십이 차지하는 중요성보다 ‘성격’에 집중해서 생각하면 조금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리더십의 성격도 변화했다. (결론 B) 변한 것은 리더십이 차지하는 중요도(또는 역할)가 아니라 리더십의 성격이라는 아이디어로 다시 접근해보자.


리더십이란?

리더십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심리학의 발달에 힘입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특성론, 행동론, 상황론을 대표적으로 하는 전통적 리더십 이론이 있으며 최근에는 변혁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등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했다.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그 정의 또한 변해왔다. 특성이론의 대표적인 학자인 스토길(Stogdill)은 리더십을 ‘리더가 집단의 공유된 목표를 향하여 구성원들의 활동을 이끌어 가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리더십을 정의하려고 한 학자 수만큼 리더십에 대한 정의가 있다.”라는 말처럼 리더십은 간단명료하게 정의하긴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회가 변하는 것에 발맞추어 리더십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학문적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 속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당장 집 근처의 서점에 가면 리더십을 다룬 수많은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항상 리더십을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한 사례를 담은 서적이 있다. 이는 21세기에도 리더십의 중요성은 건재함을 반증하는 사례다. 특히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군대에서는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


군은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조직 중 하나이다. 아무리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최첨단 무기체계가 발전하여도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에 군에서 리더십이 차지하는 위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누가 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가 보다는 실제 전장상황 속에서 승패는 결국 인간의 의지의 싸움이기에 리더의(지휘관) 리더십에 승패가 결정된다. 때문에 군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


한 가지 염두할 점은 앞서 다룬 사회의 변화 현상을 군도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도 첨단과학의 발전에 따른 전장환경의 변화, 병영 내 인권존중의 가치 확산, 군 구성원의 다양성 증가, 입대 장병들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의 변화와 같은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과거의 방법을 고집하는 조직은 결국 도태된다. 이런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면 군대에서 리더십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군 리더십

군 리더십과 사회에서의 리더십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런 것이 군대와 사회의 조직은 서로 존재 목적과 구성원이 다르다. 당연히 요구되는 리더십의 모습도 다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육군은 리더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육군 리더십이란 리더가 전평시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구성원에게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영향력을 미치는 활동이다.


다른 국가의 군대는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할까? 미 육군의 리더십 정의는 다음과 같다.

‘the process of influencing. people by providing purpose, direction, and motivation while operating to. accomplish the mission and improve the organization.’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 목적과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원을 동기 부여시킴으로써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 -출처 : FM_6_22 Leader Development 미 육군 교범 리더 개발


한국 육군의 리더십의 정의와 미 육군의 정의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비단 미군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군대도 저마다의 정의를 내리지만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핵심 메시지는 비슷하다. 스토길(Stogdill)의 ‘리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의 일반사회의 리더십의 정의와 결을 같이하는 군의 리더십을 알 수 있다. 즉 우리는 군에서의 리더십이 민간사회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 리더와 리더십

군에서 리더십 발휘의 핵심 주체인 군 리더는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자’이다. 위로는 국군조직법에 의해 구성된 부대의 장부터 밑으로는 최하위 제대인 (부) 분대장까지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부) 분대장은 병사들이 임무 수행하는 경우도 많으며, 전시상황에서 지휘자가 전사한 상황에서 병사가 간부의 임무를 대신하여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즉 육군의 리더십은 간부와 병사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군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히 병력들을 잘 관리하고 무사히 전역시키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 발휘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대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전평시 명령으로 하달되는 작전계획, 구두로 하달되는 지시, 추정해서 수행하는 과업 등 군에서 부여되는 임무는 다양하다. 군 리더는 이러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완수하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그러면 군에서 리더십의 발휘 대상은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본인의 예하 제대에 있는 구성원들 즉 부하들이 될 것이다. 1분 대장이면 1분 대원, 2 소대장이면 2 소대원이 그 대상이 된다. 조금 더 넓게 해석하면 임무를 달성하는데 관련되거나 필요한 모든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중대장이 하달한 전투 진지 공사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1 소대장 A가 2 소대원 B를 통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1 소대장 A은 직속상관이 아니지만 준상관으로서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위계급자와 상위 서열자) 2 소대원 B에게 리더십을 발휘하여 중대의 과업을 달성하고자 노력한다. (실제로 군필자들은 이런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리더와 구성원은 임무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 셈이다.


필자도 변화한 인권존중의 문화, 입대장병의 의식변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군대 환경 속에서 ‘군 리더로서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한가’라는 고민을 자주 했다. 이전 ‘중대장이 실망한 이유’에서 다뤘던 것처럼 부하를동기 부여하는 방법론에 고민이 있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법은 최우선적으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동반되어야 한다. 선장의 지시에 맞추어 노를 젓는 선원들이 있는 것처럼 팔로워들의 팔로우십이 있어야 리더가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 그리고 가치관 등에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군 리더에게 국가와 국민이 합법적으로 부여한 직책과 부여된 권한의 사용이 요구된다. 소대원이 소대장을 따르는 이유는 소대장이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그가 소대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대장이 직책과 권한 외에 개인적인 능력을(카리스마, 강한 체력, 훌륭한 인성 등) 갖추었다면 더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군 리더십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군대는 합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하여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 그 과정에서 임무수행 중 부상과 때로는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군 리더라면 이런 조직의 목적과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군에서 리더십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안중근 장군은 뤼순감옥에서 투옥되었을 때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유목을 남겼다. 해석하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는 뜻을 지닌다. 군인은 어렵고 힘든 임무가 있더라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 여덟 자 글자 안에 군 리더가 지향해야 하는 리더십의 방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국헌신 군인본분'보다 군대의 존재 목적을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리더십이 지니는 의미

군 복무 장병 대부분은 한번 이상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분대장처럼 공식적인 직책은 아니더라도 또래상담병, 생활관 대표병, 동아리 대표 등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누군가에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사회 초년생이 경험할 수 있는 리더십 학습의 장으로 매우 훌륭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조금 더 확장해 해석하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리더가 된다.


회사에 취직해서 팀 내 부사수를 양성하고, 자영업을 하면 종업원을 두고 본인의 운영철학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부모도 아이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모가 원하는 훈육관을 달성하고자 한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더라도 인간사회가 지속되는 한 리더십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오늘은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각자의 리더십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면 어떨까? 군 복무를 포함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


<표지 배경 출처 : 국방일보 '2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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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군 강력한 힘, 우리 기술 역량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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