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군사대비태세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
최근 우리의 대내외 안보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엄중하다. 주변국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첨단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으며, 해상과 공중은 물론 우주·사이버 등으로 군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 재난, 테러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들이 국가안보의 도전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군은 흔들리면 안 된다. 국가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우리 군은 안보상황의 도전 속에서 ‘강한 힘’과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군대가 수사적(Rhetoric) 문구만을 앞세우면 안 된다. 군은 국지도발 및 전면전에 대응할 수 있는 연합방위태세와 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하고 전투임무 위주의 실전적 교육훈련을 강화를 통해서만 국가안보를 수호할 수 있다. 오늘은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 글은 올해 2월 초 국방부에서 발표한 국방백서 2020에 공개된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출처 : https://www.mnd.go.kr/cop/pblictn/selectPublicationUser.do?siteId=mnd&componentId=14&categoryId=15&publicationSeq=897&pageIndex=1&id=mnd_040501000000
군사대비태세를 언급하기 위해서 빠질 수 없는 세 가지 개념들이 있다. 바로 국가안보전략· 국방정책·군사전략이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는 자국의 대내외 안보 정세 속에서 국가 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가용 자원과 수단을 동원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구상을 기획한다. 우리 정부는 안보 분야의 국정목표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해 국방, 통일, 외교 분야에서 실행해야 할 추진 전략으로 ‘한반도 평화·번영의 주도적 추진’, ‘책임 국방으로 강한 안보 구현’, ‘균형 있는 협력외교 추진’, ‘국민의 안전 확보 및 권익보호’ 등을 선정하였다. 국방분야에서 국정목표를 주무로 책임지고 이끄는 부서는 단연 국방부다.
정부조직법 제33조(국방부) ①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은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밖에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방업무와 군사업무를 담당한다. 합동참모본부는 3군의 합동 군사전략 및 작전계획의 수립, 군사작전의 지휘와 같은 ‘군령’을 일부 위임받아 운영한다. 각 군 본부는 부대의 편성과 교육훈련 및 예하 부대의 지휘와 군사력 건설 및 유지와 같은 ‘군정’을 위임받았다. 국방부는 이들의 군령과 군정을 통합 관장하며, 국방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정부기관이다. 국방부는 정부가 제시한 국가안보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 국방비전과 국방정책 6대 기조를 추진한다. *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도표를 참조
군사전략은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을 군사적 차원에서 구현하기 위해 군사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군사력 운용개념과 군사력 건설 방향을 구체화한 것이다. 군은 안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하여 잠재적 위협 및 비군사적 위협에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 군의 군사전략목표는 외부의 도발과 침략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최단시간 내 최소 피해’로 전쟁에서 조기에 승리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군사력 건설 방향은 잠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안보위협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 -> 국방정책 -> 군사전략 순으로 변화할수록 더 구체적인 How to fight전략이 세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 침략으로부터 국가 보위 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 남과 북은 군사적 대치와 화해·협력의 관계를 반복해 왔으나, 2018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안보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다. 우리 군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고,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적의 국지도발 및 전면전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의 역할처럼 육·해·공 각 군의 고유의 역할이 있다. 그것은 지상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직접 싸우는 전사의 임무다. 간혹 전쟁이 발발해야만 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그릇된 군대의 존재 목적에 대한 이해에서 기인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은 전면전을(Total War) 의미한다. 18세기 나폴레옹이 기존의 용병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법과 제도를 도입하며 전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면서 등장한 전면전은 이전의 제한전쟁과 큰 차이를 보인다. 전면전은 교전 국가의 모든 자원이 동원되고 주요 교전국이 국가적 존망 위기에 놓이는 무력 분쟁을 말한다. 이는 전쟁의 목적, 지역, 참가국, 수단에 있어서 무제한적이다.
전면전의 개념은 군 경험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전쟁영화 및 드라마와 같은 각종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보았기에 이해하기 쉽다. 반면에 침투 및 국지도발은 조금 생소할 것이다. 이는 쉽게 생각해보면 전시상황이 아닌 평시에 이루어지는 각종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는 행위라고 보면 된다. 침투 및 국지도발은 적이 일정 지역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우리 국의 국민과 재산 또는 영역에 가하는 일체의 위해(危害) 행위를 말한다. 우리 군은 평시에도 강한 전투력을 운용해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전방의 GOP를 지키는 초병, 영해를 지키는 잠수함 승조원, 전투기를 조정하고 항공을 정찰하고 있는 조종사들이 그 주역들이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강한 군사력을 건설하고 유지하고 있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카우터가 있어서 상대의 전투력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숫자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다. 물론 이 세상은 넓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스카우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글로벌 파이어파워(Global Fire Power, GFP)는 전 세계에 있는 국가들의 군사력의 정도를 조사하는 2006년에 세워진 비정부 기구이다. 2021년 대한민국의 올해 군사력 평가지수는 0.1509로 전체 138개국 가운데 6번째였다. 군사력 지수는 인구와 병력, 무기 수, 국방예산 등 50개 항목을 산출되며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출처 : 글로벌 파이어파워(GFP) https://www.globalfirepower.com/country-military-strength-detail.php?country_id=south-korea
사실 앞서 이야기한 국가안보를 구성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암기하고 있는 군인은 찾기 어렵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이 회사의 모든 기업전략과 비전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우리 국군을 기업에 비유한다면 세계 6위의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라는 것이다. (세계 6위면 구글과 테슬라 정도의 위치를 갖는다. 참고로 삼성은 11위)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에 이 정도 잘 나가는(?)것이 또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군대를 어렵고 생소하게 느낀다. 아무래도 군대의 임무 특성상 도심이 아닌 곳에 부대가 주로 위치하기에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군대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 방대한 규모와 그에 따른 복잡함에 있다. 의무복무를 마친 군필자, 장기복무를 하는 군 간부도 일생동안 군대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즉 내가 봤던 군대가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현역 대위인 필자도 육군의 일원이기에 해군이나 공군에 대해서는 책이나 뉴스로 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군대는 크고 또 아주 복잡하다.
오늘은 다소 생소한 국가안보전략, 국방목표, 군사전략 개념들을 통해서 어떻게 군대가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는지 알아보았다. 보다 자세한 사항을 다루고 싶지만 현역 군인인 필자는 공개되지 않은 군사에 관한 사항을 언급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정도 정보로도 독자들이 충분히 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무를 보기 위해 숲을 먼저 보라. 군대를 알고 싶으면 국대를 통제하고 조정하는 정부와 국방부에서 제시하는 목표를 살펴야 한다.
마치 우리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튜토리얼을 보는 것처럼,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보는 것처럼,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전에 무료체험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군대와 관련이 없는 독자라도 오늘 다뤘던 개념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역 군인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다. 분명 군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군 입문을 앞두고 있는 청년이라면 입대 전에 군대가 어떻게 군사 대배태세를 위한 계획을 구상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표지 배경 출처 : 국방일보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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