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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ade Not Born 07화

병사, 관리대상이 아닌 '전우'

'우리의 적은 간부'라는 오해 바로잡기

by CalmBeforeStorm

이전 글에서 육군의 교육훈련에 대해 살펴보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군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이제 군대에 대해서 조금씩 더 공감이 가능할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앞선 것들과 결이 조금 다른 내용이다.

병사와 간부에 관한 이야기다.


'군대 일은 어차피 전부 병사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입대 전부터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군에 들어와 이에 동조하는 병사들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주적은 간부' 이런 우려스러운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말이 얼마나 입소문을 탔으면,

나무 위키에는 동일한 제목의 장문의 글도 있다.

* 링크는 따로 첨부하지 않겠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명 만화가의 군 생활을

그린 웹툰 작품에서도 병장과 이등병의 대화 속에

"00아, 우리의 주적은 누굴까?", "간부입니다."

라는 대사가 나온다. 필자도 간부니 당연히 이런 글을

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


사실 더 큰 우려는 간부에 대한 불신이 보편화된다면

장기적으로 대군 신뢰도를 악화시키고 더 나아가서

군의 사기와 전투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줄 소중한 전우를

남보다 못한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도대체 우리의 적

말고 누구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응당 저런 잘못된

생각이 보편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는 것을 견제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여 이 글로 필자의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아래 두 가지를 중심으로 다루겠다.

병사와 간부의 입장 차이

간부로서 겪는 딜레마 상황


첫 번째, 병사와 간부의 입장 차이

핵심은 군 입대 간 '자유의지' 개입의 차이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병역법에 의거 군에 징집된다.

징집 : 국가가 병역의무자에게 현역(現役)에 복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병역법(법률 제17684호) 제3조(병역의무)

①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병사들은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입대하였다.

필자의 할아버지, 아버지, 형도 모두 징집으로 그들에게

부여된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했다.

반면에 필자와 같이 장교 및 부(준)사관의 신분을 가진

군인들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소정의 양성과정을 수료 후

임관선서를 통해 군인이 되었다.

자유의지에 의해서 직업군인을 택한 사람들이 군 간부다.


간부(幹部) 줄기 간, 거느릴 부. 간부의 사전적 의미는

'기관이나 조직체 따위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서 책임을

맡거나 지도하는 사람.'이다.

이제 막 임관한 20대 초반 소위, 하사들부터 군 간부라는

호칭을 주는 이유는 그만큼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간부는 책임지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가려진 숲 속에 알 수 없는 미래와

안타까운 그 시간이 힘들게 느껴져

나는 두렵지 않아 더 많은 시련도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인데

- 탁재훈, '내가 선택한 길'가사 중(1995년)


위 노래 가사에서 가수 탁재훈 씨가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선택한 길을 걷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걷는 병사들에게 군 복무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입대 과정에서 자유의지의 차이와 더불어 계급과 신분의

차이가 더해져서 의무복무 병사는 소극적, 피동적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직업군인인 간부들이

연륜이나 노하우가 훨씬 많고 직책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병사들을 리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만약 같은 전투복을 입었지만, 목표한 바가 다르다면?

간부와 병사로 이분법적으로 나눠진 채 불신과 갈등이

지속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그렇다고 상황을 손 놓고 구경만 할 수 없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 주제로 이어진다.


두 번째, 간부로서 겪는 딜레마적 상황

군 구조개편에 따라 간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였다.

(간부비율 : '17년 31.6% -> 2020년 35.9%, 4.3% 확대)

필자가 소대장을 할 때는 소대의 간부가 2~3명이었는데

중대장을 할 때는 소대에 간부가 많게는 5~6까지 있었다.

군에서 간부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병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 현실이다.


군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대대장님, 여단장님들께서 소대장 하실 때는 소대 간부가

1~2명이었고 병사들은 더 많았는데 임무수행을 하셨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그러면 '어떻게'인데 도대체

무슨 수로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을 고무시킨단 말인가.


국가가 우리에게(간부들) 그 임무를 하라고 봉급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게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 캐치프레이즈처럼 한계를

넘어서 대안을 찾는 간부가 돼보자.

우리(간부들)에게 군 복무를 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듯이

병사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해주면 된다.


인간을 동기 부여하는 두 가지 대표적 방법이 있다.

인센티브 : 돈, 인사상 이익, 칭찬, 포상휴가 등

페널티 : 봉급 삭감, 징계, 해고, 휴가 통제 등

'자극을 주어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 동기부여는 내부의

동인(動因)과 외부의 유발인(誘發因)으로 구성된다.

동기부여를 상과 벌을 통해서 지휘하면 어떨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의무로 군에 온 병사들에게

군대는 18개월이 지나면 떠나는 곳이지 직장이 아니다.

이런 이유에서 현역 간부는 이런 주장을 제기할 수 있다.

"병사들을 동기 부여하기 위해서 간부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병사들에게 가장 큰

유인책은 주로 휴가나 휴식을 보장하는 것인데, 규정을

준수하며 휴가증 발부하고, 일과시간을 지키며 그들이

만족할 만한 휴식 여건을 보장해야 하면서 니즈를 충족

시키기 어렵습니다."

즉 인센티브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


그러면 페널티를 강화하면 어떨까?

"그것도 어렵습니다. 간부 임의로 병사의 휴가를 삭감할

수 없고 무엇보다 페널티는 어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병사의 복무 '적극성'

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옛날처럼 '까라면 까!'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오늘의 대한민국 군대에서 소통없이 오직

권위로만 부하를 지휘하는 간부는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오직 계급과 권위를 통한 지휘는 악수(惡手)다.


"아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다소 진부한 답변이지만 이럴 때 더욱 필요한 것이

간부의 리더십, 즉 지휘역량일 것이다. 간부로서 겪는

딜레마 상황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나눈다.


필자는 임관 후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자) 및 참모로

근무 하였다. 녹색 견장을 차고 있을 때는 항상 간부보다

더 많은 병사들을 이끌었고 그때마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보병 소총 중대장 기준 간부 20명, 병사 60~80명 내외

나 역시 마찬가지로 위에 말한 같은 이유에서 고민하며

나름의 답을 얻었다.

간부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세는 바로

병사를 관리대상이 아닌 전우로 대하는 관점의 전환이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근무하는 대대급 이하 제대는 병사가

구성의 60~75%를 차지한다. (부대 임무에 따라 상이)

병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지휘한다면

부대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

계급과 신분에 차이가 있지만 병사들도 같은 전투원이다.

간부는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군 구조의 2/3 이상을 차지한 병사들을 단지 통제와 관리

대상으로 여기면, 어떻게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


병사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임무를 부여하라.

한 번에 바로 큰 과업이 주어지면 당황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작은것부터 시작하라. 시간이 조금

더 들겠지만 전투에 임하는 전우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한다는 자세로 하나씩 천천히 지도하라.

가끔은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른 법도 있다.


전시에 당신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업이 있다.

예를 들어 적진을 감시하거나 정찰하는 임무는 소수 정예

병력을 운용하면 더 효과적을 수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물론 간부들로만 팀을 구성하거나, 혼합하여 임무에 투입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상황하 병사들로만 구성된 팀을 보내야

한다면 그때도 "병사들만 있으면 불안하니 간부가 같이

가야 한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오늘 다룬 '간부와 병사의 관계'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개선할 수 있다.

가장 결속력이 강해야 하는 집단인 군대에서 아군끼리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서 전쟁의 승리를

예상하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

상하동 욕 자승 (上下同欲者勝) 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바라는 것이 같은 군대가 승리한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한 최고의 병법 서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타당한

보편적 원리를 다루기 때문이다. 승리하는 군대의 제일

우선하는 조건이니 모든 군인은 이를 따라야 한다.


명심하자. 병사나 간부나 모두 같은 군인이다.


<표지 배경 출처 : 국방일보 '21.2.5.>

'해군 1·2·3함대 SSU ‘겨울바다 무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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