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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ade Not Born 06화

중대장이 실망한 이유

'부대관리'와 지휘관에 대한 고찰

by CalmBeforeStorm

군대의 3가지 핵심'Keywords'

만약 당신이 군인이라면(또는 군인이었다면) 이 3가지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1. 교육훈련

2. 부대관리

3. 전투준비

위 3가지는 군 생활의 핵심이 되는 주요한 Keyword이다.

지난 시간에는 첫 번째로 교육훈련을 살펴보았으니, 오늘은 그 두 번째 주제 '부대관리'에 대해 알아보겠다.

참고 :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국방부 훈령 제2273호 '부대관리 훈령'에 명시된 주요 개념들에 기초하여

필자의 의견들 첨가한 것이다.

출처 : https://www.law.go.kr/LSW/admRulInfoP.do?admRulSeq=2200000076719


"부대관리가 가장 기본이다. 기본이 안되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휘관 또는 상급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기본이 바로서야 한다. 부대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그러면 부대관리가 도대체 무엇인가?

부대+관리 = 부대관리니 부대를 관리한다는 말인 것 같은데... 현역군인이라면 직관적으로 어떤 활동을 의미하는지는 떠오를 테지만 명확하게 그 정의가 무엇인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부대관리가 포괄적이며,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훈령에서 명시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2조 정의 6."부대관리"란 부대의 임무 또는 과업을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완수하기 위하여 인원, 물자, 장비, 시설, 예산 및 시간을 활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를 6하 원칙으로 해석해보면 아래와 같다.

Who : 국방부, 각 군

What : 인원, 물자, 장비, 시설, 예산, 시간

When : 항상

Where : 국방부, 각 군

Why : 부대 임무 및 과업 완수

How : 효율적으로 활용

Who, When, Where는 제3조 적용범위를 통해 염출하였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의 적용범위 대상자들이 하는 모든 활동이 부대관리에 해당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훈령의 적용대상자는 다음과 같다.

1. 현역 군인

2. 사관생도,사관후보생,준사관 후보생 및 부사관 후보생

3. 소집되어 군에 복무하는 예비역 및 보충역

4. 군무원


선배님들이 말씀했던 '부대관리가 가장 기본이다.'는 꼭 맞는 말이다. 군대에서 하는 활동 중에 <인원, 물자, 장비, 시설, 예산, 시간>이 관련되지 않은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면 국방부는 왜 이 훈령을 제정하였나?

제1조 (목적)이 훈령은「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등에 따라 규정과 제도에 의한 부대관리와 운영체계 및 지휘체계를 확립하고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강한 전사, 강한 군대"의 기풍을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즉 체계 확립을 통한 전투임무 전념의 여건 조성에 의의가 있다. 제시된 기준을 따르고 각 부대들은 싸울 준비를 해라는 말이다. 부대관리 훈령은 1편 총칙부터 7편 체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가장 핵심은 2편 '부대관리 및 지휘', 3편 '복무', 4편 '사고예방'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2~3편을 이야기하고 추후 4편을 따로 다루겠다.


첫 번째 '부대관리 및 지휘'

이 편은 지휘관의 책무와 지휘감독 및 개인 책임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기술한다. 그 분량은 다른 어떤 편보다 짧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국군의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다. *전체 p.294 중 (부칙 및 부록 포함) 단 2장을 차지함.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에서 지휘관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지휘관"이란 중대급 이상의 단위 부대의 장과 함정 또는 항공기를 지휘하는 자를 말한다. 아, 지휘관은 무엇인가 지휘하는 사람이구나! 우스갯소리로 '지'멋대로 '휘'둘러서 지휘관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참모는 '참'고 '모'신다라나? 요즘 부대에서 그렇게 지휘하면 임기를 다 마칠 수 없을지 모른다.


"지휘"란 지휘관이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계급 또는 직책을 통해서 예하부대에 합법적으로 행하는 일체의 권한 행사를 말한다. 그리고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보편타당한 원칙에 맞게 지휘에도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이제 여러분은 지휘관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감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지휘관은 권한을 가지고 (부대, 함정, 비행기 등을) 이끄는데 그에 따라서 책임도 지는 사람이라 봐도 무방하다.


육군의 경우 중대장부터 지휘관이라고 한다. 부대마다 상이하나 중대장의 계급은 대위가 보편적이다. 대위는 정상 진급 기준 임관 후 햇수로 만 3년이 지나면 될 수 있다. 육군의 경우 '대위 지휘참모과정'이라는 보수교육 수료해야 중대장으로 임무수행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사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면 임관 후 약 4년 정도가 지나야 중대장으로 중대원 앞에 설 수 있다. 중대장은 실망했다.라는 유명한 인터넷 밈(Meme)이 있다.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각종 짤방 및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되었다. 가장 실망을 많이 하는 직업이라고 소개되는 웃픈 상황을 목격한다. 중대장도 명색이 지휘관인데 실망했다고 부하들에게 말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5조(지휘관의 책무)

① 부대지휘에 관한 모든 책임은 지휘관에게 있다.

② 지휘관은 예하 지휘관의 부대지휘를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다.

③ 지휘관은 예하 지휘관의 지휘여건을 보장해 주어야 하며, 고유의 지휘권을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

아마도 실망했다고 말한 중대장은 위 세 가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중대장의 속마음은 사실 이렇다. "아니, 중대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고, 또 나는 중대본부 및 포반 그리고 예하 3개 소대를 지휘 및 감독을 해야 하는데 동시에 소대장들 지휘권을 보장하면서 침해하지는 말라니 소대의 사고도 내가 지휘책임진다는데... 지휘관 참 어렵구나."


훈령에서 2편을 부대지휘 및 관리를 명시한 이유는 이후 3~7편, 280여 페이지 분량의 세부사항을 기술에 앞서 지휘관과 지휘감독이라는 핵심 개념을 항상 염두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지휘관이라면 이 규정을 다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 왜? 문제가 생긴 뒤 '몰랐다'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지'멋대로 '휘'두르면 큰일 난다.


두 번째 '복무'

복무 편은 본문 p.142중에 1/3에 해당하는 만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주 조금 맛보기로 기술해보면

병영생활 행동강령, 보고 및 통보, 신고, 용모 및 두발, 호칭, 군인의 언어, 면회 외출 외박, 군기순찰, 화재예방, 교육평가, 비상소집, 고충심사 등등 군대의 삼라만상 모든 것을 다 품는다. 여담으로 군대에는 이런 규정, 예규가 수십, 수백 가지도 더 존재한다. 어디 그뿐이랴, 비문과 관련 법규, 교리 및 교범도 숙독해야 한다. 이럴 때마다 군인은 참 부지런하고 똑똑해야 함을 새삼 느낀다.


다시 '복무'로 돌아와서 살펴보자. 현역 및 예비역은 위 내용을 언제 교육받았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업시간 같은 느낌이라기보다 이 모든 내용을 한 번에 배우고 암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부대에 전입 와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어떤 내용은 저런 것까지 규정으로 명시되어 있었어라고 놀랄 부분도 있다.그만큼 부대관리규정이 우리의 피부와 맞닿아있는 규정이라는 반증이다.


당신이 새벽마다 불침번 근무를 나갔던 기억이 있다면 제86조(불침번 근무의 목적) 불침번은 당직사관의 지시를 받아 근무하며, 생활관 출입자 감시, 화재·도난의 예방 및 위생 관찰을 그 목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상병 건강검진 날 일과를 열외 하고 국군 수도병원에서 맛있는 통닭까지 먹었던 추억이 있는 독자라면 제105조(상병 건강검진·이등병 건강상담) 덕분(?)이다. 부대관리규정은 우리의 모든 군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제 여러분은 그동안 왜 모든 지휘관들께서 그렇게 '부대관리가 기본으로 되어야 다른 것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를 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갈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부대관리! 이제 우리도 조금씩 군대문화에 대한 기초를 다졌으니 다음에는 세 번째 Keyword인 '전투준비'를 알아보겠다.


<표지 배경 출처 : 네이버 웹툰 '하이브'>

김규삼 작가의 '하이브' 3부 128화 ('18.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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