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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Apr 09. 2024

수영을 나를 더 여행하게 한다

매일 수영하는 여행작가의 수영 예찬

여행 계획이 생기면 이런 생각을 한다.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 머물러야지.' 혹은 '그 도시엔 어떤 수영장이 있을까?'


여행가방을 쌀 땐 수영복부터 챙긴다. 예전에도 수영복은 챙겼다. 그저 호텔 스파나 수영장에 입장하기 위해. 과거에 ’ 수영장’을 사랑했다면 지금은 ‘수영’ 을사랑한다. 중요한 건 여행지에서도 수영하는 행동 자체다. 수영이 매일의 루틴이 된 내게 여행 중 수영은 루틴을 이어간다는 것이니까.


왜 여행까지 가서 루틴 타령이냐고? 생활하듯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고 싶어서다. 그게 낯선 여행지에서도 익숙한 서울에서도 나답게 지내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어디서나 기꺼이 루틴을 이어가려는 것.


수영으로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다 보니, 얼마 전 한 사보에서 운동 예찬 인터뷰도 했다. ‘삶의 리프레시가 간절히 필요할 때 가장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운동 예찬‘이 테마였는데 내가 인터뷰이로 섭외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일상의 반복이 지겨웠던  것 같아요. 마감 끝나고 마감, 계속 한자리에 정체되고  머물러 있는 기분. 그럴 때 수영을 했어요. 같은 자리에서  팔다리만 휘젓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 수영은 나도 모르게  ‘기다리는 힘’을 길러 준 것 같다. 느리다고 재촉하지 않고, 자책하지도 않고 내가 나를 기다리는 힘. 느려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도착한다는 믿음도.


수영을 하고 나서 일상이 단단해졌다면, 여행은 더  리드미컬해졌다.  얼마 전 태국을 여행할 때 아침 수영을 자주 했더니, 그만큼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다른 도시에 갈  기회가 생기면 수영장을 찾아본다. 부산 출장 중 롯데호텔에 머물며 조식 대신 수영을 했던 아침은 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글은 대만 타이중을 여행하며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 구글맵을 뒤져 괜찮은 수영장을 찾았다. 일정도 빠듯한데 일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온 바람에 결국 가지 못했다. 수영을 못해서 그런지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다. 다음주가 너무 기다려진다. 어서 수영장에 가고 싶어서.


앞으로도 어딜 가나 여행지에 어떤 수영장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다. 어쩌면 멋진 수영장에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본다이 비치의 아이스 버그 수영장에서 헤엄치기 위해 호주 시드니로 떠날 계획.

수영 덕에 여행할 핑계가 늘어나는 게 즐겁다.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더 신나게 즐기기 위해 프리다이빙 레벨 1 자격증도 땄다. 더 좋은 건 앞으로 또 무얼 도전할지 모른다는 것.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예전처럼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다. 수영도 매일 하는데 뭘 못하겠어. 일단 해보자.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한다.


매일 수영장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서도 에너지를 얻는다. 어떤 도전을 하든 나의 수친들이 응원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든든하다.


브런치 북 연재는 29회로 막을 내리지만 나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수친들과 여행지에서 떼로 IM(접배평자) 하는 그날을 꿈꾸며. 총총.


p.s 소중한 시간 내어 제 브런치를 읽어 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곧, 새로운 연재로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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