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드릴까 말까 고민하다 알려드립니다. 쪼잔한 수영인 올림
"언니, 수영 등록했어?"
"어머, 벌써 재등록 기간이야?"
신기하다.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매달 수친(수영친구, 이하 수친)들과 똑같은 대화를 나눈다. 매일이든 일주일에 3일이든 수영장에 다니는 수영인들에게 재등록이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일단 하고 봐야 하는 일인데 나는 매번 벌써 재등록일이 돌아왔구나 하고 놀란다.
매번 등록하라고 알려주는 수친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다정한 수친들이 아니었다면 나도 해외 출장을 갔다가 재등록 기간을 놓쳐서 2달 동안 수영강습을 못 받았다거나, 재등록을 한 번 놓친 이후 7시 수영강습에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는 재등록 실패 괴담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매번 재등록을 할 때마다 새삼 놀라는 게 또 하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결제할 때마다 놀란다.) 내가 12세 이상~55세 이하 여성이라는 이유로 10% 할인받는 대상이라는 것. 왜 12세~55세 여성이냐고? 무섭게 말하면 가임기 여성(40이 넘어서도 가임이 될 수 있다는 건 내겐 공포다.)이고, 쉽게 말하면 매달 생리를 한다는 얘기다. 생리 기간에는 수영장에 나오지 못할 수 있으니 그만큼 강습료를 할인해 준다.
처음으로 10% 할인을 받고 수영강습 등록을 했을 땐 이렇게 생각했다. 에이, 생리기간에 일주일 빠지면 1/4도 빠질 수 있는데 더 할인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생리 중에도 탐폰을 쓰면 수영할 수 있는데 할인까지 받다니. 이 또한 내겐 놀라운 변화다. 휴양지에서도 탐폰 쓰기 번거로워 물에 안 들어가던 내가 매일 수영이 하고 싶어서 탐폰을 애용하게 되다니.
수영장마다 강습료는 약간씩 다르겠지만 내 경우 10% 할인을 받아 등록하게 되면 주 5일 수영 강습, 1일 자유수영을 하는데 8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 결제 한다. 다둥이 가족의 경우 더 많은 할인을 받는다고 한다. 결제까지 완료하고 나면, 수영만큼 가성비 '갑'인 운동이 또 있을까 싶어 진다. 물론 수영복, 수모, 수경이라는 장비를 사야 하는 초기 비용이 들긴 해도 필라테스, 테니스, 골프 등 그 어떤 운동과 비교해도 수영강습(1:1, 소규모 제외)만큼 적은 비용으로 즐겁게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는 종목은 보기 드문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이토록 가성비 좋은 운동 수영을 배워보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마구 소문을 내고 싶어 진다. 제발 수영을 배워서 여행을 떠나보라고. 세상이 달라 보일 거라고. 그러다 수영강습 등록이 더 어려워지면 어쩌나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알리고 싶다가도 알리기 싫어진다. 나처럼 쪼잔한 수영인이 마음의 평수를 넓힐 수 있게 한국에 공공 수영장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 좋은 것은 뭐든 많은 사람들이 누릴수록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