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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Jul 31. 2024

수영이 시들시들, 수태기 어떻게 극복하죠?

네, 수영에도 권태기가 있답니다.

'아, 수태기구나.'

7월의 어느 아침 아이폰 알람을 끄며 생각했다. 수태기란 수영 권태기를 말한다. 수영이 하고 싶어서 눈뜨자마자 집을 나서던 내가  뜬 눈을 다시 감다니. 말로만 듣던 수태기가 내게도 온 건가. .수영장에 가지 않을 핑계는 뻔하고도 다양했다. 전날 늦게까지 글을 썼거나, 글을 쓰다 술을 마셨거나. 임상 실험 결과도 있었다. 이렇게 피곤한 날 다급하게 나가서 스트레칭도 못하고 수영하면 어깨가 아팠잖아. 또, 아프기 싫으니 수영 가지 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스르르 다시 눈을 감곤 했다. 잠깐은 좋았다. 다시 스르르 달콤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으므로. 단잠에서 깨어난 뒷맛은 씁쓸했다.  


그런 날엔 꼭 회계(?)하는 마음으로 요가원에 갔다. 요가를 하며 내 호흡과 몸에 집중했다. 그럴 때마다 요가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수영할 때가 더 즐겁다는 걸 느꼈다. 요가는 즐거운 취미라기보다는 내 몸의 한계를 견디고 1센티라도 확장하려는 수련인 것 같다. . 아무튼 요가를 마치고 나오며 하는 생각도 늘 같다. 내일은 꼭 수영 가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도 수영을 가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 왜 그랬을까?


표면적인 이유라고 해야 하나. 명분이라고 해야 하나. 내게 7월은 책 쓰는 달이었다. 고로 수영보다 원고 쓰기가 우선이긴 했다. 그렇다고 수영장에 안 갈 이유는 없지 않나?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역시 수태기였던 것이다. 잘 쓰려고 할수록 잘 써지지 않는 원고 같은 상태.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글이 편하게 써지듯, 수영도 잘하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편하게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다행히 7월에 써야 할 분량의 원고를 쓰고 7월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월말 결산 차원에서 셩이라는 어플로 나의 수영 기록을 체크해 봤더니 역대급으로 저조했다. 역시 수태기였다.


그래서 수태기를 어떻게 극복할 거냐고? 아직 극복 전이라 정답은 모른다. 그저 극복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뿐이다. 그러자 수태기는 어디서부터 오는가.라는 생각에 미쳤다. 수영이란 자유형, 배형, 평영, 접영 4가지 영법이 다인데 그걸 다 배우면 오는 것인가? 수영 강습에서 4가지 영법 중 잘 못하는 영법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 때 오는 것인가? 아무래도 수영 강습을 든는 경우, 매주 집중해서 하는 영법이 있다 보니 좋아하지 않는 영법 집중 적으로 하는 주에는 수영장에 가고 싶어 지는 마음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게 내겐 자유형이다. 자유형 3바퀴, 자유형 10바퀴 이런 말만 들어도 그때부터 숨이 막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장에 갈 수 있었던 던 수친들의 한 마디 덕이다. "언니 오늘 왜 안 왔어?" 대답을 하긴 하는데 아무리 해도  다 핑계 같다. 그래서 내일은 수영 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리'는 아프리카 속담을 좋아하는데, 수태기를 건너는 수영인에게도 적용되는 속담인 것 같다. 올림픽 정신으로 더 멀리 가려면 수친들과 함께 오래오래 수영해야지!


수친이 있어 행복하고 다행이지만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의 수태기가 더 빨리 찾아왔을까? 그 또한 모르겠다. 확실한 건 중급반 1번 레인에서 2번 레인으로 승급하지 못할 땐 수태기가 오지 않았다는 것. 어떻게 해야 승급할까 하는 마음으로 매우 열심히 했다. 그런데 7월부터 중급반 2번 레인으로 옮기고 나니, 목표를 잃은 기분이다. 그렇다면 다른 목표를 세워 수태기를 극복해볼까? 이를테면 한강 수영을 시작한 수친을 따라 한강에 떠 있어 보기. 한강을 건너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엄두가 나지 않으니 일단 한강에 물 위에 누워 보기를 목표로 삼자. 친구따라 한강에 가겠다는 마음을 유지한다면 8월에는 7월보다 자주 수영장에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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