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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지경 Aug 14. 2024

접영 좋아하는 누나의 수태기 탈출기

탈출할 수 있겠죠?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음식에 진심이었던 18세기 프랑스 법률가이자 미식가 장 브리야사바랭이 남긴 말이다. 혹시, 이런 말도 들어보셨는지 "당신이 무엇을 보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이지 말해주겠다." 수영에 진심인 21세기 작가 우지경이 한 말이다. (우지경이 누구시냐 묻는다면 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신이 유튜브에서 무엇을 보느냐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이 보는 유튜브 영상만큼 우리의 취향과 취미와 유머코드와 관심사를 반영하는 게 또 있을까. 나는 요즘 가을 여행을 준비하며 포르투갈 남부여행과 토스카나 여행 영상을 틈틈이 찾아보고 있다. 오늘은 여름 모자를 정리하다 문득 '모자 세탁방법'을 찾아본 후 볼캡 4개를 빨아서 햇살 아래 널어두었다. 이렇듯 내가 보는 영상은 그때그때 내 관심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요리 레시피나 세탁 방법처럼 필요에 의해 찾아보는 영상도 있지만, 식사할 때나 소파에 누워 쉴 때 찾아보는 영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수영 영상을 찾아본다면 당신은 '수영에 진심'인 사람 아니 열혈 수영인이 분명하다. 지난해 봄 초급반 시절의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수영 영상을 찾아봤다. 평영을 배운 날엔 복습하는 마음으로 평영 영상을 보고 평영 발차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을 땐 평영 발차기 하는 법을 찾아보았다. 양팔 접영을 배우고 나서는 접영 팔동작, 접영 발차기, 접영 박자 온갖 키워드를 입력해 접영을 예습하고 복습했다. 


중급반이 된 후에도 나는 유튜브만 열면 수영 영상을 봤다. 사이드 턴을 배우면 사이드 턴을 더 잘하고 싶어서 사이드 턴 하는 법을, 플립 턴을 배우면 플립턴 하는 법 영상을 찾아보는 식이다. 뭘 그렇게까지 보냐고? 수영인에게 수영은 수영 영상은 커피와 비슷하다. 일하기 전 혹은 일 하다 졸릴 때 마시는 커피와 같다. 커피를 마신다고 일을 두 배 세배 잘하게 되지는 않지만, 일하는 모드 또는 잠시 쉬는 모드로 진입하게 해 준다. 


그랬던 내가 한동안 수영 영상을 찾아보지 않았다. 어느 순간 수영 유튜버와 나의 간극을 느껴버렸다고나 할까. 아무리 봐도 따라 할 수 없는 차이. 영상을 본다고 그 차이가 그리 좁혀질 것 같지 않았다. 그때부터 수태기가 시작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랬던 내가 며칠 전 수영 강습을 다녀오자마자 유튜브 창에 '접영 기록 단축법'을 검색했다. 그날 수업 시간에 오리발 신고 접영 50m 기록을 쟀더니 39초. 오리발이라는 부스터 덕에 나온 기록이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더 빨리 더 부드럽게 더 오래 접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싹텄다. 언젠가 구청장 배 기록경기에 출전한다면 나의 종목은 접영일 테니. 지금부터 기록을 단축하는 연습을 하고 싶어 졌다고나 할까.  


드디어 수태기 탈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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