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 인 아메리카 / 님비:우리 집에오지 마
*OTT 플랫폼 wavve를 통해 관람한 25th BIFAN 상영작 후기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바이브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사랑에 빠질 영화.
제목 <디너 인 아메리카>는 남주인 사이먼의 밴드 노래이자, 연결점이 없다고 생각했던 두 인물의 접접이 시작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일종의 테마곡이다.
원래 로코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 조금은 반신반의했지만, 뻔한 클리셰가 거의 없어서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 하이틴 감성의 아기자기함과는 거리가 꽤 멀다. 오히려 공격적이고, 통쾌한 복수극이 가미되어 있는 얼렁뚱땅 로맨스이다. 결핍이 있었던 두 인물이 좋아하게 되면서 결국엔 서로가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과정을 키치하면서도 발랄하게 그려낸다. 패티는 무던해 보인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놀림을 당하고, 사이먼은 밴드 멤버들과 갈등이 생기고 방화범이라는 죄목으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우연한 만남으로 사이먼이 패티에 집에 임시로 머물게 되고, 둘 사이에 있던 귀여운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무엇보다 패티 역의 배우분(에밀리 스케그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나까지 행복해졌다. 어딘가 엉뚱해 보이고 가끔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지만,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매력이 있다. 최근 보았던 로코 중에서는 손에 꼽게 좋았던 작품!
님비라는 말의 의미에서 착안해서 평온했던 집이 정치와 종교적 차이, 네오나치의 등장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되는 현장을 보여주는 영화. 초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를 보면 거의 정반대라고 할 정도로 상반된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전하려 하는 메시지는 참 좋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들이 있다. 내용의 전개를 봤을 때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이야기의 시작) 없이 바로 승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갑작스러운 반대파들의 등장 이전에, 인물들의 서사를 조금 더 촘촘히 쌓았더라면 전체적인 이해에 조금 더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갈등과 혼란은 관객인 나의 입장에서는 영화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뿐이었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