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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Feb 08. 2022

튈르히 정원의 불쌍한 비둘기

오랑주리를 가는 튈르히 정원에서

분수 앞 비둘기가 웅덩이에서 훌쩍인다

옆에는 호수를 가르지르는 오리

오리는 도도하게 물살을 가른다

애쓰는 비둘기 따위 안중에도 없다



웅덩이 속 비둘기는

아무리 털 끝까지 몸을 적셔보아도

헤엄은 칠 수 없다


결국 비둘기는 비둘기

헤엄칠 수 없는 비둘기


불쌍해

그런 비둘기를 한참을 쭈그려 앉아 바라본다

비둘기야 너는 왜 오리가 되고 싶어하니?

비둘기는 말없이 구구구-

하염없이 물 속에 잠겨 털을 뽑고 구구구-

 

바보 비둘기

빵 조각을 내어준다

넌 헤엄은 칠 수 없지만 빵 조각은 먹을 수 있잖니

비둘기는 물 웅덩이에서 나와 구구구-

빵을 먹는다 구구구-



슬프지만 너는 오리가 될 수 없어

헤엄을 칠 수 없어

비둘기가 다시 웅덩이로 들어간다 구구구-

물 속에 잠겨 발을 움직인다 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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