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를 가는 튈르히 정원에서
분수 앞 비둘기가 웅덩이에서 훌쩍인다
옆에는 호수를 가르지르는 오리
오리는 도도하게 물살을 가른다
애쓰는 비둘기 따위 안중에도 없다
웅덩이 속 비둘기는
아무리 털 끝까지 몸을 적셔보아도
헤엄은 칠 수 없다
결국 비둘기는 비둘기
헤엄칠 수 없는 비둘기
불쌍해
그런 비둘기를 한참을 쭈그려 앉아 바라본다
비둘기야 너는 왜 오리가 되고 싶어하니?
비둘기는 말없이 구구구-
하염없이 물 속에 잠겨 털을 뽑고 구구구-
바보 비둘기
빵 조각을 내어준다
넌 헤엄은 칠 수 없지만 빵 조각은 먹을 수 있잖니
비둘기는 물 웅덩이에서 나와 구구구-
빵을 먹는다 구구구-
슬프지만 너는 오리가 될 수 없어
헤엄을 칠 수 없어
비둘기가 다시 웅덩이로 들어간다 구구구-
물 속에 잠겨 발을 움직인다 구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