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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ul 02. 2021

함께한 시간으로만 만들수 있는것

'우리' '가족'

 부모님께서는 항상 가족이 일 순위셨다. 나는 대학생 때까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라는 아버지의 말에, 부모님의 부부동반 모임에 따라가서 회도 먹고 고기도 먹고 그랬다. 부모님은 철물점을 운영하셨는데 가게를 닫는 주말에는 꼭 나를 데리고 산으로 들로 놀이공원으로 나들이를 가시곤 했다. 외식도 많이 했다. 아귀찜, 누룽지 삼계탕, 삼겹살 등등. 철물점 거래처 분들이 새로 가게를 열면 부모님은 꼭 나와 동생을 데리고 가셨다. 맛있게 밥을 먹고 나오며, 식당 사장님께서 "사장님 감사합니다~"하면 내가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 철물점에 앉아 피식피식 웃으며 이런 생각도 했다. '우리 아빠는 사장님이야. 우리 아빠는 제일 높은 사람이야.'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악착같이 돈을 버셨고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키우시며, 또 아버지의 철물점 사업을 도우며 그렇게 열심히 사셨다. 나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깊은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 결혼 전에는 마치 함께 등산을 하는 느낌이어서 서로 엎치락뒤치락 이 길이 맞네 저 길이 맞네 하면서 싸우고 울고 화해하고 하는 고군분투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약간 예전을 관조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 같다. 산 정상에 올라서 보는 풍경이 더 평온한 것처럼. 그땐 그랬지. 맞아. 그랬었지. 하고- 우리 부모님 세대에 열심히 살지 않은 분들은 없을 것이다. 대학 진학은커녕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비조차 부담이었던 때니까 말이다. 그런 부모님의 유년기를 알고 있고 또, 그런 어려움을 모두 딛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도 사고, 거의 무에서 유로 재산도 불리는 그런 모습들을 평생 봐 왔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 또한 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것, '엄마'가 '엄마'가 되고 '아빠'가 '아빠'가 되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그 전에는 시부모님과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았고, 또 남편이 연락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간단한 안부 외에는 그렇게 자주 연락을 드리진 않았다. 또, 결혼하고 옮긴 교회에서 시부모님을 매주 뵐 수 있었기 때문에 따로 연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번 언급했던 나의 '착하고 친절한' 모습 때문인지 시부모님, 특히 시아버지께서 이런저런 요구들을 하실 때면 어떻게 반응을 해야 될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요구들이 나를 못마땅히 여기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 같았다. 우리 엄마 아빠가 한 말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아 싫어요!'하고 말 것들인데, 이상하게 그 말이 어려웠다. 동시에 마음만 상했다. 큰 문제라면 큰 문제일 수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요구에 대한 것들은 모두 해결되긴 했다. 나는 '남편과 결혼한 것이지, 시집을 온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고, 제법 당돌하고 매몰차 보이는 그 말에 시아버지께선 '빨리 가까워지고 싶어서 무리를 한 것 같다며' 너무 정중하게 사과하셨다. 그리고 똑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결혼 초에는 나도 많이 무리를 한 거 같다. 잘 보여야 되는데, 이쁨 받고 싶은데- 하는 마음을 가졌었다. 근데 가족이 된다는 건, 서류상으로, 호칭으로 단기간에 가능한 게 절대 아니고, 함께한 시간으로만 가능한 것 같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남편과 시부모님에 대해, 시할아버지, 시할머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아는 만큼 덜 오해한다. 아는 만큼 우리는 더 가까워진다. 아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다.


혹시 이 글을 결혼을 앞둔 분들이 읽는다면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이고 싶다. 결혼이란, 가족이 된다는 것은 장거리 경주니까 단기간에 어떻게 뭔가를 해 보려고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는 것. 사랑받으려고, 가족이 되려고 내가 아닌 모습을 고수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자. 상대방을 알아갈 시간을 갖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란 감정이 싹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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