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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아프지만 괜찮아

엄마의 브런치북 '아프지만 괜찮아'에 대한 딸의 글

by 정원 Nov 25. 2021

엄마께서 암 투병 중이실 때 글을 보았다. 눈물이 조금 흘렀다.


엄마께서 어느 날 머리를 밀고 오셨을 때, 엄마가 병에 걸린지도 그것 때문에 머리를 민 건지도 몰랐던 6살 때, 엄마가 달처럼 동그래졌다고 했던 내가 후회스럽다. 그땐 몰랐었다. 그리고 7살이 돼서야 알았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눈물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팠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보살펴주셨다. 시간이 지나, 8살 여름방학이었다. 난 멀리 있는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엄마께서 치료를 받으러 입원을 하셨어서 그렇다. 내 생일은 여름방학, 8월이다. 난 엄마 없는 생일을 보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온갖 방법을 쓰셨다. 하지만 기분은 풀리지 않았다. 특히나 저학년이었던 나에게는 너무나 슬픈 일이었다. 그리곤 여름방학 내내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다.


9살. 엄마께서 다시 회사에 가신다고 하셨다. 난 학교 가는 시간보다 일찍 엄마와 나와서 회사 버스를 타는 엄마를 보고 학교에 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행복한 나날인 줄 알았던 하루하루가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엄마의 암이 다시 재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7살 때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10살이 되고, 우리 가족은 엄마의 건강을 위해 산이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왔다. 엄마께서는 아침마다 차를 마시고, 매일같이 산으로 가셔서 운동을 하셨다.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고 엄마의 암이 나았다는 엄청난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쁨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고 나는 11살. 고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7살 때처럼 약하다. 엄마께서 3달에 한번 정도 검사를 받으시는데 나는 검사를 받는 날이 오면 가슴이 벌렁벌렁 터질 것만 같이 뛴다. 어느 하루는 엄마께서 검사를 받으러 가실 때 같이 갔는데 조영제가 엄마 머리에 쏟아지고, 조영제 부작용으로 엄마 몸에 두드러기가 난적이 있다. 그때 내 가슴은 미친 듯이 뛰었고 조영제에 대한 모든 것을 검색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행복하다. 엄마께서 건강한 것에 감사하다.



엄마의 브런치북을 읽은 딸의 글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urtsbutokay

그동안 아이에게 나의 글을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이입으로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딸과 함께 글을 쓰게 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나의 지난 글들을 읽게 되었다. 


4학년,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전과 다르게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의논할 수 있을 만큼 아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성장이 감사하기도 하면서, 훌쩍 커버린 아들에 이어 딸도 그렇게 빨리 클까 봐 서운해질 때도 있다. 육아로 힘들 때는 언제 커서 말이라도 통할까 싶었는데, 아이들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이제 두 아이 모두 내 품을 떠날 시기가 다가오는 것이리라. 


얼마 전, 검사를 받을 때 딸과 동행했다. CT를 찍는데, 조영제 투여를 위해 연결된 줄이 빠지면서 머리에 조영제가 쏟아졌다. 또, 그날따라 조영제 부작용으로 두러기가 나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혼자 검사받으러 다닐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것이었기에 당황했는데, 아이는 한 손에는 엄마의 옷과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내 몸을 감싸며 여기는 병원이고 의사 선생님이 곧 와서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주사를 맞고, 서로의 품에 기대어 두드러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가족은 서로의 어깨를, 손을 내어주고 의지하며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특히, 엄마와 딸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연계가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내게 그랬듯, 나 역시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가며 아이의 곁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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