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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동그라미를 그릴 시간

2019/8/22 발표

by 고요한밤

1. 글 속의 입학식이 2017년 8월이므로

지금 벌써 8년의 시간이 지났다.

한 번 꽂히는 게 있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과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재능, 사교성을 타고난 이 아이가

여러 차례 글로벌 이사와 전학 과정을 거쳐

어떤 곳에서 대학 생활을 하게 될 것인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엄마로서 늘 조바심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다양하게 입학 지원을 할 수 있는 미국 입시에서

결국 내 아이를 믿고 뽑아주어 최종 결정을 한 학교

그 학교가 지금까지도 가장 자랑스러운 곳이 되었다.


2. 아이는 9학년 하이스쿨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하였다.

미국 오기 전에는 꾸준히 수영을 즐기며

축구나 럭비 등 단체 스포츠를 하다가

미국에 온 미들스쿨 2년 간

아빠와 토요 골프를 하는 정도로만 유지하던 중

야구장이 갖춰진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학교 야구팀에 본격 조인하게 되었다.

야구 룰도 잘 모르고 처음엔 실수 투성이었으나

체격도 커지고 힘도 세지고 승부 근성이 발동한 탓인지

어려서부터 야구를 해오고

야구로 대학 갈 준비를 하던

난다 긴다 아이들 틈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방과 후 매일 있는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훈련 이후 자발적으로 남아서

추가로 공 던지는 연습을 할 때에

9학년 막내의 공을 받아주는 포수 역할을 해주던

듬직하고 푸근한 인상의 12학년

영어권인 한국 형님이 있었다.

그 형은 4번 타자와 3루수로서도 맹활약했고

아이와는 1년밖에 겹치지 않았지만

종종 안부를 전하는 선후배로 지냈던가 보다.

아이는 이듬해 선발 투수로 나설 정도로

경기력이 놀랍게 향상되었으나

야구팀 코치의 부탁을 뒤로하고

배구팀으로 전향하여 학교 주전 선수로 열심히 뛰었다.


3. 매년 3월 말 정도면 웬만한 대학 발표는 다 끝나고

4월 중 주말을 이용해 합격한 학교들을 방문하여

학교를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5월 1일까지 단 1곳에만 최종 선택과 등록을 하고

나머지 안 갈 학교들 합격자 명단서 이름을 빼야 한다.

아이와 우리 부부는 4월의 어느 주말

비행기를 타고 후보 학교에 도착하였다.

3년 위인 야구팀 그 형이 다니고 있던 학교라

미리 연락하여 방문 일정을 알린 덕분에

도착하여 저녁 먹고 난 후 그 형이 아이를 데리러

우리가 묵고 있던 호텔로 직접 왔다.

아이는 형을 만나 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사람들을 만나고

Frat이라 불리는 친교클럽 기숙사도 방문하는 등

외동인 아이에게 더욱 생생하고 값진 시간이 되었다.

아이가 신입생일 때에 그 형은 4학년이 된지라

역시 1년밖에 같은 캠퍼스에 있지 못했으나

여러 모로 아이를 챙겨주고 조언해 주고

친교클럽의 정식 멤버로 선발되는 데에도 추천해 주는 등

그야말로 한 형제처럼 어우러져 지냈다고 한다.


4. 그곳의 4년간 아이는 눈썹이 휘날리게 바쁘게 살았고

전공 변경, 음악 부전공, 사물놀이팀, 오케스트라 등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재미있게 잘 지냈다.

구체적인 생활은 잘 모르고 전해듣지 못했으나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치열하게 길을 찾고

자신만의 방향을 계획하는 데에

유무형의 많은 도움들이 있었다.

아이는 대학 졸업 후 베이 지역에 일자리를 얻고

4년째 한 집에서 지내며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나 놓고 나니 참으로 감사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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