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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킬포, 문우들과의 만남 [1]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by 고요한밤

미국 산호세 살고 있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다섯 여인네들.

감히 ‘문우(文友)‘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만나게 된 인연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 보기로 한다.


1.

몇 년 전이었을까

서울에 가느라 집을 비울 때면

항상 고양이와 강아지를

맡길 곳을 찾는 게 중대한 문제였다.

얼바인에 살 때는 한인 동물병원에서

둘 다 한 공간에 보딩 서비스를 해주셔서

아무 걱정 없이 여행이나 외유가 가능했다.

물가 비싼 북가주로 이사 오고 나니

믿고 맡길 만한 곳은 찾기 힘들었고,

찾게 되더라도 일정이 안 맞거나

맡기는 요금이 턱없이 비싸거나

거기다 둘을 동시에 맡아줄 곳 역시 없었기에.

차만 타면 멀미와 구토를 해대는 고양이는

집에서 10분 거리 동물병원 지점에,

그나마 멀미가 덜한 강아지는

집에서 20분 거리 동물 보딩 전문 체인점에

각각 예약하고 맡겨야 했다.

처음으로 각각 떨어져 있다가

근 몇 주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거의 이산가족 상봉의 수준으로

두 녀석은 끅끅 소리를 내며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뒹굴었다.

짧지 않은 우리 집 살이에서

유일한 동반자로서 서로를 인식하고 산 탓인지.

눈에 보이지 않아 서로의 부재가 슬펐나 보다.


2.

한두 번 그렇게 둘을 따로따로 맡기고 보니

집 떠나기 전날 안 그래도 바쁜데

둘을 각각 싣고 짐 챙겨서

각각의 시설에 내려주는 시간들이 번거로웠다.

그래서 미국 거주하는 여성들이 주축이 된

미씨쿠폰 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한

산호세 지역 커뮤니티 방에 광고를 냈다.

모월 모일부터 얼마 동안

강아지와 고양이 둘 다 맡아주실 분은 연락 달라고.

가장 먼저 연락이 온 집에서

흔쾌히 두 마리를 맡아 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쪽지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했다.

차멀미하는 고양이 대신 강아지를 데리고

그 분의 댁으로 미리 분위기 탐색 겸

인사 차 사전방문을 하게 되었다.

만나고 보니 그 분과 연배도 비슷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관심사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느낌이 왔다.

두 마리가 서로 안 떨어지고

한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다고 맘을 푹 놓고

며칠 후 두 녀석들을 맡기고 가뿐하게

근 한 달 동안 서울을 다녀왔다.


3.

그 한 달간에 그분은

본인도 몰랐던 고양이 알러지가 있음을 알게 되고

알러지 약을 먹어가며 고양이를 돌보셨다고.

거기다가 배설물 모래박스 처리 때에

특유의 나쁜 냄새가 거슬리실까 봐

냄새 안나는 톱밥 재료의 모래로 교체해 드렸는데

집에선 무난히 배설하던 고양이가

낯선 다른 환경에 놓여서인지

배변의 실수를 곳곳에 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맡긴 동안에는 단 한마디도 안 하셔서 몰랐다가

미국에 돌아와서 픽업 갔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날리는 털과 지독한 냄새에 고생하셨음에

얼마나 죄송스럽던지.

다행히 강아지는 운동과 산책도 많이 하고

그 집 누나들과 잘 지내주었기에

이후로 강아지만 따로 그 집에 연락드려 맡기곤 했다.

BTS를 애정한다는 그 가족을 위해

한국서 기념 선물도 따로 고르곤 했다.

평상시 따로 연락하거나 만나진 않지만

어쩌다 강아지 맡길 때만 도움을 요청하는

다소 느슨한 지인의 관계로만 몇 년을 지나왔다.

그러다가 작년 9월 초 서울에 머무는 동안

그분에게서 갑자기 카톡이 왔다.

Zoom으로 만나는 글쓰기 관련 모임 시작 관련해

내 생각이 났다며 조인하겠냐는 질문이었고

약간의 망설임 끝에 Yes로 대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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