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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에 기증된 삶의 기록들

2021/03/09 발표

by 고요한밤

1.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그간 국내외 수많은 이사를 거치면서도

집안 구석에 박스로 고이 보관되어 온

시부모님의 소중한 소장품들이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기증되었다.

두 분이 오랜 연애와 결혼, 자녀 출생 등을 거치며

군 복무와 해외 파병으로 떨어져 계신 시간 동안,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로 음성 통하기도 힘들던 그 시절,

꾹꾹 눌러 정갈히 써내려간 편지지 수백 통에는

소소한 일상과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아버님은 그 시절 긴 시간 자신을 기다리느라

몸과 마음으로 고생하신 어머님에 대한 감사를

평생 한결같은 배려와 공경으로 표현하셨다.

두 분은 서로 상대방을 존경하고

무조건 일생의 최우선 순위로 칭하시며

언제 어디서든 두 손을 꼬옥 쥐고 동행하셨다.

2.

반세기 이상 해외 생활을 마치고

영구귀국으로 한국에 돌아오신 이후,

당시 건강이 좋지 않으신 중이었지만

아버님은 말쑥히 정장을 차려입으시고

카메라 앞에서 5개 주제로 문답식으로 진행한

구술영상 촬영 시간을 준비하셨다.

그 영상 시리즈를 통하여

한국의 근현대 시대를 돌아보며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의미를 또박또박 전달하셨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측의 협조로 구축된

구술 아카이브에 정식 등록된 영상을 통해

박물관 현장의 기증자 화면 앞에서

수화기 모양을 귀에 대면

아버님의 생생한 당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3.

살다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구나 싶게

K-문화가 글로벌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케.데.헌‘ 열풍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로 나와

이제 대만 쯤은 손쉽게 오갈 수 있게 되었다.

90년대 초반 갑작스러운 대만과의 단교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교민들의 중심에 계셨고

양국 정치계에 외교적 상황을 수시로 전달하셨으며

현지인들 상대로 한국과 한국어, 문화 전달에

민간에서 애쓰셨던 아버님같은 분들이 계셨기에

그 밑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현재일 것이다.

국내외 온갖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한국과 한국인을 자랑스럽게 알려내신

수많은 분들의 시간과 노고들이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도도히 흐르는 장강과 같다
그 속에 무수한 개인의 삶이 함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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