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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Jul 13. 2023

주식하는 아이들

그때 살 걸, 그때 팔 걸, 그때 돈 뺄걸.

6학년 1학기 사회 2단원은 경제 영역이다.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특징을 알아보고, 1960년대부터 어떻게 경제가 성장해 왔는지 탐색한다. 그 이후에는 다른 나라와 교류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 알아본다. 그중 두 번째 단원인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교과서에서는 60년대는 경공업 발달, 70년대는 중화학 공업 발달, 이런 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어떻게 수업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동학년 선생님께서 '주식레이스 게임'을 소개해 주셨다.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선생님들께서 만든 자료인데,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기사와 뉴스 자료를 읽고 그것을 토대로 30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7차에 걸쳐 주식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주식을 해 본 적이 없어 걱정도 되었지만 뉴스일기의 연장선처럼 슬쩍 들이밀어 보리라 생각했다.


준비할 것이 많았다. 일단 교사의 자료 숙지는 기본이다. 학습 자료를 꼼꼼히 읽어보고, 수업에 쓸 것인지 스스로 오케이 사인을 내려야 한다. 어떤 자료는 흥미에만 치우치기도 하는데 이 자료는 재미와 학습을 모두 놓치지 않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7차+@ 의 시간이 확보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학기말인데도 좀처럼 틈새 시간이 나지 않을 만큼 빠듯하지만 시간도 확보했다.





1학기 때부터 사회 수업에 공을 들여온 터라 아이들도 새로운 수업을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러나 학습지를 들어 보이는 순간 긍정의 눈빛을 거두고 시험 보는 것 아니냐며 경계 태세를 갖춘다.


"시험 아니야, 우리 뉴스 읽을 거야."

"또 뉴스예요?"

"어, 뉴스도 읽고 게임도 할 거야. 주식 게임."


"돈은요?" , "저도 주식 있어요."

본인이 가진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바탕 쏟아낸다.


"각자 30만 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할 거야. 투자 방식에 따라, 시대 흐름을 잘 읽는지에 따라 자본금이 달라지겠지. 너희가 수익률을 높이고 싶으면 선생님이 나눠 주는 신문 기사를 꼼꼼히 잘 읽어야 해."


아이들은 신문 기사에 보물이 숨겨진 것 마냥 전투적인 모습으로 읽어 나간다. 몇몇은 심드렁하다.


"얘들아, A는 기사에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치면서 읽는다."



이 한 마디에 너도나도 형광펜을 꺼낸다.


"야, 어디가 오를 것 같아?"

"나도 몰라. 그냥 읽어."

"너 어디에 투자했어?"

"나는 K의류에 몰빵 할 거야."


머리가 터질 듯한 투자 공부를 마치고 제시된 기업 중에서 종목과 수량까지 결정했다.

결과 발표 카운트다운 화면을 보자 시킨 사람도 없는데 모두 소리 높여 외친다.


"10, 9,...... 3, 2, 1!"

"와-아."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나 50% 올랐어."

"나도 거기 넣으려고 했는데."

"난 이 정도면 만족해."


각양각색의 반응이다.


그렇게 몇 차례의 경제 성장기와 혼돈의 IMF를 겪고 이제는 마지막 투자만 남겨놓고 있다. 아이들이 투자한 내용을 엑셀표에 입력해서 결과표를 칠판에 붙여 놓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바쁜 학기말에 이것까지 하고 있으려니 또다시 내적갈등이 밀려온다. '하지 말걸.' 그래도 칠판 앞에서 조그만 글씨를 손으로 짚어가며 내 돈이 얼마나 불었는지, 누가 투자를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뒷모습을 보면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된 거 맞지? 얘들아?'





대한민국의 능력 있는 선생님들 덕분에 이번 수업도 성공적이다.




(사진 출처: 경제금융교육연구회 '대한민국 경제성장 주식레이스' 학습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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