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y everything Dec 25. 2023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어.

엄마는 글을 쓸 테니 넌 다꾸를 하거라.

올해 추석,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 엄마와 함께하는 데이트가 그려졌다. 다 큰 아들이 엄마와 함께 다정하게 소품샵에서 스티커를 구입하고 직접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의 약어)까지 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스티커 구입 가격이 10만 원을 넘는다는 것도 큰 충격이었다.


"스티커를 10만 원 넘게 샀대. 얼마 안 산거 같은데."

"엄마, 스티커 한 장에 2500원 넘어."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다꾸 알아?"

"그럼, 알지! 나도 가끔 해."


스티커는 일기나 종이를 꾸미는데 조금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다꾸'라는 전문가적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귀여운 스티커나 편지지, 엽서를 보면 지나치지 못했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났다. '안네의 일기'처럼 일기장에다 이름을 지어주고는 글로 속마음을 끄적였던 단발머리 중학생 시절도 떠올랐다. 그때부터였을까? 글 쓰는 재미를 알고 기록하는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 그리고 그것이 이어져 글을 쓰지 않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은 TV시청이 끝나고 엄마 모드가 되어 딸에게 욕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엄마는 글 쓰니까 너는 다꾸 할래?"

"생각해 볼게."


쉽게 대답을 안 해주던 아이는 할아버지댁에서 추석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방에서 사부작 거리더니 수첩을 한 권 내민다.


"이게 뭐야?"

"내가 다꾸한거야."

"진짜? 한 번 볼래."


첫번째 다꾸ㅡ추석


추석의 이야기를 한 장에 담아 몇 개의 스티커를 붙인 아이의 다꾸는 괜히 귀여웠다. 보름달 스티커가 없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추석에 먹은 음식을 스티커로 붙이고는 엄마의 표정을 살피는 아이는 딸이지만 사랑스럽다. 그렇게 엄마의 브런치 글을 기웃거리고 관심 갖던 아이는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회성에 그치던 글쓰기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딸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스티커에 담긴 깨알 같은 의미를 찾는다거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내 딸이지만 기특하여 나만의 최애 다꾸 작가님이 된다.


"작가님, 저랑 다꾸 관련 글 써보실래요?"


진지함을 담아 존댓말로 제안 메일, 아니 제안 대화를 시도해 본다.


"작가님이 다꾸한 걸로 제가 브런치에 글로 쓸게요. 이제 최작가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작가님?"



이렇게 아이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했으니 최소한 10번은 보장돼야 하는 우리만의 계약이다. 부디 작가님이 계속 작업을 이어갔으면  좋겠고, 나 또한 글로 잘 버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두번째 다꾸




엄마랑 딸이랑 우리끼리 Q&A


1. 언제부터 다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나요?

엄마가 글을 써보라고 했는데 하기 싫어서 유튜브에서 일기 관련 영상을 검색해 보다가 스티커로 예쁘게 꾸며진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너무 예뻐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범지'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좋아합니다.

(네, 참으로 솔........ 직한 답변 감사합니다.)


2. 다꾸를 한 지 3개월이 되었는데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스티커를 아끼려고 했는데 완성한 것을 보니 너무 허전해서 한 번 스티커를 꽉 채워봤더니 결과물이 만족스러웠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스티커를 너무 아끼지 않고 필요한 곳에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일상을 기록하니 나중에 볼 때 쏠쏠한 재미가 생겨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