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8년
왜 나는 쓰려고 했을까? '작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지 2년 하고도 11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되려고 했던 꿈은 숙명과도 같았다. 나는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 써야만 했다. 그동안에 성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 아직 제대로 된 책 한 권 출간을 하지 못했다. 아..... 도서관 전시용 소설 한 편은 썼다. 빨리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쓰고 싶은 게 워낙 많았다. 완벽한 글을 쓰고 싶었다. 뭘 써야 할지 고민이 길었다. 어떤 도구로 써야 할지 고민도 많았다. 하나 더 출판 기획을 쉽게 봤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아니다.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계속해서 맴돌고 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블로그에 올렸던 첫 글을 읽어봤다. 누굴 향해 쓴 글인가 라는 생각이 가장 처음에 들었다. 나의 두서없는 글을 읽으며, 감탄했다. 이토록 밀알 만큼의 재능도 없는 사람이 글을 쓰겠다고 덤벼들었나? 역시 재능보다는 노력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정도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장족에 발전이다. 이제는 읽힐 수 있는 글은 쓸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지난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군 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나 쓸 수 있는 글의 장르도 다양해졌어 이제는 소설도 쓰고, 시도 쓰고, 논픽션도 도전 중이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거지. 이것저것 잡아보며 방황하길 잘했어. '이것저것'이 시간 낭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앞으로 지금처럼만 '이것저것' 건들다 보면 충분히 좋은 작가가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을 내게 들려줬다.
전에는 에세이 한 권 빨리 써서 출판사를 통해 책 한 권을 내는 게 목표였다. 이제는 목표가 달라졌다. 시간이 좀 늦더라도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또 다시 자화자찬 타임. 나 참 끈질기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독서모임을 하며, 글을 썼던 시간 5년. 혼자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글을 쓴 지 3년. 넉넉히 잡아 8년. 포기하지 않은 내가 대견스럽다. 중간에 글과 멀어진 시간도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다시 돌아온 내가 자랑스럽다. 만약 내가 유명 작가가 되어 누군가 내게 인터뷰를 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상상해 본다. 왜냐면 나는 상상을 좋아하니까. 내게 마이크를 가져다 내미는 기자. '글쓰기에도 재능이 필요합니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좋은 글을 쓸 수 있죠?'라고 묻는다 나는 부끄러운 기색을 살짝 내보이고, 헛기침을 한 번 한후 대답할 것이다.
"네 재능 꼭 필요해요 재능 없으면 못 버텨요. 어떤 재능이냐고요? 아무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끝까지 내 글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요. 이거 하나면 쓸 수 있어요 생각만 하지 마시고 일단은 써보세요."
인터뷰를 마무리 짓고 뒤를 돌으려던 찰나 다시 한 마디를 더한다.
"아!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긴 방황을 하셔야 합니다. 저처럼 말이에요. 어떤 글을 써볼지 화면 빈커서만 멍하니 쳐다보기도 하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썼다가 지우기도 하고, 오랜 노력으로 완성된 한 편의 글을 찢어버리기도 하고 호호 불아가며 갓 나온 글을 손에 조심히 담고 있다가 남에게 먹였을 때 싸늘한 반응을 보며 실망하기도 하고, 나는 글에 재능이 없는 거 같아 라고 말하며, 글과 싸워 멀어져 보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펜을 붙잡고 아냐! 나는 글을 써야겠어 너밖에 없어 라며 다시 관계를 시작도 해보고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방황의 시간을 잘 견뎌야만 해요. 방황의 시간이 견디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나보면 방황의 시간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 될 거예요. 방황이 거듭되고 다시 도전할수록 나는 단단해질 거예요. 단단해져야 비로서 온전히 내 글을 사랑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