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부류

쓰기 싫어도 써야만 했다

나는 내게 왜 쓰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좋아한다. 오늘도 같은 질문을 두 번째 던진다. 나는 써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걸 느끼는 건 확실하다. 같은 말을 들어도 확대해석 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성향 덕분에 다른 사람이 내게 전하는 의도를 잘 못 받아들일 때가 있다. 상대는 분명 내게 별 뜻 없이 했던 말에 상처받기도, 설레기도 한다. 그렇다. 나는 별거 아닌 것에 울고 웃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이런 나를 받아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찾아보니 나 같은 부류가 많지 않다는 걸 느꼈다. 내가 느꼈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바닥에 늘여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은 남자가 뭘 그렇게 구구절절 말이 많냐는 핀잔을 할 때가 있다. 가끔 나는 과묵함을 강요받는다.

 매번 핀잔을 듣고 과묵을 강요받았던던 건 아니다. 내 말에 깊은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더라. 그런 사람에 특징은 재밌다. 왜냐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공통적인 말을한다. 다른 사람하고 미묘한 다름을 느끼며 산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나', '나'는 그들이다. 너무 비슷해서 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런 사람을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떤 종족이 하나 있다는 느낌이랄까?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처럼..... 그럼 우리는 뭐라고 부를까? '쓰기족'이라고 부르자. 쓰기족은 일반인 보다 많은 걸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이들에게 들숨은 외부 자극이고 날숨은 표현이다. '쓰기족'은  외부자극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끊임없는 자극은 숙명임을 알게 된다. 이들은 외부자극을 해소하지 않으면 노폐물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폐물은  '스트레스' 라고 불린다.  이들은 노폐물을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해야만 했다. 그러다 찾은 것이 쓰기라는 놀라운 발명품이었다. 쓰기가 놀라운 발명품인 이유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의 제약까지 받지 않는다. 이보다 손 쉽게 노폐물을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쓰기족'이 노폐물 제거방식으로 처음부터 쓰기를 채택한 건 아니다. 여러 방식을 사용해 봤다. 말해보기도, 술을 마셔보기도, 운동을 해보기도, 그림을 그려보기도, 춤을 춰보기도, 악기를 연주해보기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쓰기가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쓰기족'에게 '쓰기'란? 숨쉬기와 같으랴.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러니 당신도 만약 나와 같은 부류라면 함께하자. '쓰기족'이 된 걸 환영한다. 당신은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