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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 Apr 27. 2024

아무것도 없는 초보작가 출간기 6편

해탈 편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 흔한 SNS나 블로그도 없었다. 책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글을 올려본다는 브런치에도 글 한번 올려본 적이 없었다. 나는 유명인도 아니고 특정분야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쌩초보'였다. 업무상 회사에서 글을 자주 쓴다지만 내가 쓰려는 에세이와는 거리가 먼 딱딱한 정보 위주의 글이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 책을 내고 싶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책이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채.


*이 글은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이였다>(클랩북스, 2024)를 쓰고 출간하기까지의 전 과정(2023.4~2024.4)에 대한 글입니다. 책을 내고 싶은 분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 쓰는 글인 만큼 최대한 담백하고 간결하게 씁니다.




3월 말, 이제 남은 일은 책표지를 완성하는 일뿐이었다. 물론 책이 나오면 열심히 알려야겠지만 일단 한권의 종이책이 나오려면 말이다.


출판사에선 추천사를 써줄 분들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같은 초보 작가에게는 추천사가 필수다. 추천사는 온라인 서점의 책소개 페이지에도 들어가지만 내 책처럼 책 뒷표지에 인쇄되기도 한다.


출판사에서 추천사를 부탁할 분들은 꽤 유명한 분들이었다. '이 분들이 진짜 내 책을 읽어보신다고?' 하며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그중 감사하게도 서늘한 여름밤님이 추천사를 써주게 되었다.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의 대표인 서밤님은 그림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나에게 다정한 하루>라는 책을 낸 작가님이다. 나 역시 오래전부터 이분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모든 책을 사모았으니 이번 추천사 덕분에 나는 '성덕'이 된 셈이었다.


출판사에선 더 감사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서밤님이 내 책의 샘플 원고를 읽어보고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나 마음이 촉촉해졌다"며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감동이 느껴지는 글이었다"라고 말씀해주셨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내가 더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사를 받고 싶은 세 분에게도 부탁을 드렸다. 내게 인문학을 가르쳐주신 은사님과, 집단상담과 개인상담으로 인연을 맺은 상담 선생님들이었다. 세 분 모두 내 책에도 등장한 분들이었다. 그래서 이분들께 추천사를 받는다면 내게도 더 의미있는 책이 될  것 같았다.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안에 샘플원고를 읽고 추천사를 써달라는 건 쉽지 않은 부탁이었건만 감사하게도 모든 분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출간 후에 꼭 저자 사인본과 선물을 들고 가서 감사인사를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4월 초 드디어 시안이 나왔다. 표지 시안을 기다리는 건 책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가장  설레는 일이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일러스트 작가님들의 명단을 보며 이 분이 좋겠다는 의견도 내보고, 어떤 분이 진짜로 내 표지를 그리게 되실까, 추측도 해보며 즐겁게 기다렸다.


마지막에 받게 된 표지 시안은 딱 내가 생각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책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한 일러스트였다. 이제야 정말 책이 나오는구나, 하고 실감이 났다. 표지 시안이 컨펌되고 원고는 인쇄소로 넘어갔다. 열흘 후면 종이책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4월 18일, 드디어 책이 출판사에 도착했다는 에디터님의 문자를 받았다. 에디터님은 책이 가득 꽂힌 책장 사진책을 예쁘게 펼쳐놓은 사을 보내주었다.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지인들에게도 차례차례 책이 나왔음을 알렸다. 모두가 제 일처럼 놀라워하며 축하해주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책의 저자도 출판사로부터 증정본을 몇 부 받을 뿐, 추가로 주변에 선물하고 싶으면 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이다. 내 경우 저자 증정본은 10부이고 추가로 필요하면 정가의 70퍼센트를 주고 사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자 증정본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추천사를 써준 고마운 분들에게 몇부, 가족에게 몇 부, 내 소장용으로 몇부 쓰고 나면 친구들이나 지인에게 줄 책은 모두 사야 한다.  


그러니 부디 저자가 책을 선물했을 땐 냄비 받침으로 쓰지 말고 한줄 한줄 소중히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증정본이든 사서 주는 것이든 그 저자는 당신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당신이 그 책을 읽어주길 고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드디어 책이 온/오프라인 서점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간 서점에서 신간코너에 있는 내 책을 발견했다. 누가 볼세라 후다닥 사진을 찍고 도망쳤다. 왜 그렇게 부끄러웠는지는 모르겠다.

 

서점에 가보고서야 분명히 깨달은 것이 있었다. 이제 이 책은 내 책이 아니다, 라는 것. 내 책은 이미 내 마음 속에서 완성되었다. 이제 책은 독자에게 가닿아서 독자의 수만큼 새로운 책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저 이 책을 묵묵히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 부디 어떤 책이 되건 아름다운 책이 되어 오래오래 사랑받기를 바래본다.



*그동안 <아무것도 없는 초보작가 출간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책을 서점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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