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커피가 계속 생각난다. 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인간적으로 너무 춥지 않나? 심지어 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얼죽아파는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뜨아파로 합류하라.
최근에 기사를 하나 봤는데 23년도 기준 전 세계 커피 소비량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인당 405잔으로 2위에 올랐단다. 1위는 프랑스로 551잔을 마셨다. 프랑스가 1위라는 게 의외인데 추측해 보자면 워낙 디저트가 많아서 커피 소비도 덩달아 많은 것 아닐까? 디저트는 커피와 같이 먹어야 하니. 지극히 뇌피셜이다.
아무튼 24년도 얼마 안남았는데 남은 기간 열심히 분발해서 커피 소비량 1위의 업적을 달성해 보자!
순위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나라는 커피를 참으로 좋아하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즐겨 마신다. 그 이유는 다들 알겠지만 피곤으로 찌든 몸에 카페인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피로 해소 및 집중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요즘에는 커피의 맛 그 자체를 즐기는 미식의 영역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대부분 스타벅스 커피에 길들여져 있어서 고소하거나 탄 듯한 쓴 커피를 선호하리라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만 보더라도 커피에 산미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거부감을 많이 느낀다. 아내 또한 그랬지만 매일매일 산미가 있는 커피를 접하게 했더니 이제는 거부감 없이 잘 마신다. (부작용은 입맛이 고급이 돼 버렸다. 저가커피는 이제 쳐다도 안 본다.)
글을 보다 보면 커피가 자주 언급되는데방구석 셰프와 더불어 방구석 바리스타로도 활동 중이다. 믹스커피를 즐기던 사람이 이제는 다양한 원두를 구입하여 맛을 비교하며 음미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아마도 우연히 본 커피 유튜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한동안 유튜브 알고리즘에 커피로만 도배된 적이 있었다.
아내가 사준 커피 장비들
덕분에 다양한 커피 장비도 구입하게 되었고 아내에게 매일 향긋한 커피를 내려줄 수 있는 실력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내가 장비를 사줬기 때문에 군말 없이 상납해야 한다.)
모두들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면서 14번째 요리 수업 시작해 보자.
이번 요리 제목은 아를르풍의 돼지안심 로스트다. 프랑스 남부 아를르 지방에서는 요리에 맥주를 많이 사용하는데 소스에서 맥주의 쓴맛과 새콤달콤한 맛을 조화롭게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요리하면서 아를르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됐는데 반 고흐로 유명한 도시다. 아를르의 풍경에 매료되어 3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얼마나 풍경이 좋은 도시인지 궁금해진다.
특히 아를르의 포룸 광장 카페테라스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작품을 보면 현재 존재하는 카페라 해도 믿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낭만과 운치가 있어 보인다.
반 고흐가 좋아한 도시의 요리라. 궁금하다. 재료 준비하자!
주재료
돼지고기 안심, 버터, 레드 와인 비니거, 흑맥주, 쇠고기 육수, 설탕, 식용유, 소금, 후춧가루
곁들일 채소
당근, 셀러리, 양송이버섯, 대파, 무
요리 준비 됐나? 됐다!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돼지고기를 굽는다. 갈색으로 고기가 구워지면 60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고 10분 정도 추가로 굽는다. 고기는 너무 바싹 굽지 않고 미디엄레어 정도로 구워주면 좋다.
고기에 곁들일 소스를 만들어보자.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고기 조각을 넣고 볶은 다음에 기름을 따라 버린다. 거기에 설탕을 넣고 캐러멜 색이 날 때까지 가열한다. 색이 나면 레드 와인 비니거를 붓고 끓여준다. 그다음에 맥주를 붓고 양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끓인다. (남은 맥주는 어디로? 내 입으로 꿀꺽꿀꺽 캬아~)
쇠고기 육수를 넣어주고 충분히 졸여준다. 걸쭉하게 졸여졌으면 고기 조각을 건져주고 버터를 넣는다. 센 불에 끓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약불에서 소스와 버터가 충분히 섞이도록 해야 한다. 소스 완성이다.
돼지고기와 곁들여 먹을 채소요리를 만들어 보자. 채소들은 모두 길게 채 썰어서 준비하고 프라이팬에 버터와 같이 넣고 익힌다.
양송이버섯은 작은 냄비에 레몬즙, 버터, 소금, 물을 넣고 끓인다. 익은 양송이버섯을 다른 채소에 넣고 섞어 주면 채소요리 완성이다.
그릇에 채소를 깔아주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고 소스를 부어주면 이번 요리 완성이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많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 도통 기억에 나질 않는다. 그래도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서 평가를 적어봤다.
아내
"소스가 단짠이다. 너무 맛있다. 확실히 채소를 곁들여 먹으니 잘 어울린다."
장인어른
"(아무 말 없이 장모님이 주는 음식을 받아 드신다. 거부하지 않고 계속 받아 드시는 걸로 봐서 맛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모님
"여태까지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다. 셀러리가 신의 한 수다."
큰 처제
"적당히 소스가 발라져 있어서 고기의 감칠맛을 더욱 부각한다."
작은 처제
"구운 마늘이나 아스파라거스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아들, 조카, 동네아이
"고기에 꿀 발랐어요? 너무 맛있어요."
이번 요리의 평가는 꽤나 긍정적이었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모두들 반응이 좋았다. 심지어 고기를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마도 소스가 달짝지근해서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줄 서서 한 입씩 먹고는 놀다가 쪼르륵 와서 아~하고 입 벌리는 모습이 참새 새끼 마냥 입 벌리고 짹짹거리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상하게 어른들 잘 먹는 것보다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에서 더욱 뿌듯함을 느꼈다.
솔직히 요리를 하면서도 이번에는 크게 호불호가 없을 것 같았다.
맛있게 구워진 돼지고기와 식감 좋은 채소들, 달콤 쌉쌀한 소스의 조합이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기분 좋은 반응에 피곤하지만 힘이 뿜뿜 솟는다. (다음 요리도 무난하게 할까 고민된다.)
이번 요리 수업 끝!!
비하인드
뷔슈 드 노엘
빵 좋아하는 사람은 알 테지만 프랑스 크리스마스 전통 케이크다. 최근에르 꼬르동 블루에서 케이크 단기 수업을 받고 왔다.
생전 처음 가보는 요리학교라 한 껏 기대를 하고 갔는데 이런.기대한 것보다 그 이상이다. 이런 곳에서 요리를 배운다니 정말 설레었다. 하지만 3시간 안에 케이크를 만들어야 해서 정말 촉박하게 진행되었다. 진행은 프랑스 셰프가 시연을 하면 본인 자리로 돌아가서 만들어야 하는 식이다.
수강생은 총 10명이었는데 만드는 모습이 다들 능숙했다. 분명 제과제빵을 해본 사람들이다. 왜냐면 나랑은 전혀 다른 손놀림을 보여줬다.
시간이지날수록 "여긴 어디? 난 누구?"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머리가 손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그래도 셰프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완성된 케이크를 보니 나름 뿌듯했지만 퀄리티는 내가 봐도 떨어졌다.(그래도 처음인걸 감안하자.난 요리가 본업(?)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보여줬는데 초등학생이 만든것 같다고 한다. (우쒸!! 자존심 상해.)
화를 참고 같이 먹었는데 역시 맛은 있다. 맛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한번 만들어 봤으니 복습해 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