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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시작하는 마라톤 4

by 난나무 Mar 31. 2025

2024년의 여름은 지나치게 더웠고, 벅차게 행복했지.

갑자기 돈을 많이 벌지도 안았고, 예상치 않게 가족들이 출세를 하지도 않았지만, 내게는 

소소함을 넘어 대단하게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평생을 숨쉬기 운동만 하고 살았을지 모를 나에게, 뛸 수 있다는 목표를 선물해 준

여름이기 때문이다.

그즈음, 나에게 온 행복을 증명해 보고 싶었다.

이 상황을 확성기를 들고 자랑할 수도 없었고,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알릴 수도 없었고, sns에 도배를 할 뭣도 아닌 이것을 어찌 증명할까? 하다가...

일단 저질러 보자는 마음으로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접수를 했다.

가장 긴 거리를 달려본 것이 5km인데 두어 달 시간이 남았으므로 10km에 접수를 할까?

선수로 나갈 것이 아니니까 참가의 의미로 5km를 달릴까 사나흘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10km였다. 명쾌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달리다 도저히 안되면, 걷자.

선수가 목표가 아니니 너무 힘들면 중간에 멈춘다 한들 어떠랴 하는 생각을 했다.

살아오는 동안 끝까지 해보지 않고 포기한 다양한 일들을 떠 올리며, 내가 언제부터 목표한 것을 

반드시 이루어내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다고 고민하나, 생각하며...

말 그대로 하는데 까지만 하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날 이후...

운동을 하러 나 간 날은 5km 이상을 뛰게 되었다.

그날 이전에는 너무 힘들면 4km에서 멈추기도 하고 좀 쉬었다 뛰기도 했는데 그게 뭐라고,

대회 접수를 한 다음부터는 묘한 긴장감과 더불어 더 많이 뛰어야 하는 부담감이 생겼다.

그래서 6km를 뛰기도 하고, 7km를  쉬지 않고 뛰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었다. 5km 하고 7km의 차이가 내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7km의 마지노선을 이기고 싶은 날이 많았지만, 9월까지도 역대 존재하지 않던, 한여름의 더위가 지속되고

나의 기록은 거리 시간 모두 일정하게 멈춤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요일 아침...

매일 저녁 달리기를 하다가 한 번쯤 아침에 달려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평일에는 아침 달리기가 어려우니, 일요일이라도 달려보자는 심산이었다.

 아침 달리기란...

일단 공기가 달랐다. 해를 보고 달린다는 것이 등줄기에 땀의 양이 많아도 밝은 에너지를 주었다.

그 아침 달리기에서 생애 최초로 8km를 달렸다.

그날은 앞선 달리기에서의 만족감을 뛰어넘는 행복과 기대감을 주었다.

2주 후에 있을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을 새겼다.

내가 8km를 달리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음날 저녁 8km에 도전했으나, 실패.

역시 저녁 달리기로 8km는 무리일까?

그래도 마라톤 대회는 아침이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달렸다.

나의 이 꾸준함이 대견했다.

젊은 날 지금의 마음으로 꾸준함을 가지고 살았나 하는 자책이 들 정도로 꾸준하게 달렸다.

시간과 거리가 내 생각보다 천천히 늘었고, 때로 멈춰있을 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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