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60에 시작하는 마라톤 6

by 난나무 Apr 02. 2025

유튜브 덕분이다.

겁 없이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로, 아무런 경력도 지식도 없는지라, 유튜브의 도움을 받았다.

달리기의 자세라든가, 달리기의 마음가짐, 마라톤 대회 같은 정보가 수도 없이 많은 그곳은,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것이 없는 드넓은 바다였다.

짧은 시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없이 발전하고 달라지는 세상을 따라가기에 나의 발걸음은 너무 느렸다.

그러나 내가 몇 번 두들기만 하면 알고리즘을 타고, 내가 원하던, 원치 않던 상상 이상의 정보의 바다로

나를 이끄는 괴물이 있으니, 바로 유튜브다.

나는 이제 10km를 달릴 수가 있는 사람으로서, 나의 몸상태나 훈련에 상관없이 끝없이 쏟아지는 

유튜브의 정보를 내 머릿속에 담았다.

그리하여 꿈을 꾸었다.

나의 10km 마라톤 도전은 2024년 10월에 한번, 11월에 한번, 단 두 번뿐이다.

그 겨울 오지게 덥던 여름에 질세라 살을 에는 추위가 찾아왔다.

강렬한 추위는 나의 몸과 맘을 편하게 만들었다.

'너무 추우니 하루쯤 쉬자.'

'이 추위가 며칠 간다 하니 이 고비가 지나고 뛰자'

'사실 맘만 먹으면 뛸 수 있으니 추운 날은 지나도 되지'

갖가지 추위로 인한 이유가 생겨 겨우내 뛸 수가 없었다.

유튜브에서는 추위에 하는 훈련 같은 것도 많더구먼, 나는 나 편한 대로 추위를 집 안에서만 보냈다.

그러고 눈 깜짝할 사이 3월이 되었다.

그런데 만만치가 않았다. 3월은 이전의 3월과 달랐다. 3월 내내 영하를 오가고, 폭설까지 내리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이어졌다.

그런 이유들이 모여, 나의 몸을 무겁게 무겁게 누르기 시작했다.

큰 맘먹고 달리기를 하러 나간 날 나는 충격을 받았다.

10km는 아니더라도 7~8km를 뛰는 것은 문제없었는데... 5km를 뛰기 전부터 숨이 가쁘고, 더 이상 뛰기 싫은 마음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두어 달 이상 안 뛰다 뛰니까 몸이 놀랬나?

그렇게 겨울의 끝에 달린 달리기는 멈춤을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5km를 뛰는 것이 힘들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의욕이 상실되었다. 그저 화가 났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에 화가 났고, 

갖은 핑계로 성실함을 잊은 나에게 화가 났다.

그리고... 우울했다.

늘 시작만 하고 끝맺음이 없는 내가 도전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용두사미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나의 시작만 있고 끝맺음은 실종된 수많은 도전들...

그런 것들이 떠오르면서 며칠을 가라앉아 있었다.

나의 악착같지 않음에 회의가 들어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던 며칠 전 산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았다.

'트레일러닝' 내가 알고 있는 단어 중에는 처음 등장한 그 종목을 보았다.

사실 나의 2025년 목표는 열심히 운동해서 하프를 달려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나이 들어 시작했으니 기록은 의미 없고(자신이 없는 것이겠지만), 거리로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 도전이 성공하면 인생 버킷리스트로 언제인지 모르지만, 마라톤 완주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달리기 의욕상실의 시기에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나는 어쩌면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보던 중 트레일러니을 하니 마라톤이 쉬워졌다는 영상을 봤다.

여러 지형적인 여건상 10km, 20km 꾸준히 달리기는 쉽지 않다. 신호등도 있고, 공원이라 해도 같은 길을 반복하여 뛰는 정도이고, 그 마저도 걷는 사람들이 있으면 피해 다녀야 한다.

그 유투버는 그런저런 이유로 지루하던 차에 트레일러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건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었는데, 무엇보다 체력소모가 많이 되어 달리기처럼 긴 거리를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을 여러 차례 뛰고 난 뒤애 달리기가 엄청 쉬워졌다고 한다, 시간도 단축되고 거리도 늘고...

그럴 수 있을 거라는 공감이 되었다.

그래서 나도 빨리 산길을 뛰어 보고 싶었다.

드디어 2025년 4월 1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산길을 뛰어 보았다.

난 처음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다. 무조건 좋았다. 다만 내 체력이 그리 좋지는 않아 5km를 걷뛰 하는 걸로 만족했다.

달리기를 처음 할 때처럼 두근거렸다.

당분간 산을 달리는 것과, 달리는 것을 병행해 볼 심산이다.

용두사미라고?

끝맺음이 어려우면 끝까지 시작만이라도 할 테다. 

남들이 시작하고 아름다운 끝맺음을 할 때, 나는 두 번, 세 번 그들이 끝맺음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시작하련다.

시작만 한다고 누가 뭐라 하겠는가? 

어차피 나이 60이 넘도록 빛나게 이루어 놓은 인생이 아닐지라도, 내 기준에서는 성실했으니...

나는 나대로 그렇게 열심히 시작하고자 한다.

마라톤 완주를 하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작가의 이전글 60에 시작하는 마라톤 5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