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리 똥개는 심장병이 있다.
늘 그렇듯이 함께 공원을 뛰고 있었던 3년 반 전 그날 밤,
신나게 달리던 미뇽이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그렇게 이 조그만 몸 안에서
이미 심장병이 C단계까지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고작 5살이었다. 5살.
병원에서 이야기를 들은 후
집 앞 벤치에서 미뇽이를 안고 한참을 앉아
하염없이 하늘만 보던
그 날의 냄새와 공기의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다.
눈물이 떨어져서 우는 걸 알게 될까봐
계속 똥개 머리를 쓰다듬으며 바라본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우리 똥개와 함께 보내왔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함께 일을 하러 가서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으면
내 무릎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
합주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
우리 옆에 가만히 앉아서 착하게 듣고 있고,
중간중간 계속 눈을 맞추면
그 큰 눈에 내 얼굴이 한참 비치도록
예쁘게 바라보다가 바보처럼 웃던 모습.
얌전하고 착한 성격 덕에
어디든 데려갈 수 있었고
친구들도, 동료들도
심지어 우리 가족도
모두 내 안부보다
미뇽이 안부를 먼저 물어 볼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강아지인데.
그런데 왜?
도대체 왜?
머릿속이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타고났을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냥 미뇽이의 뒷모습만 봐도 안쓰러워 보이고
속상하고, 서글프고,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날부터 우리는 병원을 지속적으로 다녀야 했고,
나는 밤마다 자고 있는 미뇽이 옆에서
수의사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책들과 논문들을 봤다.
마음이 일렁일 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소리 없이 울었다.
미뇽이한테는 여전히 우리가 함께 있다는
행복하고 감사한 나의 마음만
전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심장병이 슬픈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생활 대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심장병은 흥분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흥분하는 것, 즉 신나하는 것들과 좋아하는 것들
대부분을 금지해야 한다.
지칠 줄 모르던 인형놀이,
매일같이 웃으며 함께 뛰던 그 길들,
바다든 산이든 어디로든 행복하게 다녔던 여행들,
함께해서 더 든든했던 출퇴근길 등
그 모든 우리의 풍경이 달라질 것이다.
심지어는 가벼운 산책도 예전처럼 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나에게
너에게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으니
앞으로 좋아하던 일들을 다 하지 말고
집에서 얌전히 지내라고 한다면,
그래야 네가 더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그래서 그렇게 지낸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
자꾸만 곱씹어 보게 되었다.
만약 내가 그렇다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미뇽이와 이야기를 나눠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리면 좋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슬프고 어지러운 마음이 나아지는 날들은 오지 않았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들만 계속 찾아왔다.
글ㅣ이베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