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강아지와 함께한다는 것(2)

선택과 책임

by 이베뜨

미뇽이가 심장병 판정을 받은 후

나에게 선택과 책임을 묻는 질문들이

계속해서 다가왔다.


제일 어려웠던 질문은

흥분이 가장 위험한 심장병,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그려왔던 삶의 모양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이었다.


여행, 달리기, 산책, 출퇴근, 인형놀이가

일상이었던 우리에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도

고개만 갸웃하며 이해하지 못할 너에게

과연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까.


내가 미뇽이라고 생각도 해 보고,

미뇽이가 전혀 모르는 어떤 강아지라고 생각도 해 보고

무엇인가를 했을 때의 위험과

무엇인가를 못했을 때의 슬픔을 함께 상상하면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다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 선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고.

미뇽이가 좋아하던 일들을

최대한 계속할 수 있게 노력해 보자고.


물론 장거리 여행, 심장이 터질 듯 좋아하던 달리기,

날아다니던 인형놀이의 수준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우리 너무 많이 포기하지 말자고

미뇽이를 안고 속삭였다.


응급 시 대처해야 하는 방법들을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정리하고

가족들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그렇게 조심조심

당연하듯 보냈던 일상을 다시 그려갔다.


산책을 나간 미뇽이가

신나게 냄새를 맡다가

흥분하거나 기침을 할 조짐이 보이면

무조건 안고 걸었다.

걷고 싶어서 있는 대로 몸을 앞으로 쭉 빼는 미뇽이에게

조금만 이렇게 걷자고 이야기하면서

미뇽이 머리에 볼을 비비어 댈 때면

그래도,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하루 세 번 정해진 시간에 먹는 심장약에

시간마다 먹어야 하는 약과 영양제들이 늘어갔고

하루에 정해진 음수량을

시간대별로 나눠서 먹이기 시작했다.

비록 이제 함께 뛰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함께 기대어 누워서 노는 시간을 늘리며 지냈다.


심장병이 진행되면서 이뇨제의 양이 늘어갔고

염려했던 대로 신장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뇨제의 양에 있어 또다시 주어진 선택과 책임,

심장과 신장의 줄다리기.


지속적인 체크를 하며 약 용량을 변경하고 나면

매일 밤 호흡수를 재던 그 시간에

나도 모르게 더 긴장이 되었다.

나의 선택 때문에 혹여 더 아프게 될까봐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내가 사랑하는 작은 생명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이 그토록 무거운 것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은 심장병 판정을 받은 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미뇽이를 참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또한, 상황에 따른 판단과 대처 방법,

약 용량 조절에 대해 선생님과 상의할 때

조금은 유연해지고 여유도 생겼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검사결과가 안 좋게 나오는 날이면

자꾸 눈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조금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봐요, 선생님.”

이라고 말씀을 드리며 웃음을 지어 보이려고 할 때도

또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봐 덜컥 겁이 난다.


그렇지만 이제는 무거운 숨을 내쉬면서도

마음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지 말자고

끊임없이 나에게 이야기한다.

그동안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우리 가족과 미뇽이를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선택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웃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도 배웠다.


앞으로도 나의 선택과 책임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이

최대한 좋은 결과들만을 가져다주기를,

그리고 그러한 순간들이

최대한 오래오래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32. 심장병 강아지와 함께한다는 것(2)_선택과 책임.jpeg



ㅣ이베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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