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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군 Oct 17. 2023

너무 지나친 GS25 오지라퍼 사장님

오지랖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이야기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서비스

2년 전 동네 앞 편의점에서 느낀 인사와 따스함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흔하디 흔한 편의점에서 따뜻함을 경험하고 나온 그 기억 말이다.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는 다시금 느낀 온기를 전하고자 글을 쓴다.


쌀쌀한 날씨 속 자그마한 온기가 여러분의 삶에 닿기를 바라며...


<편의점 관련 이전 글>

https://brunch.co.kr/@beomju93/5


어느덧 세월이 지나 2년이 흘렀다.


무엇이 변했을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구성? 물가? 프로모션 상품들?


전부 맞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사장님이다.


인사 끝판왕이 떠나가자 키가 작고 말투가 상냥하며 미소가 끊이질 않는 30-40대 여자 사장님이 자리를 대신했다.


교만한 마음이지만 문득 기대감이 들었다. 사장님 만큼이나 친절하고 따스하신 분일 거란걸. 그리고 그곳에 방문하는 나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질 거란 걸.


문득 첫 만남이 기억난다.


'띠리링~'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 분주하게 물품을 진열하고 계셨던 그분의 모습이.


이후 뒤돌아 수줍음과 따뜻한 말투로 건네던 그분의 인사가.


빵 정리를 마치고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다시 카운터로 바삐 돌아오시는 그분의 발걸음까지.


이 모든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때의 기억이 또렷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바뀐 사장님을 처음 마주했던 감정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이전과 같이 사장님이 계실 거란 생각을 뒤엎고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 그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편의점에 들르기 시작하며 저장했던 나의 기억은 다른 부분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나는 그분을 오지라퍼 사장님이라 명명하며 기억의 조각이 다르게 채워진 이유는 무엇일지 이야기해볼까 한다.


오지라퍼 사장님은 꾸준히 스몰토크를 건넨다.

'날씨가 많이 춥죠?'

'오! 이거 맛있는데!'

'그 핫바보다 이게 김밥에 더 잘 어울리는데 드셔보시겠어요~?'

처음엔 과하다 싶었다.


잠시 들러 어련히 물건을 고르고 나갈 텐데 나를 계속 붙잡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간이 소중한 데, 물건만 사고 가는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이다. 충분히 따스한 인사로도 온기를 느껴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오지랖이다.


하지만, 하루.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오지라퍼 사장님의 오지랖은 손님을 대하는 정성으로 변모한다.


정성은 오지랖을 깨부수고 내 마음에 닿는다.


닿은 내 마음이 변하기 시작하자 나는 사장님께 괜히 장난스러운 말을 섞기 시작한다.


편의점과 고객의 관계 형성이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는 깨지기 쉽지 않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내 마음이 조금 더 너그러워진다는 사실이다.


겨울이었을까.


추운 날씨 속에 온기를 나누기 위해 삼삼오오 계산대에 사람들이 즐비했던 그날.


나는 여자친구의 소화 불량 해결을 위해 ‘까스활명수’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여느 때와 같이 오지라퍼 사장님이 계셨고 고객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응대하고 있었다. 줄도 길어 뒤까지 밀려있었으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러한 사장님의 행동과 마음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였으면 지나친 시간 낭비라 생각하고 속으로 불만을 내뿜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멀리서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짓는 나 자신을 보니 변화했음을 실감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아니나 다를까. 오지라퍼 사장님이 말한다.


"어머! 누가 아파요? 왜 이걸 두 개나..?"


"여자친구가 속이 조금 안 좋다고 해서요. 너무 걱정 마세요!"


"아이고, 여자친구분 한테 꼭 쾌차하라고 전해줘요."


"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집에 올라가 여자친구에게 스토리를 건넨다.


여자친구는 어쩜 요즘 같은 시대에 저런 사장님이 있냐며 나도 언제 한 번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났을까?


여자친구의 최종 면접을 앞둔 아침이었다.


여자친구는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우리 집 근처로 왔고 나는 민트맛 사탕을 사기 위해 같이 편의점에 들르자고 말했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려던 찰나에 내가 먼저 사장님께 말을 건넸다.


"사장님, 오늘 여자 친구 면접인데 응원해 주세요!"


"어머, 떨지 말고 잘하고 오실 거예요! 파이팅~"


여자 친구는 높은 텐션에 어쩔 줄 몰라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비타 500을 꺼내시더니 안 그래도 집에서 챙겨 왔었는데 여자친구 먹으라며 건네주셨다.


면접 당일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것을 우리에게 내어 준 따뜻한 사장님 덕에 여자친구의 긴장은 조금 풀린 듯해 보였다.


시간은 바삐 흘러 어느새 2주가 지났다.


여자친구는 최종 면접에 합격하여 점장이 되었다.


여자친구는 기쁨도 잠시 면접 당일날을 회상하며 사장님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자 내게 사장님이 준 비타 500의 힘도 한 몫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여자친구가 차로 집에 바래다주고 돌아갈 때쯤 나는 감사를 표하고 간식거리를 살 겸 편의점에 가자고 이야기했다. 굉장히 두근거렸다. 여자친구와 함께 합격소식을 전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느꼈다. 나도 사장님과 같은 오지라퍼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오지랖은 전염성이 강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나는 간식을 고른 후 호기롭게 말을 건넸다.


"사장님, 좋은 소식 있습니다. 이 친구가 점장에 합격했대요!"


"와! 진짜 축하해요~ 어쩐지 얼굴만 보고도 될 줄 알았다니까~"


"아이 참 또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하세요~"


한껏 들썩이는 어깨와 여자친구의 기분은 웃음과 함께 사장님께 전달되었다.


우린 그렇게 또 다른 이에게 기쁨을 나눴다.


잠시 후 사장님은 우리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사장님은 짧은 시간이 지나자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귀엽고 감동할 만한 물건을 주셨다.


바로, 노란 레몬맛 새콤달콤 두 개.


작고 아기자기한 사장님 손에 놓인 두 개의 새콤달콤을 보며 우린 동시에 말을 잃었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30초 안에도 씹고 사라져 버릴 두 개의 노란색 설탕 덩어리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것은 기쁨의 산출물이자 동시에 사장님과 쌓아온 대화의 희열이었다.


면접의 시작과 끝을 사장님과 함께 맺었다.


차디찬 겨울이었지만, 두 개의 온기가 우릴 감쌌다.


첫째는 합격의 기쁨이요, 둘째는 사장님의 따스함.


편의점은 참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정말 퉁명스럽게 눈도 쳐다보지 않고 결제를 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오는 손님에게 정성을 다해 자신의 온기를 내어주는 아름다운 이도 있다.


나는 아름다운 이들이 많아져 서로의 삶의 일부분을 공유하며 온기를 나누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온라인이다 뭐니 감정의 소통창구가 많아져 익명으로 무분별하게 삶을 나누는 상황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직접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고, 너그러이 심정을 헤아리며 소통하는 그런 삶은 반드시 우리에게 또 다른 가치와 내일을 선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처음엔 너무 지나친 오지라퍼 사장님이라 생각한 자신을 반성한다. 이내 시간이 지나고 깨닫는다.


어쩌면, 오지라퍼 사장님은 우리에게 나눔을 가르쳐주신 게 아닐까.


오지랖 서비스와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해 준 사장님은 내게 교훈을 깨닫게 해 준 따스한 선생님이다.


나는 이제 추워도 걱정이 없다.


마음이 쓰라려도 소소하게 이야기할 동무가 하나 더 생긴 것으로도 만족한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받은 온기를 되돌려주는 일이지 않을까?


부디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어드릴 사장님이 계속 우리 곁을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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