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뭘까
정자동에 과일이 들어간 찹쌀떡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매번 지나치기만 하다 이번에 하나 사먹게 되었다.
사실 딸기가 들어간 찹쌀떡 하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대학생때 나는 문예창작 동아리를 했었는데, 동아리가 동아리이니 만큼 친구도 별로 없고 연애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저녁, 과자를 먹으며 각자가 쓴 글을 읽고 노가리를 까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애소설 쓰기 대회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다들 연애 한 번도 안해보셨잖아요..?
다들 싫어하는 반응이었지만, 내심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다음주에 열심히 연애소설을 써왔다.
그렇게 모두가, 글로 배우고 게임으로 배운 연애에 대해 말하는 대회가 열렸다.
다른 소설들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딱 하나 기억나는게 있는데 그게 바로 딸기맛 찹쌀떡이다.
사실 그건 소설의 제목도 아니고, 그냥 소설 속 한 문장이었을 뿐인데 너무나 임펙트가 강했다.
‘몰캉몰캉한 이 느낌, 사랑이란 딸기맛 찹쌀떡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토록 강렬한 감각적 문장.
그 친구는 상호간의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딸기맛 찹쌀떡을 먹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 문장의 포인트.
그 즈음에 대학로에 딸기모찌를 파는 가게가 생겼었는데,
아마도 매일 그 가게를 지나가며 딸기모찌의 식감에 대해 상상해왔기에 그 문장을 넣었을지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비유하여 표현하는 그 대범함이 인상깊으면서도,
완전한 미지의 두 세계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아낸 확신이 조금 부러웠다.
플로베르의 앵무새 소설속 구절처럼, 삭막한 성취의 다락방에 굳이 올라갈 필요는 없었을테지만
결국 10년 후 나는 딸기맛 찹쌀떡을 맛보았다.
사랑이 딸기맛 찹쌀떡이라니 다행일 정도로 참 맛있었다.
나는 최근에도 “사랑이 뭘까?”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그 때 문득 그 친구의 딸기맛 찹쌀떡이 떠올랐지만 끝내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아마 말했다면 멱살이 잡혔겠지.
사랑이 뭘까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멋있다.
딸기맛 찹쌀떡 같을거라 대답하는 사람도.
그 질문 덕에 올해는 굿도 보고 떡도 먹는다.
사랑이 뭘까?
나는 왠지 잘 익은 살구맛 빙수일 것 같은데,
자두는 최근에 먹어보았으나 아직 태어나서 살구를 맛본 적은 없으니 요원할 따름이다.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 그렇게 맛있게 먹던 살구가 대체 무슨 맛인지 귀인에게 물어보았다.
“사실 과일은 어떤 맛이야- 라고 쉽게 말할 순 없어” 라고 말한다.
대답을 듣고보니 우문현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랑은 맛있는 디저트를 같이 먹으러 다니면서 이런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서로 나누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