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야기
4월은 딸 아이 지안이의 생일이 있는 달이다. 몇 개월 전부터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을 고민 고민하던 지안이는 엄마의 권유로 ‘파마’를 생일선물로 받기로 했다. 그동안 친구들이 파마한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고, 머리를 땋은 뒤 풀었을 때 파마 머리 느낌이 나면 혼자서 거울을 보며 흥얼거리더니, 8살 생일에 드디어 파마를 하기로 한 것이다.
“지안아, 할머니한테 파마할까?”
지안이의 할머니는 미용사였다. 할머니는 지안이에게 항상 파마하고 싶으면 말 하라고 했었고, 나도 돈도 아낄겸 할머니에게 파마를 했으면 했지만, 엄마와 딸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반짝이는 미용실에서 신기한 도구들로 파마를 하는 새로운 경험이 중요한가보다.
그렇게 4월 마지막주 일요일. 엄마와 딸을 태워서 미용실로 향했다. 이른바 파마 원정대! 미용실에 엄마와 딸을 내려주고 집으로 향하면서 ‘지안이 다 컸네! 파마도 다 하고!’라고 혼자 생각하며 둘째 이준이와 2시간 남짓한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이준이와 책을 보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머리를 말고 책을 보고 있는 지안이의 사진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곧이어 데리러 오라는 카톡을 받고 이준이와 다시 미용실로 향했다. 드디어 파마를 한 지안이와의 만남! 그리고 그때부터 거짓말을 살짝 보태서 오늘까지 10번도 넘게 아니지, 20번정도는 이 질문에 답해야 했다.
“아빠, 내 머리 어때?”
“어, 예쁘지. 우리딸 너무 예쁘다.”
“파마 잘 어울린다.”
“우리 딸 진짜 예쁘다.”
“잘 어울린다.”
등등등
그동안 와이프에게 했을 법한 말들을 딸 아이에게 하며,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헛웃음도 자꾸만 났다. 지안이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 앞으로도 수많은 처음들이 지안이 앞에 놓여있다. 그 처음들이 지안이게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 될 수 있게 더 관심을 가져주고, 더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근데 아빠 파마하고 왔을 때는 왜 멋있다고 안 해줘?
2025.5.1.
비오는날,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