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가족이야기

by 재웅쌤

요즘 내 직업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다. 바로 지안이와 이준이의 같은 반 학부모님들. (그들은 안 궁금해하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회사원인 와이프보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직업이고, 학교일정상 일찍 끝나는 날도 종종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하원 및 픽업을 와이프보다 내가 하는 날이 더 많다. 그럴 때마다 지안이와 이준이의 친구 부모님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오늘 휴가셔요?' 라고 묻고는 하신다. 그럴 때면 그냥 멋쩍은 웃음으로 '아, 조금 일찍 끝났어요.'라고 말하고 웃어 넘기고 있다. 그런데 한두 번은 괜찮은데, 여러 번 반복해서 만나시는 분들은 이제 슬슬 내 직업이 궁금한 눈치이다.

하지만, 굳이 교사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교사라는 직업이 부끄러워서 그런 건 아니다. 교사라고 이야기했을 때 따라오는, 어디 학교냐, 무슨 과목이냐 등등의 다음 질문들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와이프 역시 아이들 친구의 부모들에게 내 직업을 굳이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상동.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교사라고 굳이 먼저 밝히지 않는 것은 '교사 자녀'라는 프레임이 지안이와 이준이에게 조금이라도 늦게 씌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교사의 자녀라면 어때야 한다는 이미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부모가 교사라는데 왜 그러냐는 식의 시선이 아이들을 혹시나 힘들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물론 누구보다 내가 그걸 신경쓰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사도 잘하고, 착하고 바르고 성실하게 생활하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의 욕심과 바람일지도 모른다.

물론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다. 알게 될 것이고, 위에서 우려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뭐 어때? 개인적으로는 교사라는 직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회사원에 비해 적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나저나 여름 방학이 되면 백수 아빠 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되면 교사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야되지 않나 싶다.

2025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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