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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Aug 16. 2020

앞이 막힌 집, 분양 취소 금액 3천만 원 + a

분양계약서에는 집이 막힐 거라는 말은 없었다.


몇 년 전 모 아파트가  분양했다. 한 동짜리 아파트였지만 위치가 좋아 매수했다. 내가 매수한 아파트는 5층으로 미분양 물건을 매수할 수 있었다. 아파트 바로 앞에 1층짜리 상가가 있는데 그 건물이 증축되어 올라가면 집 창문이 가릴 수 있다. 분양 사무소에 여러 차례 문의해보았지만 건물 증축 계획은 없고 땅이 좁아 증축해도 몇 층 안 올라갈 거라고 대답해준다.


(좌) 모델 하우스 견본 사진, (우)  분양 시 아파트 앞 상가


당시만 해도 부산 부동산  경기가 나쁘지 않아 지인에게도 미분양 물건을 추천했다. 문제는 지인이 매수한 아파트는 3층이라는 것. 분양사무소 직원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복층 구조인 아파트의 특성상 건물이 들어서도 3층까지 가릴 일은 없다고 안심하라고 했다.


아파트 분양이 끝나고 분양사무소가 없어지자 앞에 1층 상가가 허물어지고 건물은 수직 증축되었다. 문제의 건물 높이는 아파트 4층 중간까지 올라왔다. 지인의 집인 3층은 빛이 하나도 들지 않고 앞이 다 막혀버렸다.


5층에서 바라본 앞 건물 옥상

지인은 입주 전 분양권을 처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부동산이 불경기라 분양권 거래가 잘 되지 않았다. 변호사를 통한 집단행동도 알아봤지만 3, 4층을 합해 총 4세대의 집단행동은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진행도 힘들 거라는 답변을 받았다.


분양사무소가 없어져 물어볼 곳도 없고, 건설사에 문의해봐도 분양 당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이리저리 알아보던 지인은 결국 분양 취소를 요청했다. 다행히 건설사에서 분양취소를 받아줬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계약금 3천만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의 이자와 각종 부과되는 비용이 합쳐진 금액을 부담하라고 한다. 지인은 피눈물을 머금고 그러겠다고 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3층의 빛도 안 들고 막힌 집을 처분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겪고 내가 느낀 것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마지막까지 알아보고 조금이라도 꺼려진다면 계약하면  안 된다는 것과 누구에게도 투자를 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인의 심적, 금전적인 손해의 원인은 몰랐던 것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순진하게 분양사무소 직원의 말을 믿은 것이 실수였다. 물론 나도 분양사무소의 말을 믿어 지인의 손해를 막지 못했다. 투자든 실거주든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제대로 알아보고 돌다리도 두드린 후 건너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돈을 벌거나 잃은 것 모두 지인의 몫이다. 그러나 지인이 금전적인 손해를 겪고 나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아파트를 추천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그 때문에 심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을 지인을 볼 면목이 없다. 다행히 지인이 크게 마음을 쓰지 않아 아직 관계를 유지하지만 만날 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한 동짜리 아파트가 인기 없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넓은 부지의 아파트는 최소한 동 간 간격의 거리는 확보하지만, 상업용지의 한 동짜리 아파트는 최악의 경우 1~2m의 거리를 두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수도 있다.


#아파트 #동간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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