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DAW를 찾는 여정.
본격적인 설명을 하기에 앞서, 음악을 하는 데 고사양의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정말로 웬만한 컴퓨터의 성능이라면 음악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약 10년 전의 컴퓨터로도 DAW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음악 작업은 영상 작업 등과 달리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 작업에만 사용하기 위해 새 컴퓨터를 구매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우선 외장 그래픽카드를 비싸게 구매할 필요가 없다. 그런 뒤, 예를 들어 CPU는 내장 그래픽을 가진 라이젠 5 7600, 램은 16GB 정도로 맞춘다고 하자. 그러면 정말 웬만한 작업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드디스크 용량도 마찬가지다. DAW를 사용하면 무손실 포맷(.wav, .aiff)으로 녹음을 하게 되는데, 1분당 약 10~15MB를 차지한다. 아마 대부분 많은 테이크를 녹음해도 프로젝트당 1GB 내외일 것이다. 프리미어 프로나 파이널컷 같은 영상 작업에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영상 작업은 용량을 엄청 잡아먹으며, 좋은 컴퓨터 성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랙을 막 수십 개씩 올려놓은 뒤, 무거운 가상 악기와 성능을 타는 플러그인을 도배해 놓으면 조금 다른 문제가 되긴 한다. 하지만 입문자 레벨에서 컴퓨터 사양 때문에 음악을 시작하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이를 우회하는 방법도 있는데, 대부분의 DAW는 Freeze라는 기능이 있어 트랙을 얼려놓을 수 있다. 추가적인 수정이 안 되는 대신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는 각 트랙을 오디오 파일로 내보낸 뒤 더 작업하는 방법도 있다. (Bounce In Place)
일단 시작하는 것이 문제지, 컴퓨터를 뭘 사야 할지 고민할 이유는 별로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당신이 이미 DAW를 돌리는 데 충분한 사양을 가진 컴퓨터를 갖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솔직하게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발로란트를 플레이할 수 있다면 웬만하면 모든 DAW가 실행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 DAW가 뭘까?
우선 지금까지 생략하고 넘어갔지만, DAW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고 넘어가자. DAW는 Digital Audio Workstation(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의 줄임말이다. 디지털은 알고, 오디오는 알고...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단어가 조금 낯설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개인용 컴퓨터가 아니라, 좀 더 특수한 목적에 맞게 전문적인 작업을 위한 컴퓨터를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가 보통 DAW라고 부르면 소프트웨어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워크스테이션은 하드웨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리고 흔히 DAW라는 단어는 '작곡 프로그램'이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작곡 프로그램 추천을 검색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DAW를 추천하는 정보글이 나온다. Logic Pro, Cubase, FL Studio, Ableton Live, Studio One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작곡'에 한정한다면 Guitar Pro, NoteWorthy Composer, Sibelius 같은 클래식한 악보 제작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오선지 위에 음표를 그리는 프로그램들이다. 이런 악보 제작 소프트웨어와 DAW의 차이는 뭐란 말인가? DAW의 정의가 작곡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프로그램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또한 유튜버의 꿈을 꿔본 사람이라면 이미 아는 프로그램일 텐데, Audacity라는 무료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목소리를 녹음한 뒤 잡음을 잘라내고 가벼운 믹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으로는 Adobe Audition 등이 있다. 근데 이것들은 분명히 작곡 용도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오디오 편집 기능이 탁월하고 멀티 트랙 레코딩을 지원하지만, MIDI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DAW로 분류할 수 있을까?
그렇게 범위를 좁히다 보면, 사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은 2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1) 오디오 녹음 및 편집 기능.
2) MIDI 데이터 입력 및 편집 기능. (시퀀싱)
사실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녹음을 전문적으로 받는 사람에게는 작곡 기능이 필요가 없다. 반대로 작곡이나 악보 제작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녹음 기능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저 두 가지의 기능이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목적으로 제작된 초창기의 DAW는 저 두 가지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비싼 하드웨어, 즉 워크스테이션이 필요했다.
DAW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지금처럼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좋지 않았다. 당시 디지털 오디오를 처리하는 일, 즉 아날로그 테이프 없이 오디오를 녹음하고 편집하는 작업은 일반 컴퓨터가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위해서는 전용 하드웨어와 그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하나로 묶인 통합 시스템을 필요로 했고, 이걸 Digital Audio Workstation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글 처음에서 말했듯, 요즘은 저렴한 가격에 컴퓨터를 맞춰도 DAW를 돌리는 연산 능력에 문제가 전혀 없다. 이제는 간단한 음악 편집쯤은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DAW에서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단어에 담긴 하드웨어의 의미는 퇴색되고, 그냥 '오디오와 MIDI를 둘 다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소프트웨어' 정도의 의미가 된 것이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면 그 시대부터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는 DAW가 있을까. 가장 뿌리 깊고, 배우면 취업도 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스튜디오에서 모두 사용하는 그 표준 DAW의 이름은 Pro Tools다. 한국에서는 주로 '프로툴'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하는 DAW다. 왜냐하면 프로툴을 만지고 있으면 일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프로툴을 전문적인 스튜디오에서 모두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에디슨이 1877년에 처음으로 축음기를 발명했다. 음악을 기록해 다시 들을 수 있는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지나 레코딩 기술이 점점 발전해 갔다. 그렇지만 컴퓨터의 등장 전까지는, 음반은 모두 마그네틱 테이프에 녹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편집이 어렵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마치 필름 영화 시대에서 편집을 할 때 실제로 필름을 잘라서 이어 붙였듯이, 음반을 만들 때도 테이프를 실제로 잘라서 풀로 붙여야 했다. (여담으로, 이 작업을 영어로 Splice라고 한다.)
그런데 1970년대에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어느 똑똑한 사람들이 '테이프와 비교해서 거의 무한정 녹음하고 편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고, 그렇게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방식을 스튜디오에 도입하는 법을 고안한다. 그렇게 디지털 환경의 스튜디오 표준을 정립한 시스템이 바로 Pro Tools인 것이다. 소리를 편집할 때 파형을 시각적으로 보면서 편집하는 것이 요즘은 너무 당연한데, 내가 알기로는 이런 방식을 정착시키고 표준화시킨 것은 Pro Tools가 처음이다. 거기에 MIDI 기능도 탑재되어 있으니, 정말 강력한 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프로툴은 표준이 되어갔고,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들은 모두 프로툴을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프로툴은 자격증도 있다. 국비 지원을 받아서 배워놓으면 녹음이 필요한 어느 곳에서나 기사로 취업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프로툴이라는 프로그램이 낯설까? 이렇게 표준이면 집에서도 누구나 사용하고 익히면 되지 않을까?
간단하게 설명하면, 두 가지 제약이 있다. 첫 번째로 앞에서 설명했듯, 프로툴은 연산을 하는 하드웨어를 따로 구매해야 했었다. 집에서 혼자 음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프로툴 시스템을 구비하는 건 그냥 스튜디오를 차리겠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CPU의 성능이 좋아져 저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아도 프로툴을 사용할 수 있고, 잘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사라진 건 아니고, 장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오디오 인터페이스보다 훨씬 레이턴시가 적다고 한다.
두 번째로 프로툴은 전통적으로 MIDI를 이용한 작곡이 불편하다. 처음 제작 취지가 스튜디오에서 녹음 및 편집을 위한 통합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MIDI를 이용한 작곡을 하는 건 다른 프로그램으로 하고, 그 작업을 트랙별로 오디오를 뽑은 뒤 최종적으로 스튜디오에서 프로툴로 편집 및 믹싱을 해서 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프로툴의 미디 기능은 못하는 건 없으나 굳이 프로툴을 선택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제약은 2025년 현재에는 해결된 상태이다. 이제는 프로툴에 하드웨어가 필요 없고, 미디 기능도 작곡에 사용하기 쉽게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샘플 라이브러리 서비스인 Splice를 Pro Tools 내부에서 통합해 사용하는 업데이트도 되었다. 스튜디오용 혹은 전문가용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고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유입시키려는 행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무료 버전인 Pro Tools Intro가 있는데, 프로툴의 강력한 오디오 편집 엔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아쉽지만 제약사항은 많은데, 오디오 트랙과 미디 트랙을 각각 8개까지밖에 만들 수 없고, 많은 고급 기능이 빠져있다.
집에서 프로툴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프로툴의 최대 장점은 오디오 편집 기능이 정말 막강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 수 있어도, 기능을 모두 배우고 손에 익고 나면 키보드만으로 웬만한 오디오 편집을 모두 할 수 있다. 거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아날로그 콘솔을 옮겨놓은 워크플로우도 장점이다. 프로툴의 첫 손님들은 아날로그 콘솔로 녹음하고 믹싱하는 법이 손에 익은 사람들이었다. 학교에 있을 때 그걸 실제로 해봤는데, 경험을 해보고 프로툴을 사용해 보니 모든 과정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보자. Pro Tools Intro를 넘어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하는데, 어도비처럼 구독제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입문용인 Pro Tools Artist는 월 $9.99, 제대로 된 Pro Tools Studio는 월 $34.99의 가격이다. 숨이 턱 막히는 가격이다. 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위해 손에 익히거나 하는 용도가 아니라면, 개인으로서는 다른 옵션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근데 왜 음악 제작을 위해 가장 저렴한 옵션을 연구하는 이 글에서 프로툴 얘기를 길게 했을까? 여기서 가장 큰 반전이 있다. 만약 프로툴과 단축키도 똑같고, 거의 비슷한 기능을 하는 데다가 아날로그 콘솔과 유사한 워크플로우를 똑같이 가진 '무료' 프로그램이 있다면 믿겠는가? 나도 이 글을 연재하기 위해 조사하기 전에는 몰랐다. 그 주인공은 Universal Audio의 LUNA이다.
LUNA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먼저 내가 무료로 제공되는 DAW들에 도전했던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저번 글에서 시리즈의 취지를 다시 정의했다. '최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 프로페셔널한 퀄리티를 내는 법'으로.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큰 난관은 DAW의 가격이다. 많이 사용하는 DAW의 각 가격을 국내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기준으로 정리해 보았다.
Cubase 14 - Artist 48만원, Pro 83만원
Ableton Live 12 - Standard 48만원, Suite 100만원
Logic Pro - 30만원
FL Studio - Producer Edition 18만원, Signature Edition 27만원
Studio One Pro 7 - 25만원
꽤 가격이 나간다. 그냥 작곡 좀 해보고, 녹음도 좀 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30만원 가량 내라고 하는 것은 의욕을 꺾는다. 물론 각 DAW는 대부분 입문용으로 무료나 저렴한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이 무료 버전에는 제한을 둔다. 만들 수 있는 트랙 수에 제한을 건다던지, 오디오 편집의 고급 기능은 다 빼버리는 식이다. 뭐, 못할 건 없긴 하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8트랙 레코더로 모든 것을 다 했으니까. 그런 제한이 창조성을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글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료 DAW를 검색해 보고 직접 설치해 사용해 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Cakewalk Next였다. 케이크워크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DAW로, 밴드랩에 인수되었다. 앞선 글에서 밴드랩을 추천했었기 때문에 밴드랩과 연동이 되는 프로그램을 추천할 생각이었다. 케이크워크가 밴드랩에 인수된 이후 Cakewalk by Bandlab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으나, 이를 2개의 프로그램으로 분리하여 Cakewalk Next와 Cakewalk Sonar로 분리되었다. Next는 입문자용으로 간소화된 버전이고, Sonar는 기존의 사용자를 위한 버전이다. 둘 다 구독을 안 하면 일부 기능이 제외된다.
그런데 Sonar는 설치해서 만져보니, 다른 DAW와 UI나 작업 방식이 좀 달랐다. 내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DAW는 Logic Pro고, 사용법을 이해하고 쓸 줄 아는 DAW는 Cubase와 Pro Tools, 그냥 잠깐 만져본 DAW는 FL Studio와 Ableton Live다. 그런데 Sonar의 작업 방식은 내가 사용해 본 DAW와 좀 달라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했다. Sonar를 덥석 추천하기에는 이후에 음악을 진지하게 해 볼 생각이 들었을 때 다른 DAW로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 때문은 아니었다. 오디오와 MIDI 기능이 둘 다 훌륭하다고 한다.
반대로 Next는 다른 DAW와 작업 방식이 유사하다. 그래서 '입문용으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니 Next를 이용해 가볍게 각 장르의 곡을 만들어보고 설명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무료라고 해도 Sonar와 달리 빠져있는 기능이 너무 많았다.
먼저 내장 이펙트를 조절하려는 부분이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픽이 있는 UI가 있어서 가볍게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파라미터를 돌려야만 한다. 심지어 EQ조차도 이런 방식이라, 눈으로 보고 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또한 MIDI 작업에 있어서도 부실했는데, 퀀타이즈(Quantize)를 할 때 세세하게 조정할 수 없었고 아무튼 정말 맛만 볼 수 있는 용도의 프로그램이었다. 심지어 내 환경에서는 자주 튕기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Sonar나 Next 둘 다 그냥 연재용으로만 잠깐 활용해 기초만 얘기하고 끝난다면 이 글의 취지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Cakewalk Sonar가 무료가 된 것은 올해 6월이다. 원래는 구독을 해야만 이용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무료로도 사용할 수 있되 구독을 하면 '프로' 기능이 풀리는 형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격 정책이 계속 변화하는 DAW를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꼈다.
무료는 아니지만, 무료만큼 관대한 체험 기간을 제공하는 Reaper라는 선택지도 있다. 가격은 $60로 매우 저렴하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DAW를 검색해 보면 항상 Reaper가 추천 목록에 있었다. 그리고 평가도 매우 좋다. 기능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설치를 해보았다. 그런데... 입이 떡 벌어졌다. 엄청나게 불친절하고 준비된 사람만 들어오라는 느낌의 프로그램이 나를 반겨줬다.
검색을 통해 조사를 해보니, Reaper는 스킨 기능을 이용해서 자신이 익숙한 DAW에 맞게 커스텀할 수도 있으며, 정말 유저의 입맛대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었다. Reaper를 만약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정말 자신만의 DAW가 되는 것이다. 거기에 안정성이 정말 뛰어나 많은 트랙을 올려도 원활하게 구동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곧 익혀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Reaper는 훌륭한 DAW지만,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다고 느꼈다. 우선 스스로도 기존에 사용하던 DAW와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파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런데 검색을 하다가 Universal Audio에서 개발한 LUNA를 알게 되었다. 사용해 보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LUNA는 직관적이고, 다른 DAW와 유사해 넘어가기도 쉬우며, Pro Tools와 거의 유사한 인터페이스와 단축키를 갖고 있었다. 또한 아날로그 콘솔처럼 믹싱을 할 수 있어 실제 스튜디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도 학습하기 쉬웠다. 마지막으로 무료로 이용 가능한 기본 버전과 돈을 내야 하는 LUNA Pro의 차이는 단순히 플러그인을 추가적으로 결제하는 것의 차이일 뿐이다. 무료 버전에 기능을 제한하는 다른 DAW와 달리 제한 없는 온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LUNA가 모든 사람에게 무료가 된 것은 최근이다. 2023년 11월부터인데, 기존에는 Universal Audio의 하드웨어를 가진 사람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 DAW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마도 입문자들의 더 많은 유입을 위해서 무료로 전환하는 결정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상용 DAW와 같은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음에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Universal Audio는 무슨 회사이고 원래는 어떤 점이 주력인 곳일까?
레코딩의 역사에서 또 다른 근본 회사를 얘기하자면 Universal Audio를 빼놓을 수 없다. 1958년에 설립되어 아날로그 시대의 프리앰프를 제작했고, Teletronix를 인수해 지금도 믹싱에 사용되는 LA-2A 컴프레서를 생산했다. 그런데 사실 현재의 유니버설 오디오는 1999년에 재설립된 회사다. 유명한 1176과 LA-2A를 복각해 새로 판매하였고, 2012년부터 Apollo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 컴퓨터 내에서 과거의 유명 하드웨어를 에뮬레이션해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을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Universal Audio의 독특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회사와는 달리, 앞서 설명한 Pro Tools처럼 하드웨어가 있어야만 가능한 기능이 있는 플러그인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Apollo 내부에는 연산 장치가 들어있는데, 컴퓨터의 성능과 상관없이 인터페이스 내에서 플러그인이 구동된다. (DSP, Digital Signal Processor라고 한다.) 또한 프로툴에 하드웨어를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플러그인을 사용하면서도 레이턴시가 거의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유니버설 오디오에서 직접 제작하는 만큼, 자사 제품을 복각한 소프트웨어를 원래 이름 그대로 판매한다.
근데 그래서일까? 나는 이미 Waves의 주요 플러그인을 학생 때 할인으로 모두 구매해놨기도 하고, 굳이 유니버설 오디오의 제품을 쓸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예를 들어 LA-2A 컴프레서를 소프트웨어에서 복각한 플러그인은 시장에 엄~청 많다. 상표권 때문에 정식으로 이름을 쓰지 못할 뿐, 사운드의 퀄리티 때문이라면 꼭 유니버설 오디오의 플러그인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최근까지도 유니버설 오디오의 DSP가 들어간 장치를 갖고있어야'만' 해당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었다. 돈이 더 나가는 옵션을 선택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최근이다. 하드웨어가 있어야만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유니버설 오디오에서 2022년 구독형 서비스인 UAD Spark를 출시한 것이다. 한 달에 $19.99의 가격이다. 이를 출시하면서 DSP가 필요 없이 그냥 컴퓨터에서 구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드웨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비슷한 소리를 얻을 수 있으면 굳이 하드웨어를 구매할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런데 그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아직 모든 플러그인이 하드웨어가 필요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업데이트로 풀어주고 있다.
아무튼 이런 선입견 때문에 내가 갖고 있던 유니버설 오디오의 이미지는 '기능에 비해 좀 비싼 이름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유니버설 오디오에서 만든 DAW가 있고, 심지어 무료라는 것은 내 선입견과 완전히 배치됐다. 의심을 하고선 사용을 해봤는데, 정말 제한 없는 무료가 맞았다.
물론 무료로 사용할 때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다. LUNA의 강점은 아날로그 콘솔이 내장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믹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결제를 하지 않으면 그 부분이 빠진다. 그 지점에 매력을 느껴 사용하려는 것이라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무료로 제공되는 다른 곳의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Analog Obsession이라는 곳인데, 회사는 아닌 것 같고 개인이 Patreon을 통해 후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방식 같았다.
Analog Obsession을 알고 깜짝 놀란 것이, 양질의 유료 수준의 플러그인들을 그냥 제한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 놓았다. LUNA Pro에서 제공되는 것들은 API 2500, LA-2A, Pulteq EQ 등의 실제 하드웨어를 모델링한 플러그인이다. 그런데 Analog Obsession에서도 동일한 하드웨어를 모델링한 플러그인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사용해 보니 소리도 정말 좋았다.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느껴졌다.
다음 글에서는 LUNA와 Analog Obsession의 플러그인에 대해 더 얘기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