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Oasis) 커버 곡을 만들어보자.
저번 글에서는 이제 가상의 스튜디오를 집에 구현하는 과정을 끝마쳤다. 무료 DAW인 LUNA를 활용하고, Analog Obsession의 무료 플러그인들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시작할 준비를 전부 끝마친 것이다. 그러면 이제 뭘 하면 될까?
사실은 이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초기에는 작곡이라는 주제를 다루려고 했다. 일반적으로 음반을 내려면, 곡도 만들고 가사도 쓰고 해야 한다. 그래서 작곡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중요한 것은 뭔지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했다. 그렇게 계속 구상을 해보고 초안을 여러 가지 써봤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설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무책임하게 말할 수는 있겠다. 그냥 코드부터 배우고, 여러 곡 카피해 보고, 코드 진행 만들고, 멜로디(탑라인) 만들고, 가사 붙이고, 밴드로 편곡하고, 레코딩하면 된다. 근데 이렇게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감정이 들었다.
나는 글을 여러 번 엎으면서 작곡하는 법을 얘기하는 것 자체에 회의감을 느꼈다. 음악 이론과는 다른 영역이다. 내가 이론을 잘 알지 못할뿐더러, 이론을 꿰고 있어도 '어떻게 하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얘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그리고 이런 곡을 만드는 과정을 글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건 결국 몸으로 익히고 배우는 과정을 뺄 수 없고, 그렇지 않으면 지식만 달달 외울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엄청 히트곡을 만들어본 사람도 아니고, 그냥 곡을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이다. 다른 아티스트의 얘기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비틀즈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어떻게 작곡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다. 그들은 악보를 볼 줄 몰랐다. 그래서 만든 곡을 그냥 외우거나, 나중에는 테이프에 녹음해 놓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런데 비틀즈의 방법이 모두에게 정답인 것은 아니다. 내 생각에는 하나의 아티스트마다 구별되는 하나의 작곡법이 있다.
여기서 책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이다.
릭 루빈은 대중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듀서다. The Strokes <The New Abnormal>, Kanye West <The Life of Pablo>, Ed Sheeran <X>, Adele <21> 등에 참여했다. 그가 참여한 앨범 중 널리 알려진 앨범을 다 언급하는 것만으로 글을 다 채울 수 있을 정도인데, 이런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가 낸 책이다. 처음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보게 되었다가 eBook으로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굉장히 독특한 책인데, 흔히 성공한 대중음악 프로듀서가 쓴 책이라고 하면 실용서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라 창작에 대한 마음가짐을 제공한다.
출판사 서평 중 일부를 인용하겠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어야만 존재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책이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창조는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약간 종교와 비슷하다. 루빈에 따르면, 창조적 행위란 나보다 위대한 존재를 믿고, 영감을 초대하기 위해 일련의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일관적인 존재의 방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다.
우리는 무엇이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지 알지 못한다.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작품이 왜 위대한지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도 기껏해야 이론에 불과하다. 우리는 절대로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 72쪽, 〈만들어내라〉
최고의 아이디어를 말로 찾으려고 하지 마라. 언어의 영역을 벗어나라. 가능한 선택지들을 제대로 재보려면 말이 아니라 물리적인 영역으로 데려가야 한다. 실행하거나 연주해 보거나 모델을 만들어보거나. 말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 139쪽, 〈모든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라〉
예술의 재능은 타고나는 것보다 배우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크다. 우리는 항상 발전할 수 있다. - 285쪽, 〈예술은 번역이다〉
이 책을 읽어본 기억을 되살려보니, 나는 작곡에 대해서 설명하려던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영감이 오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했던 걸지도 모른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얘기하려고 하니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이,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이미 작곡을 좀 해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제목부터 <혼자서 음반 내는 법> 아닌가. 앨범을 내겠다는 생각이 든 사람이라면 곡이 있으니까 그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시리즈에 작곡에 대한 얘기를 붙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의문이 계속 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남은 것은, 곡을 완성해 세상에 나오게 하는 기술적인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밴드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선 밴드는 보통 합주를 하고, 공연을 열심히 하다가 음원을 만들고 앨범을 내고 스케일이 커지는 방향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앨범을 먼저 열심히 준비한 뒤 공연을 위해 합주를 하면서 점점 살이 붙는 방향도 있다. 아무튼 간에 밴드 음악은 '공연이 가능하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렇게 공연하듯이 라이브로 녹음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다. 밴드 전체가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한다. 초창기 레코딩에서는 마이크 한 대로 녹음을 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각 파트별로 마이크를 대고 녹음을 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현장감이다. 또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연주하는 것인 만큼, 우연한 실수나 사고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곡을 더 낫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우리가 채용할 수 없다. 이 글은 '혼자서' 음반 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트래킹이라는 선택지 하나만 남는다. 트래킹이란 사실 레코딩과 같은 뜻이다. 개별 트래킹은 한꺼번에 전체를 녹음하는 방식과 다르게 개별 트랙을 하나씩 따로따로 녹음한다는 뜻이다. 사실 공연을 하는 밴드라도 트래킹을 하는 경우는 흔한데, 이유는 좀 더 원하는 대로 소리를 만들어내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좀 더 실험을 해보거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보통 드럼을 먼저 녹음을 한다. 그 뒤 베이스, 기타, 보컬을 따로따로 녹음하여 하나로 합친다.
그렇다면 LUNA로 가상의 스튜디오를 만들었으니, 돈을 최대한 들이지 않고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법을 생각해 보자.
물론 LUNA와 무료 플러그인으로 가상의 스튜디오를 차렸지만, 실제로는 혼자서 밴드 사운드를 만들려면 최소한의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다. 오디오 인터페이스, 마이크, 마스터 키보드, 스피커 등이다. 만약 하드웨어에 돈을 안 쓴다면, 할 수 있는 게 크게 제한된다. 핸드폰으로 녹음을 받거나, DAW에서 마우스만으로 MIDI 작업을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장비를 세세하게 추천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런 정보는 내년만 되어도 신제품이 나오거나 가격대가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 과감하게 말하자면, 웬만한 작업을 하는 데 입문용이면 충분하다. 특히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20~30만원 대의 장비로 원하는 표현을 전부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저렴한 장비의 퀄리티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숫자로 된 스펙만 본다면, 100만원짜리와 입문용이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돈을 쓴다면, 프리 앰프를 따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이크도 처음부터 비싼 마이크를 사지 마라. 만약 집에서 녹음한다면, 다이내믹 마이크를 먼저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SM58 등이다. 다이내믹 마이크는 10만원 대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그 이유는 집에서 콘덴서 마이크로 녹음하면 잡음이나 소음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콘덴서 마이크를 선택했다면 비싼 것을 사지 마라. 차라리 저렴한 Audio Technica AT2020 등을 구매하고, 나중에 비싼 마이크로 넘어가라. 왜냐하면 한 40~50만원 대 마이크가 제일 애매하기 때문이다.
마스터 키보드의 경우 만약 피아노를 평소에 연주하고, 이를 MIDI로 정확하게 녹음하고 싶은 거라면 조금 가격대가 나가는 해머 건반 키보드를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냥 강약을 표현하고 연주를 적당히 입력하고 싶은 것이라면, 여기서도 돈을 많이 쓸 이유가 없다. 그냥 많이 나가는 베스트셀러를 검색해서 구매해도 잘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들고 다니는 용도로 나오는 포터블 키보드는 비추천한다. 폭이 좁아 표현에 한계가 있고, 의외로 잘 망가진다.
그렇다면 돈을 크게 쓴다면 어떤 장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나는 스피커라고 생각한다. 모니터링 스피커의 경우 나는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 봤는데, 스피커만큼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것이 없었다. Neumann KH80을 사용 중인데, '내가 좋아했던 노래가 이런 느낌이었어?' 하는 느낌을 많이 받을 정도로 디테일과 해상도에서 저렴한 스피커와 큰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돈이 없다고 시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세상엔 저렴한 모니터링 스피커에서 작업한 곡들도 많다.
아무튼 장비 추천은 유튜브나 다른 블로그에 더 좋은 정보가 많으니 검색해 보면 좋겠다.
자, 그렇다면 장비를 갖췄으니 모든 준비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밴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핵심인 악기 녹음이 남았다. 그리고 악기는 비싼 것으로 갈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대표적인 항목이다.
우선 기타는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2개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를 분리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어쿠스틱 기타는...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비싼 기타일수록 소리가 정직하게 좋아진다. 그렇지만 돈이 없어도 좋은 어쿠스틱 기타 소리를 얻는 법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로, 만약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 곡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밴드 편곡에서 악기 중 하나로 나오는 것이라면 일단 도전해 보자. 악기가 많으면 생각보다 트랙들 사이에 묻기가 쉽고, 리듬을 연주하는 것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좋은 기타로 녹음한 것이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창의성을 발휘한다면 저렴한 어쿠스틱 기타로도 얼마든지 도드라지는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어쩔 수 없지만 스튜디오를 예약하는 방법이다. 좋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할 수 있는 스튜디오에 가서 그 트랙만 녹음을 받고 오자. 아니면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빌려 달라고 해보자. 어쿠스틱 기타 같은 악기는 비싼 악기의 소리를 저렴한 악기로 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만약에 집에서 일단 소유하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로 녹음하기로 결정했다면, 마이크로 녹음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렉트릭 기타처럼 연결할 수 있는 피에조 픽업이 달려있는 기타도 있을 것이다. 근데 이건 공연을 위한 장비라서 녹음용으로는 소리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마이크를 잘 설치한 이후, 방이 울린다면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 방에서 박수를 쳐보자. 그러면 방이 울리는지 안 울리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 이후 집에 반향을 잡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갖다 놓아보자. 옷가지나 이불 등이 좋다.
또한 예를 들어 녹음할 때 발로 박자를 맞추는 습관이 있다면 녹음할 때는 참아야 한다. 외부 소음도 최대한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마이크 한 대로 받는 것보다 두 대로 받는 것이 더 소리가 좋은데, 아무튼 노하우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렇지만 꼭 스튜디오의 느낌을 재현할 이유가 없다면, 그냥 적절히 녹음해도 은근히 괜찮게 나오는 게 어쿠스틱 기타이기도 하다. 창의력을 발휘해 다양한 환경에서 녹음해 보고 들어보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원하는 사운드가 스튜디오의 사운드라면 스튜디오를 예약하는 게 빠르다. 어쿠스틱 기타 같은 것은 집에서 녹음하는 순간 인디의 느낌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제작하려는 앨범이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면 나는 그냥 집에서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지점이 개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받는 것에 대해 살펴보자.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앰프가 필요하다. 녹음하는 첫 번째 방법은 앰프에 마이크를 갖다 대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수없이 많은 록 음반에 수없이 많은 노하우가 쌓여 있다. 앰프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르고, 이펙터 순서에 따라서도 다르고, 마이크를 앰프 정면에 놓느냐 측면에 놓느냐도 다르다. 앰프가 놓인 방의 크기나 바닥에서 좀 띄워져 있는지의 유무도 소리를 다르게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려면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 것이고, 그래서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각각의 마이크 특성들과 앰프에 따라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지식과 경험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렉트릭 기타의 멋진 점은 순수한 전기 신호를 컴퓨터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도 전기 신호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마이크는 마이크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일렉트릭 기타는 그냥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꽂으면 거의 동일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DI, Direct Input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가상 앰프가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스 기타의 경우, 깨끗한 소리를 얻기 위해 DI 소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은근히 흔하다. 그렇지만 일렉트릭 기타의 DI 소리는 좀 밍밍하다. 여기서 앰프 시뮬레이션을 넣으면 수없이 많은 유명 앰프를, 여러 마이크 셋업을 시도하면서 수많은 이펙터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요즘의 앰프 시뮬레이션은 앞서 말한 앰프의 마이크 위치 같은 것도 구현이 다 된다.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담긴 소리를 쉽게 집에서 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IR 기반의 플러그인을 사용하면 정말 앨범에서 듣던 그 사운드를 쉽게 낼 수 있다. Neural DSP의 플러그인을 사용해 보면서 깜짝 놀랐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느꼈는데, 내가 어렸을 적 듣던 바로 그 기타 소리를 소프트웨어를 통해 집에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AI 학습을 통해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제 소프트웨어의 마법을 펼쳐볼 때이다. Neural DSP급의 소리를 내는 무료 플러그인이 있는데, Neural Amp Modeler다. 회사에서 만든 앰프만 사용할 수 있는 Neural DSP와 달리, Neural Amp Modeler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유명 앰프를 모델링해서 그걸 공유한다는 큰 장점이 있다. 여기에 들어가면 그 파일들을 받을 수 있는데, 소리가 정말 좋다. 한 가지 단점은 그 유저가 모델링한 그대로의 사운드만 나오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작은 어렵다는 점이다.
Neural Amp Modeler의 단점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기타의 종류에 따른 차이점을 많이 없앤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것을 장점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 얘기는 가성비 기타여도 좋은 소리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베이스 기타를 녹음하는 것도 똑같이 Neural Amp Modeler에서 베이스 앰프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방구석에서 밴드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큰 난관을 하나 마주하게 된다. 바로 드럼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밴드를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드럼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내가 처음 작곡을 시작하게 된 것은 DAW를 컴퓨터로 처음 실행해 봤던 것부터였다. 거기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컴퓨터로 녹음할 수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구매하고, 그렇게 작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마우스를 이용해 MIDI를 만들면 자연스러운 드럼 리듬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굉장히 기계적이고 영혼 없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리고 기타를 연주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드럼까지 연주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드럼은 현실에서 녹음하는 경우 머리가 복잡해지는 가장 큰 원인이다. 왜냐하면 실제 드럼을 녹음하고 믹싱하는 것은... 말을 말자. 스튜디오에 가서 녹음하는 돈도 돈이고, 트랙도 엄청나게 많아지고, 깔끔한 사운드를 만들려면 믹싱 기술을 좀 알아야 한다. 엔지니어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려보자. 우선 드럼의 가상 악기 자체는 소리가 매우 훌륭하다. MIDI 데이터를 잘 입력한다면, 기타와 베이스가 같이 나오는 음원에서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완벽한 소리가 나와 문제가 되기도 하니까. 그러니 드럼 가상 악기를 어떻게 하면 실제 드럼 연주처럼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일단 누군가 실제로 연주한 MIDI 파일을 가져와 적절하게 편집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상용 드럼 가상 악기를 구매한다면, 웬만한 악기에 실제 드러머가 연주한 MIDI 녹음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를 붙여 넣고, 거기서 편집을 하는 방법이 좋다. 다른 방법으로는 드러머를 구해서 전자 드럼을 컴퓨터와 연결해 직접 연주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면 실제 드럼을 녹음할 때 생기는 골칫거리를 없애면서 리얼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스터 키보드나 드럼 패드를 이용해 손가락으로 드럼을 연주할 수도 있다. 이를 핑거 드러밍(Finger Drumming)이라고 한다. 드럼 연주에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분리해서 녹음하면 되니까. 예를 들어 킥과 스네어를 먼저 녹음한다. 그 뒤에 하이햇을 얹고, 필인(Fill in) 구간은 따로 빼서 마우스로 노가다를 하거나 위에서 말한 MIDI 파일을 넣는다. 이런 식으로 하면 마우스만으로 입력할 때의 단점인 강약의 세기나 기계 같은 박자를 수정하는 것을 극복하고 불완전한 사람의 손맛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말만 하고 실제로는 유료 플러그인만 사용해서 하는 작업으로 돌아간다면, 설득이 잘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LUNA와 무료 플러그인을 이용해 커버 곡을 제작해 보기로 했다.
Oasis 'Supersonic'을 커버해 보자. 평소에 오아시스를 좋아해서 많이 들었기 때문에 커버 곡으로 결정했다. Supersonic은 내가 좋아하는 1집 <Definitely Maybe>의 노래로, 리프나 코드 진행이 손에 익어서 연재를 위한 음원을 만들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LUNA에 내장된 Shape 가상 악기를 불러왔다. Shape는 Universal Audio의 좋은 소리들을 모아놓은 악기라고 하며, 세세한 수정은 불가능하지만 퀄리티가 꽤 좋다. 어쿠스틱 드럼은 그냥 그럭저럭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쓸 정도는 되는 것 같아 활용했다.
내가 하는 방법은 메트로놈에 바로 기타를 녹음하지 않고, 4마디 되는 정도의 드럼 루프를 깔아놓은 뒤 거기에 대고 녹음한다. 메트로놈만 듣고 녹음하면 나는 이상하게 흥도 안 나고, 박자에 잘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드럼 루프를 깔아놓고 녹음하면 박자도 잘 맞고 좋은데,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간단한 드럼 리듬을 올려놓은 뒤 리듬 기타 파트를 녹음했다. 리듬 기타를 녹음할 때 동일한 코드 진행을 왼쪽에 한 번, 오른쪽에 한 번 이렇게 녹음한 뒤 재생하면 한 번만 녹음한 것보다 더 풍성하게 들린다. 같은 녹음본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복사해서 붙여 넣으면 의도하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 꼭 두 번 녹음을 해야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사람이 아무리 똑같은 리듬을 똑같이 연주해도 소리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솔로 파트도 녹음을 하고, 원곡과의 차별점을 위해 중간에 맛을 살려주는 녹음도 넣었다.
그 이후 우선 보컬을 녹음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내 보컬을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것에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녹음을 해봤다. 한숨 자고, 다음 날 베이스를 녹음했다. 사실 정석적으로 하려면 드럼을 먼저 녹음하고, 베이스를 녹음해야 한다. 그 이유는 드럼이 리듬을 잡아주고, 베이스가 그 리듬 위에서 받쳐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 기타를 먼저 녹음한 것도 정석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드럼 - 베이스 - 기타 - 보컬' 순서대로 녹음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Supersonic의 경우, 드럼이 정말 단순하고 끝까지 같은 리듬으로 가기 때문에 이런 방식도 유효했다.
그런 다음 드럼을 마스터 키보드에서 연주했다. 나는 일단 킥과 스네어만 연주하며 녹음을 해 기본 틀을 잡고, 이후 하이햇을 직접 일일이 연주했다. 그 이후 퀀타이즈(Quantize) 기능을 이용해 박자를 맞췄는데, 100% 정확한 박자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 90% 정도만 박자에 맞춘다. 그러면 인간미도 나면서 자연스러워진다.
이렇게 녹음을 끝내고, 믹싱을 했다. 우선 기타에는 Analog Obsession의 플러그인을 이용했는데, STEQ를 이용해 EQ만 조금 조절하고 컴프레서만 살짝 걸었다. 그 이후 Airwindows Consolidated에 내장된 테이프 딜레이를 기타에 걸었고, 보컬에는 플레이트 리버브를 걸었다. 베이스도 별거 없이 ATONE만 걸었다. 드럼은 사실 정석대로면 모든 파트를 따로 빼서 믹싱 하는 것이 좋다. 킥 따로, 스네어 따로 등등. 그런데 일단 가상 악기의 밸런스가 듣기 좋기도 하고, 꼭 수정하고 싶은 소리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묶어서 했다. (Drum Bus에 Parallel Compression을 위해 1176 복각인 FETish를 걸고 섞었다.)
보컬의 경우 따뜻함을 위해 먼저 Neve의 마이크 프리앰프를 재현하는 BritPre를 걸어주었다. 그리고 SSL의 EQ를 재현하는 SSQ로 고음역대를 올려주고, Kilohearts의 디지털 컴프레서를 걸었다. 그리고 음정을 보정해 주기 위해 무료 오토튠 플러그인인 Spoton을 걸었다. 직접 튠을 보정하는 것과 차이는 있지만, 살짝 걸어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한다.
각 트랙마다 Oxide Tape가 걸려있는데, LUNA 무료 버전에도 포함되어 있는 기능을 굳이 안 쓸 이유는 없어서 모든 트랙에 걸었다.
이렇게 커버 곡을 하나 만들어봤다. 다음은 믹싱한 것을 테이프 시뮬레이션과 리미터만 살짝 걸어 음압을 높인 음원이다. 원래는 브런치에 직접 영상을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음질이 많이 열화되는 것이 느껴져 유튜브에 일부 공개로 업로드했다. 노래를 녹음한 것을 공유하는 거라 좀 부끄럽지만, 무료 소프트웨어로만 만든 사운드를 확인해 보라.
https://youtu.be/qpW1VlMb4JY?si=ZRK7mf5rmWG2iYov
이제 연재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 느껴진다!
이 커버 곡을 제작하면서 가상 악기를 하나 사용했다. LUNA에 내장된 Shape다. 그런데 이 Shape의 소리는 어떻게 나는 걸까? 소리가 이미 녹음되어 있고, 그 소리를 건반을 누르면 재생하는 구조다. 건반을 누르는 강약의 세기에 따라서도 소리가 변하는데, 약하게 연주한 소리와 강하게 연주한 소리를 모두 녹음해 놓은 것이다. 그 소리를 샘플이라고 하고, 그 샘플을 재생하는 것을 샘플러라고 한다.
그런데 이 샘플러를 활용해서 작곡을 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샘플링이라고 하는데, 다음 글에서는 Serato Studio를 활용해 샘플링을 통한 비트메이킹을 하고, 시퀀싱과 랩에 대해서 간략히 다뤄본 뒤, 똑같이 무료 소프트웨어로만 음원을 만드는 과정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