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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26. 2024

오늘 : 가파도 밖으로 2

2024. 3. 25.

1.

주형이 형과 헤어진 후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한 편을 보려 했으나, 많이 기다리관람시간이 많이 들 것 같아, 그만둔다. 이미 제주도에 도착한 글친구 기섭이에게 연락하여 월드컵 경기장 옆  마트에서 나를 픽업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육운동을 하는 최창의 선배도 함께 왔단다. 영화야 다음에 보면 되지만, 이 사람들은 이번이 아니면 쉽게 보지 못할 것이다.

커피 한 캔을 사들고 이마트 주차장 한편에 앉아 어제 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1시간쯤 지나 차 한 대가 내 앞에 선다. 창문이 내려지고 최창의 선배가 손을 흔든다. 기섭이가 운전석에서 나와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고양에서 제주로 내려온 후 처음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반갑기 그지없다.


배낭을 뒷좌석에 던져놓고 차에 오른다. 그 사이 최창의 선배가 검색을 했다며 금모래해수욕장으로 가잖다. 최창의 선배는 맨발 걷기에 빠져있다. 금모래를 밟으며 맨발 걷기를 하잖다. 차를 달려 도착해 보니 금모래해수욕장은 산방산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방산은 내가 가파도에서 매일 같이 보는 산이다. 내가 본 산이 산방산의 뒤쪽이었다면, 이번에 산방산의 얼굴을 보는 기분이다.)

기섭이랑 창의선배는 맨발로, 나는 신발 신고 해안가를 거닌다. 창의 선배는 맨발로 거닐면서 맨발 걷기의 효능성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땅의 기운을 맨발로 고스란히 받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소회도 잘 되고, 독소도 방출되고, 그리고.......

먼저 걷기를 마치고 근처 명소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니 하멜이 표류할 때 타고 왔다는 상선의 기념관이 용머리 해안 근처에 있다. 하멜은 가파도로 와서 등대가 없어 등대를 웠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의 배는 이곳으로 떠밀려 왔나 보다. 궁금하여 용머리 해안을 가보았으나, 상선은 못 찾고 용머리 해안도 기상악화로 출입금지다. 대신 밴치에 앉아 있는 하멜 동상과 기념사진 한 장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산방산 근처에는 유채꽃으로 단장한 곳이 많다. 노란색 유채꽃과 산방산. 그리고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그런데 꽃밭에 사진을 찍으러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1천 원 내야 한다. 아이쿠. 꽃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 밖에서 사진을 남긴다.)

기섭이가 찍은 사진. 산방산과 유채꽃

산방산까지 왔다면 형제와 같은 송악산이 지척인데, 한 번 가보자고 졸랐다. 사실 송악산도 송악산이거니와, 송악산 휴게소에 있는 만둣집의 만두가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말고도 문어만두, 전복만두가 있어 제주도의 명소라 할만하다. 매번 올 때마다 먹고 싶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이번에 다시 시도! 드디어 만둣집에 들어가 4색 만두 2인분과 만둣국 2개를 시켜서 나눠 먹었다. (맛있다. 소원성취!)

2.

나를 픽업한 김에 들른 관광명소에서 원래 묵으려고 했던 숙소까지 지도를 살펴보니 제주도 남서쪽 끝에 있는 대정읍에서 동북쪽 끝에 있는 구좌읍까지 정반대 위치다. 승용차로 달려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 정말 나온 김에 제주도 일주를 하는 셈이다. 차를 달려 숙소로 향하는데, 비는 부슬부슬 오고, 안개도 살금살금 피어오른다. 운전에 피곤하고, 타는 것도 피곤하여 중간에 카페가 보이면 쉬기로 한다.

그래서 들른 곳이 <카페 연이랑> 황무지에 8년 동안 정원을 가꾸고, 그 한편에 카레를 차려놓은 정원 카페다 정원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카페 실내 풍경도 정갈하고 멋지다. 따뜻한 커피 한 잔씩 마시고, 조각 케이크로 당도를 높인다. 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기섭이를 보자, 카페 주인이 다가와 말을 붙인다. 사진 이야기, 꽃과 정원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러다가 늦겠다.

다시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이 구좌읍 해 뜨는 해안가에 위치한 오투힐 리조트다. 명상센터를 겸하고 있는 숙소를 픽한 것은 당연히 명상에 흠뻑 취해있는 기섭이다. 기섭이는 사진 찍고 그림 그리고 그림책으로 명상하는 재주 많은 친구다. 목소리도 매력적인 저음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선다. 회를 먹기 위해 주민맛집을 추천받았으나 오늘은 휴무일. 그 옆에 있는 흑돼지 연탄구이집에서 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신다. 주거니 받거나 흥성하게 노는 사이 밤이 되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이슬비를 맞으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남은 안주로 간단히 입가심(?)을 한 후 잠자리에 든다. 나는 지금 가파도에서 제일 먼 숙소에 와있다. 날씨를 확인하니 내일도 풍랑주의보.

3.

나의 3박 4일 강제휴가도 이제 중반전으로 들어섰다. 친구들과 선배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 내일은 무슨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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