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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4. 2024

오늘 : 제발!

2024. 4. 24.

1.

우리 집에 오는 새끼 밴 어미 고양이는 두 마리다. 우리 집에 상주하는 감자와 지난해 내가 잠시 돌봤던 비비자. 그중에 비비자가 새끼를 4마리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행히도 그중에 한 마리는 죽었고, 나머지 세 마리를 우리 집에서 키울 수 있냐는 연락이 왔다. 우리 집은 이미 고양이 천국이라 만석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동네 다른 집을 수소문하여 한 달만 보살펴 달라고 했다 한다.

시원이네 집 창고로 새끼 고양이를 옮겨 그곳에서 돌보기로 했다. 시원이 엄마에게 전화하여 새끼 고양이가 귀엽다고 만지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 사람 손을 타면 나중에 밖에서 생활할 수 없는 집냥이가 되어 버린다. 끝까지 키울 생각이 아니라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성묘가 될 때까지 거리를 두고 사료를 제공해야 한다. 귀엽다고 불쌍하다고 집에 들였다가는 나중에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생명이 오히려 위험해진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줬더니 몰랐다면서 주의하겠다고 했다.

꼬리 잘린 어미 고양이 비비자가 낳은 새끼들. 이 중 한 마리를 불쌍하게도 죽고 말았다. 남은 고양이들은 건강하게 크기를 기도한다.

2.

문제는 우리 집에서 자라는 감자다. 며칠 전부터 몸이 시커멓게 되어 돌아다니더니, 숲 속에 새끼를 낳았다. 밖에서 새끼를 낳았으니 얼마나 고생했겠는가. 아침에 참치캔을 따서 먹였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자기가 낳은 새끼 고양이를 물고 와 집안으로 들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집도 좁은데 집 안에서 새끼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다. 눈물을 머금고 안 된다고 했다. 감자는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다가 새끼 고양이를 물고 다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이고. 이를 어쩔 것인가? 나는 서둘러 보일러실 옆에 창고를 치우고, 거기에 스티로폼 박스를 놓고, 담요를 깔아주었다. 그리고 창고 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내가 출근할 때까지 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그마한 창고에 마련한 새끼 집

나는 매표소로 출근하면서 기도했다. 감자가 새끼들을 데리고 창고 보금자리로 들어오길 비나이다. 새끼들과 위험한 바깥에서 추위와 비에 떨지 말고, 창고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니. 제발, 감자야 새끼들과 함께 돌아와라. 내가 새끼 가 클 때까지는 잘 먹여줄게.  

감자는 이때부터 새끼를 밴 것 같다. 제발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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