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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존중하는 마음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으며,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지만,

만물의 본체가 되어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

(We look for them, but do not see them;

we listen to, but do not hear them;

yet they enter into all things, and there is nothing without them.)


어린 시절, 텅 빈 방에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과학과 이성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존재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이 남아있습니다. 『중용』은 이러한 마음을 결코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아주 중요한 지혜의 일부로 끌어안습니다.

『중용』은 이 보이지 않는 힘을 ‘귀신(鬼神)’이라는 단어로 표현합니다. 이 단어는 오늘날 우리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귀신’은 무서운 유령이나 특정 종교의 신(神)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신비로운 에너지’나 ‘자연 속에 깃든 생명의 기운’에 가깝습니다.

마치 공기처럼, 우리는 그것을 보거나 들을 수 없지만 그것 없이는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마치 중력처럼, 우리는 그 힘을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것은 세상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있도록 붙잡아 줍니다. 이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세상 모든 것에 깃들어 생명을 불어넣는 힘. 그것이 바로 『중용』이 말하는 ‘귀신’의 진짜 의미입니다.

이것을 왜 이야기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오만해지기 쉽습니다. 내 지식, 내 능력, 내 판단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 앞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조상님들을 기리는 제사(祭祀)를 한번 떠올려 봅시다. 정성껏 음식을 차리고, 옷을 단정히 입고,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행위. 그 순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조상들의 은혜를 느끼고, 그분들이 살아계신 듯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의례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존중하고, 나라는 존재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는 신성한 시간입니다.

이러한 경건한 마음은 비단 제사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마음.

수백 년 된 고목(古木) 앞에서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마음.

갓 태어난 아기의 작은 숨결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 마음. 이 모든 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 신뢰, 우정, 예술적 영감, 공동체의 유대감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러한 가치들은 돈으로 살 수도, 과학으로 증명할 수도 없지만, 우리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성과와 물질적인 가치에만 너무 매달려 살지는 않았나요? 잠시 멈추어,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나를 살게 하는 공기의 고마움, 나를 지탱해 주는 관계의 따뜻함, 내 마음을 울리는 예술의 아름다움.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존중하는 마음속에, 더 깊고 겸손한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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