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바다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바다는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고, 사막도 아니고, 오아시스도 아니다. 누구도 발자국을 남기거나 지배하지 못하는 곳이 바다다. 침입도 전염도 허용되지 않는 신성한 영역. 바다는 우리에게 좁은 정원을 가꿀 바에는 차라리 거대한 무인도를 만들라고 초대장을 보낸다. 넓은 바다의 바람이 우리를 부른다. 이제 답답하게 얽매여 있는 우리의 삶에 자유를 안겨줄 때다.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113쪽
일상의 스케줄이나 일련의 계획을 무시하고 훅 달려드는 존재가 있다. 피할 수도 거절한 수도 없이 당해야만 하는 이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유혹, 책이다.
매번 경계하고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책에게 번번이 지고만다. 독서 때문에 일상이 엉망이 되고 해야할 일들이 미뤄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생을 제대로 배우려면 바다로 가라!"고 외치는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는 일종의 철학 에세이로, 바다에서 만나고 일어나는 모든 것을 인생의 은유로 읽어내면서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확장한다. 독서는 내 시간을 빼앗지만 그 대가로 나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이러니 읽을밖에.